[기획-제주창조센터 개소 2주년] (상) 걸어온 길
스타트업 생태계 초기 모델 완성…연결·협력 눈길

[편집자 주] ‘새로운 연결을 통한 창조의 섬 제주’를 비전으로 내건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가 3년차를 맞이했다. 지난 정권 흔적 지우기로 인해 존폐 위기까지 내몰렸지만 지역사회를 위해 필요한 자산이라는 점을 인정받으며 지속성이 요구되고 있다. 뉴스1 제주본부는 2회에 걸쳐 혁신센터의 성과와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알아본다.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제주센터)는 제주를 ‘일-휴양-문화’가 공존하는 한국의 실리콘비치로 만들겠다는 목표로 2015년 6월 전국에서 13번째로 문을 열었다.

당시 전정환 센터장은 취임 인터뷰에서 “기존 도민, 문화 이민자, 이주 기업들을 연결하고 동아시아 혁신 허브들을 연결해서 문화와 IT가 결합된 창조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밝히며 Connect(연결), Co-creation(공동창조), Community(공동체)를 핵심가치로 내걸었다.

1센터 1기업 매칭 구조를 벗어나 전국에서 유일하게 두 기업(카카오·아모레퍼시픽)이 함께 출발한 제주센터는 지난 2년간 제주에 어떤 변화를 불러일으켰을까.

◇ 스타트업 생태계 초기 모델 완성 
 

제주센터가 가장 먼저 추진한 사업은 사람을 연결하는 ‘사람도서관’이다.

2015년 7월 오픈한 제주 크래비터 사람도서관은 ‘사람의 경험이 곧 하나의 책이다’라는 취지로 제주에 거주하는 창의적 중력을 가진 사람들(Cravitor, jeju+creative+gravity+or)을 사람책으로 등록시키고 도민들이 직접 만나 읽을 수 있도록 했다. 등록된 크래비터만 542명에 이른다.

창업교육프로그램을 통해 3569명의 인재를 양성하고 542건의 세무·회계·법률·특허 원스톱 서비스를 지원하는 등 청년혁신허브로서의 역할도 했다.

기업과 청년의 소통 플랫폼인 ‘잡수다(JOB-SUDA) 취업박람회’를 운영해 458명이 참여하도록 한 것도 이 사업의 일환이다.

창업 아이디어는 입주기업이나 보육기업으로 선정되면서 더 정교해졌다. 65개의 창업·중소기업(스마트관광 16곳·문화예술 1곳·IT 20곳·뷰티 10곳·기타 18곳)을 발굴해 지원했으며 67억4000만원의 투자 유치도 이끌어냈다.

1기 졸업기업인 ‘티엔디엔’의 경우 6개월간의 입주기간에 빠르게 성장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모바일 결제 중개 서비스를 개발·운영하는 티엔디엔은 서울과 중국에서도 가능성을 인정받으며 제주 스타트업의 성공 가능성을 내비쳤다.

섬이라는 거리상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혁신 주체를 연결시키는 일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지역의 창조 주체들이 타 지역 또는 해외 인재와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인적 교류 플랫폼을 만든 게 바로 그것이다.

제주 원도심 내 게스트하우스를 활용해 도내·외 인재들이 코리빙(Co-living)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함으로써 지식 공유 및 협업을 독려하고 있으며, 국내·외 혁신 네트워크 형성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다양한 인재를 제주로 끌어들이기 위해 리모트워크(원격 근무)가 가능한 ‘디지털 노마드’들과의 네트워킹 행사를 추진함으로써 일과 생활이 양립할 수 있는 제주만의 플랫폼도 구축하고 있다.

이 모든 사업들은 제주에서 태어나고 자란 청년들과 제주 출신의 되돌아온 인재, 창업을 꿈꾸며 입도한 청년들에게 ‘새로운 연결’을 통해 창조의 가능성을 열어주기 위한 것이다.

1기 졸업기업으로 숙박공유 중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남성준 ㈜다자요 대표는 “다른 기관에서는 ICT 기반이라고 말해도 우리를 단순 여행사로만 여겼는데 제주센터만이 우리 아이템을 알아줬다”며 “거기에 살을 붙여주고 시야를 넓혀줬으며 많은 네트워크를 형성해줘서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성과들을 놓고 노희섭 제주도 정보융합담당관은 “제주에 전무했던 스타트업 생태계의 초기 모델을 완성한 것은 대단한 일”이라면서 “이는 교류·협력·연결을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우고 독자 노선이 아닌 상생 모델을 구축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평가했다.

◇ 행정·대기업 함께 손잡고 꿈꾸는 제주미래
 

실제로 제주센터는 물리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공간이다. 센터 내 코워킹(Co-working) 공간인 ‘J스페이스’에 다녀간 이들만 2년간 1만 명이 넘는다.

전담기업인 카카오와 제2센터를 맡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은 물론이고 제주도, 제주도의회 등과도 공감대를 형성해 미래를 향한 발걸음을 함께 하고 있다.

카카오와는 ‘카카오 클래스’을 함께 운영하며 예비 창업자 등을 대상으로 강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스토리펀딩’을 통해 자금 마련도 함께 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그룹 창조경제지원단이 참여하고 있는 제주센터 제2센터에서는 도내 뷰티·헬스·6차산업 관련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연구개발과 마케팅 등을 지원하고 있다.

과거 정부의 핵심 슬로건이던 ‘창조경제’의 결과물이라는 이유로 전국적으로 폐지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제주센터는 지자체 중 유일하게 도의회 주최·주관으로 ‘지속성장을 위한 토론회’가 개최되는 등 제주발전을 위한 지속성이 요구되고 있다.

현우범 제주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장은 해당 토론회에서 “박근혜 정부의 캐치프라이즈인 창조경제란 이름으로 포장돼 있지만 창조센터가 수행 중인 창업 생태계 조성 사업은 앞으로 반드시 추진해야 할 국가적·지역적 과제”라며 “제주센터는 1·3차 산업 중심의 제주 산업구조 체질을 바꿀 최적의 대안”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앞서 원희룡 제주도지사 역시 “제주센터는 주축 기업체들과 지역인재, 창업자, 행정이 연계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끌어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서울이나 울산은 대기업이 많고 창업센터가 활성화돼 있지만 제주는 사정이 다르므로 자체 판단으로 갈 길을 가야 한다”고 센터 존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제주도와 제주센터는 ‘문화와 IT가 융합된 동아시아창조허브 구축’, ‘관광사업 고부가가치화 지원’, ‘탄소 없는 섬 2030 구축’이라는 공통된 미래비전을 갖고 있기에 호흡을 맞춰 한 방향으로 이끌어가야 한다는 목소리다.

새 정부 들어 미래부 산하의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새롭게 출범할 중소벤처기업부로 이전하겠다는 내용이 발표된 가운데, 그동안 제주센터가 일궈놓은 성과가 혁신적인 창업 생태계 구축과 일자리 창출에 있어서 연속성을 갖도록 하는 방안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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