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제주창조센터 개소 2주년] (하) 나아갈 길
기능 재설계 필요…네트워킹 강점 잃지 말아야

[편집자 주] ‘새로운 연결을 통한 창조의 섬 제주’를 비전으로 내건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가 3년차를 맞이했다. 지난 정권 흔적 지우기로 인해 존폐 위기까지 내몰렸지만 지역사회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자산이라는 점을 인정받으며 지속성이 요구되고 있다. 뉴스1 제주본부는 2회에 걸쳐 혁신센터의 성과와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알아본다.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제주센터)의 주요 기능은 창업기업 성장 지원과 기존 중소기업의 지원, 지역특화전략산업 발굴·육성, 고용존 구축·운영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지역의 창조경제 구현을 위한 ‘창업허브’와 ‘혁신거점’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맡고 있지만 3년차에 접어들었을 뿐이어서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더욱이 문재인 정부가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일자리 전진기지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앞으로 일자리창출 거점으로서의 역할도 요구되고 있다.

◇ 창업기업 육성 협업 모델 구축…바텀업 방식 의견 수렴해야
 

제주센터는 ‘4차 산업혁명의 씨앗’이라고 불리면서도 제대로 된 생태계가 구축돼 있지 않아 어려움을 겪어왔던 제주도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동력을 불어넣는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6개월간 업무 공간을 무상으로 지원하고 멘토링을 하는 등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는 데 그치면서 생태계 구축을 위한 접근이 미약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졸업기업들이 전문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보육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2016년 10월부터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내에 ‘Post-BI(Business Incubator)’공간을 마련, 1년간 무상으로 임대해주고 있지만 물리적인 지원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라이프 사이클에 맞는 전체적인 지원체계가 필요하지만 노하우, 투자 등에 대한 추후 지원이 부족하다보니 졸업 후에는 또 다시 정글 속에서 각개전투를 벌여야만 하는 상황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어렵게 만들어진 초기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기 위해서는 전담기업인 카카오와 행정과의 협업 모델을 개발해 창업 시작부터 도약, 성장, 안정기에 이르기까지 지원할 수 있는 창업기업 육성 방향에 대한 재설계가 요구되고 있다.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일방적으로 정책을 수립하거나 대기업의 사회공헌 장치로만 전락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입주기업들의 니즈를 반영해서 정책 지원을 해야 하지만 현재는 탑다운 방식으로 지원이 이뤄지고 있어서 아쉽다”며 “각 스타트업마다 성격이 다른데 억지로 구겨 넣으려고 하기 보다는 바텀업 방식으로 밑에서부터 의견을 수렴해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스타트업 대표는 “그동안에는 졸업기업과 카카오가 연계할 수 있는 방안이 거의 없어서 단순히 센터가 카카오의 이미지 상쇄 도구로만 쓰이는 게 아닌지 우려스러웠다”며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연결점을 찾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일각에서는 기존 중소기업 성장 지원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불만도 터져 나왔다. 대기업과의 상생을 내걸었지만 결국은 카카오 플랫폼에 흡수시켜 자생력을 잃게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 조직 개편에 따른 자율성 훼손 우려…차별화된 역할 수립 필요
 

문재인 정부가 경제성장을 대기업 중심에서 중소기업 중심으로 옮기겠다는 신호탄을 쏘아 올렸지만 제주센터는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중소기업청을 확대해 중소벤처기업부를 신설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현 미래부 산하의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중소벤처기업부 소관으로 이전되기 때문이다.

성과 없이 유령센터처럼 운영되던 곳들은 과감히 구조조정을 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제주센터의 경우에는 타 지자체에 모범 운영 사례로 소개된 만큼 사라질 가능성은 극히 드물어 보인다.

문제는 방향성이다. 기존에는 ‘과학기술기본법’에 근거해 기술창업 활성화 및 중소·벤처기업의 과학기술혁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시책을 추진하는데 중점을 뒀지만 근거 법령이 바뀌면 기존 방향성과 어긋날 수도 있게 된다.

더욱이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가 센터를 지역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전진기지로 활용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기존 창업보육센터 등과 사업이 겹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새로운 연결을 통한 창조의 섬 제주’를 비전으로 내걸고 네트워킹 구축에 중심을 뒀던 제주센터가 성과 중심의 일자리 창출로 방향을 전환한다면 창업 생태계 구축은 후퇴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도를 꿈꾸는 제주센터의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제주의 핵심정책수단으로 조례를 만들어 지방 출자·출연기관으로 100% 전환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도지사가 바뀌면 동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전정환 제주센터 센터장은 “아직은 확실히 결정된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섣불리 앞으로의 방향을 말하기 곤란하다”면서도 “혹여 중소벤처기업부 산하에 가더라도 센터는 분명한 방향성이 정리돼 있기 때문에 새로운 시도가 수용될 수 있도록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중앙부처 조직 개편에 따른 방향 설정이 주요 과제로 남으면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는 가운데, 전 센터장은 카카오와 아모레퍼시픽, 민간 차원의 제주스타트업협회 등 제주만이 갖고 있는 사회적 자본들이 긍정적인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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