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으로 위장해 유흥주점에서 일하다 살해된 중국인 여성 불법체류자의 사연에 검찰마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부장판사 제갈창)는 지난 3월19일 오후 11시 제주 서귀포시 모 호텔에서 유흥주점 여종업원 중국인 A씨(35·여)를 목 졸라 살해한 혐의(살인 및 사체유기미수 등)로 기소된 선원 김모씨(41)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고 21일 밝혔다.

살해된 A씨는 지난해 무사증으로 제주에 들어와 허위로 난민 신청을 해 장기간 체류 중에 변을 당했다.

난민법에 따라 종교나 정치적 탄압을 이유로 난민 신청을 하면 난민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최대 1년간 거주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난민으로 인정이 안 돼도 이의신청과 행정심판, 행정소송 등을 제기해 체류기간을 6개월 이상 더 연장할 수 있다.

검찰은 지난 20일 이처럼 난민 신청을 하면 합법적으로 장기간 체류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해 불법체류자의 신분을 세탁하려 한 전직 출입국공무원인 임모씨(60) 등 10명을 기소했다.

공교롭게도 살해된 A씨의 난민 신청을 도운 게 바로 임씨 일당이다.

검찰은 허위 난민 사건을 조사하며 살해된 A씨가 임씨 일당에게 도움을 받은 불법체류자 35명 중 1명이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설명했다.

살인사건 당시 검찰은 A씨 유족들이 제주를 찾아 시신을 수습해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비용을 지원했었다.

우리나라와 중국은 피해자 보호 협정을 맺고 있지 않아 A씨 유족에게 장례비 지원을 해야할 법적 근거가 없었다.

경찰과 검찰은 타국에서 고향에 있는 가족을 위해 고되게 살다 살해된 여성의 삶을 안타깝게 여겨 도울 방법을 찾다 피해자 보호법과 대검 예규 등을 뒤져 지원을 결정했다.

제주지검 관계자는 "난민 사건을 조사하면서 살해된 A씨가 임씨 일당에게 도움을 받았던 걸 알고 놀랐다"며 "만약 A씨가 난민 신청을 하지 않고 불법체류자로 지내다 강제소환됐다면 이런 비극은 없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저작권자 © 뉴스1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