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쏟아지면 비행기도 사람처럼 더위를 먹는가 보다. 미국의 아메리칸 에어라인은 지난 6월 폭염으로 애리조나 주 피닉스의 스카이하버 국제공항에서 30편의 항공기 이륙을 취소했다. 다른 350대의 비행기는 지연 출발 등의 영향으로 승객과 항공사에 불편과 손해를 끼쳤다.

비행기는 어떻게 더위를 먹는가. 비행기가 공중에 뜰 수 있는 건, 비행기가 속력을 낼 때 날개를 떠받치는 공기의 힘, 즉 양력(揚力)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기온이 높아지면 공기는 팽창하면서 밀도가 낮아진다. 밀도가 낮은 공기는 비행기가 이륙할 때 충분한 양력을 내지 못한다. 아메리칸 에어라인이 하루 동안 비행기 20대 이륙을 취소한 것은 6월 20일이었으며, 그날 오후 공항의 기온은 섭씨 47.77도까지 올라갔다고 한다.

이런 상황이 벌어진 후 미국 항공우주국(NASA) 산하 컬럼비아대학교의 라먼트도허티 지구관측소에서 연구보고서를 냈다. 그 요지는 기후변화가 장차 전 세계적으로 항공기 운항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얘기다. 비행기가 이륙할 때 양력이 떨어지면 출발을 취소하거나 늦추게 되고, 연료와 화물을 덜 싣고 탑승객도 줄여야 한다. 이런 이유로 비행기 승객, 항공사, 공항 등에 연쇄적인 불편과 경제적인 손해를 끼치게 된다.

이 보고서에서 전문가들이 또 우려하는 것은 공중에 뜬 비행기의 동요(turbulence)가 폭염으로 인해 더 심해진다는 것이다. 기후변화는 여름에 열파를 일으키고 이게 비행기를 요동치게 함으로써 기내 승객들을 부상으로 이르게 할 수 있다. 날이 갈수록 비행기 여행이 보편화되는 시대에 비행기가 날아다닐 대기는 불안정해지고 있는 것이다.

지구 평균기온은 1980년 이후 섭씨 1도 이상 상승했다. 현재의 온난화 추세대로 간다면 2100년 기온은 섭씨 2.78도 더 올라간다. 컬럼비아대학 관측소의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전 세계 공항의 하루 중 최고 기온은 2080년이 되면 지금보다 최고 섭씨 7.78도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예측이다.

우리는 지금 기후변화 시대의 한복판에 살고 있다. 언론이 떠들어서 그런 게 아니라 몸소 현저하게 느끼고 있다. 장마의 패턴도 과거와 사뭇 달라졌다. 과거에는 장마철이 되면 며칠씩 비가 오고 가끔 두꺼운 옷을 찾을 정도로 기온이 떨어지기도 했다. 지금은 더위가 장마에 갇힌 듯 찌는 듯이 덥고, 종로에 소나기가 쏟아지는데 강남은 멀쩡한 국지성 호우 현상이 빈발하다.

여름에 더운 것은 당연한 자연현상이나 과거의 춘하추동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계절이 달라진 것을 확연히 느끼게 된다. 게다가 지구촌 곳곳에서 들려오는 기후변화의 조짐을 보고 들으면 불길한 생각이 든다.

기후변화와 연관하여 올해 가장 두드러진 소식은 남극반도의 거대한 빙하 자락이 깨어지면서 거대한 빙산이 바다로 떨어져 나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이 '라르센C'라고 이름을 붙인 이 빙하 덩어리는 크기가 5800㎢로 제주도의 3배다. 과학자들은 지난 1만년 동안 이렇게 큰 남극빙하가 깨어져 나간 적이 없었다고 추정하며 지구온난화 영향인지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라르센C 빙붕(氷棚)은 남극을 덮고 있는 두께 1000m 이상의 빙하가 흘러내려 마치 그릇에 가득 놓은 밀가루 반죽이 넘쳐나듯 바다로 흘러내려 걸쳐 있는 상태의 빙하다. 이건 바다를 덮고 있기 때문에 바다로 떨어져 나와 거대한 빙산이 되어도 해수면 상승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라르센C와 이어진 거대한 남극 대륙빙하가 미끄러져 남빙양으로 흘러들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세계 해수면은 금세기가 끝나기 전에 5m 상승한다는 예측이 나왔다. 해수면 5m 상승. 그건 상하이, 싱가포르, 홍콩, 뉴욕, 런던, 그리고 인천 부산 목포가 바닷속으로 잠긴다는 걸 의미한다.

최근 미국 등 서방의 언론보도를 보면, 겁을 주는 건지 모르지만, 남극과 더불어 북극을 덮고 있는 얼음 면적이 급격히 줄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름철 북극해 연안지역, 즉 러시아 알래스카 캐나다의 북극 해안이 얼음이 사라지면서 배의 통행이 활발해지고 있다. 해운 회사들은 항로 단축으로 좋아하고 있으나 과학자들은 기후변화의 위험신호로 보고 있다. 2030~2040년 언젠가 여름 동안 북극해를 덮고 있는 얼음이 없어지고, 북극바다는 더욱 태양열을 잘 흡수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북극해 주변 기온이 더 올라가서 그린란드를 덮고 있는 얼음을 녹이고 북극해 주변 지역의 기후를 더 급속히 변화시키는 악순환이 일어난다는 논리다.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의 예언대로 지구가 금성같이 유황이 펄펄 끓는 행성으로 변하지는 않을지라도 금세기 안에 기후가 평형을 잃고 요동칠 수도 있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그땐 비행기 여행이 아예 불가능할지도 모를 일 아닌가. <뉴스1 고문>
저작권자 © 뉴스1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