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맞춤형 복지팀 현장형 서비스 '구슬땀'
내년 모든 읍면동 배치…"지역 실정 고려해야"

"사는 게 너무 힘들어. (저 세상으로) 가버리지도 못하고…"

8일 늦은 오후 제주시 건입동행정복지센터 '맞춤형 복지팀' 정경미 계장과 김인숙 주무관이 찾은 곳은 제주시 건입동의 한 허름한 주택.

출입문을 열자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한 나무바닥 위에는 비쩍 마른 김모 할머니(90)가 위태롭게 서 있었다.

김 할머니 뒤로 보이는 것은 10㎡(3평) 남짓한 방 한 칸과 색 바랜 낡은 남성 작업화 한 켤례 뿐. 20여 년 전 남편과 사별한 뒤 줄곧 혼자 지내온 그였다.

이날 오랜만에 단비가 내려 더위가 가실 법도 했지만, 쪽방 안은 바람 한 점 없는 그야말로 '찜통'이었다.

하나 뿐인 창문은 옆 건물 벽과 바로 붙어 있었고, 장마철을 넘긴 이부자리 밑에는 검푸른 곰팡이가 슬어 있었다.

수십일째 이어져 온 불볕더위에 음식 조리도 힘들었는지 부엌 가스레인지 위는 먼지투성이었다.

막 돌기 시작한 선풍기는 더운 바람만 내뿜었다.

김 할머니는 조심스레 부채를 건네며 힘 없이 "고맙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매일 전화로 자신의 안부를 물어주고 매주 직접 찾아와 살펴주는 공무원들이 더없이 고마워서다. 김 할머니는 그동안 지역 복지가 등이 기탁한 쌀과 김치, 두유, 도시락 등을 수시로 전달받아 왔다.
 

정 계장과 김 주무관은 이날 김 할머니의 집을 비롯해 독거노인인 이모 할아버지(84), 손녀 2명과 함께 지내고 있는 허모 할머니(69·지체장애 3급) 집도 방문했다.

모두 맞춤형 복지팀 복지대상자 전수조사를 통해 발견된 곳들이다.

작은 창문 조차 없는 캄캄한 방에서 나온 이 할아버지는 목덜미에 젖은 수건을 걸친 채 손님을 맞아 안쓰러움을 더했다.

허 할머니의 경우 최근 건강 악화로 걸을 수 없게 되면서 폭염 속 주변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이들은 할머니, 할아버지의 건강·안전 상태와 가족·친구 관계를 거듭 확인하고, 선풍기·여름 이불 등 냉방용품과 두유·파스 등 지역사회 후원 물품을 꼼꼼히 챙겼다.

간단한 행정 처리도 현장에서 거뜬히 해결했다.

8년째 혼자 살고 있다던 이 할아버지는 "(폭염이) 정말 지옥 같다. 그래도 선풍기, 여름 이불을 지원 받아서 잘 버틸 수 있는 것 같다"면서 "꼭 자식처럼 챙겨줘서 고마을 뿐"이라고 전했다.

허 할머니는 "한동안 식사도 잘 못했다. 장애 때문에 못 일어나 가스레인지도 못 켤 지경이었다"며 "그걸 안 직원들이 버너, 전기레인지, 선풍기 등을 지원해 주더라. 어떻게 해야 할 지 막막했었는데…"라고 말끝을 흐리기도 했다.
 

이와 같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 바로 '맞춤형 복지팀'이다.

3명 이상의 사회복지담당 공무원으로 구성되는 맞춤형 복지팀은 현재 전국 각 읍·면·동지역 센터에서 복지서비스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찾아가는 복지 상담, 복지사각지대 발굴, 통합사례관리, 지역자원 발굴·지원 등을 통해 수요자의 필요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이다.

아울러 복지관련 기관·법인·단체·시설 등과의 지역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보건·복지·고용 등의 다양한 문제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김 주무관은 "복지대상자들의 삶이 조금씩 바뀌는 모습을 볼 때 정말 큰 보람을 느낀다"며 "이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중요하고 시급한 가치인지 매 순간 절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 기준 현재 도내에 설치된 맞춤형 복지팀은 총 16개(제주시 9·서귀포시 7)로, 도는 올해 16개, 2018년 19개를 추가 설치해 2018년 말까지 모든 읍·면·동지역에 맞춤형 복지팀을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 과정에는 지역 특성을 고려한 탄력적인 팀 배치가 고려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 계장은 "원도심의 경우 상대적으로 독거노인과 장애인 등 복지대상자 비율이 높기 때문에 적정한 수준의 인력 추가 배치가 이뤄져야 한다"며 "인력의 전문성과 적정성을 고려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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