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관광객을 사로잡아라] 上. 달라진 관광패턴
힐링·휴양에만 초점…제주色 입힌 관광유인전략 필요

[편집자 주]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빠져나간 제주에 개별관광객이 주를 이루면서 관광 유인 정책의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호텔에서 바캉스를 즐기는 ‘호캉스족’, 휴양림만 찾는 ‘힐링족’ 등 개별관광객들이 특정 관광에만 쏠리면서 관광객 유치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뉴스1 제주본부는 2차례에 걸쳐 달라진 제주 관광패턴을 살펴보고 지속가능한 발전 방향을 모색해본다.
 

중국 정부의 금한령(限韓令)으로 인해 직격탄을 맞은 제주 관광이 단체중심의 양적 성장에서 개별중심의 질적 성장으로 전환을 꾀하고 있는 가운데 개별관광객들의 여행패턴도 ‘양’보다는 ‘질’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관광시장의 트렌드에만 쫓기면서 제주만의 색깔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해 다양한 욕구를 읽고 충족시킬 수 있는 전략 수립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지속가능한 관광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제주만의 경쟁력을 가진 문화관광 콘텐츠 개발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 개별관광객 전년 전체의 78%→95%로 껑충
 

8일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제주를 찾은 내·외국인 관광객은 861만9182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910만4007명) 대비 5.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외국인 관광객은 89만6971명으로 전년(204만8347명) 대비 56.2%나 감소했고, 내국인 관광객은 772만2211명으로 전년(705만5660명) 대비 9.4% 증가했다.

2008년부터 10년간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려온 제주 방문 관광객이 지난 6월부터 감소세에 접어들고, 그동안 유커(중국인 단체관광객)로 인해 제주 여행을 기피했던 내국인들이 다시 제주로 몰려들고 있는 게 특징이다.

전체 관광객의 89.5%를 차지한 내국인 관광객의 경우 패키지는 41만8111명으로 전년(50만7854명)보다 17.7% 감소한 반면 개별여행은 645만5613명으로 전년(583만8226명)보다 10.6% 늘었다.

항공편과 숙소, 렌터카를 여행사를 통해 예약하고 관광일정은 자유롭게 짜는 부분패키지를 이용한 관광객은 84만8487명으로 전년(70만9580명)보다 19.6% 늘어나 가장 큰 변화폭을 보였다.

2016년에는 개별여행과 부분패키지를 합한 개별관광객 비중이 전체 관광객의 78.6%를 차지한데 비해 올해는 95.5%로 갈수록 개별관광객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어카텔(항공+렌터카+숙박)’ 등 부분패키지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김대훈 제주로투어 대표는 “한 번에 묶어서 저렴하게 이용하되 자유롭게 여행을 즐기는 관광객들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덩달아 제주에서의 관광 패턴도 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여유 누리는 호텔·휴양림 각광…펜션·인공관광지 발길 뚝
 

이전에는 ‘얼마나 많은 곳에 가서 발도장을 찍을까’가 여행의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어디서 여유롭게 힐링을 할까’가 여행의 화두가 됐다는 게 김 대표를 비롯한 관광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호텔에서 바캉스를 즐기는 ‘호캉스족(호텔과 바캉스의 합성어)’과 자연휴양림에서 온 종일 시간을 보내는 ‘힐링족’ 등이 늘어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서귀포자연휴양림의 경우 성수기인 8월 약 300명가량 수용 가능한 숙소와 야영데크 예약이 이미 꽉 찬 상태이며, 절물자연휴양림은 하루 평균 2500명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온라인 블로그 등을 통해 유행처럼 번진 일부 카페나 식당에서의 사진찍기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이외 다른 관광업체들은 내국인 관광객 증가를 전혀 체감할 수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도내 관광업체들에 따르면 가족단위가 주로 찾았던 서귀포의 한 유명 인공관광지는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전년보다 40%가량 줄고, 펜션이나 민박의 경우 매출이 70% 가까이 줄어 엄청난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인 관광객이 주로 찾는 곳이 아니었음에도 매출이 줄어든 이유로는 ‘숙박시설과 관광지의 과잉’과 ‘내국인 관광객의 감소’가 꼽혔다.

정양훈 제주도관광협회 숙박업분과위원장은 “통계상으로는 내국인 관광객이 9.4% 증가했다고 하지만 제주에 세컨하우스를 두고 오가는 이들까지 단순 관광객으로 집계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증가폭은 훨씬 적다”며 “최근 몇 년간 숙박시설과 관광지가 무분별하게 증가하면서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맞지 않은 것도 매출 감소의 이유”라고 바라봤다.

정 위원장은 “15년간 펜션을 운영했는데 성수기에 이토록 사람이 없던 건 처음이다. 관광객들은 줄어드는데 계속해서 인프라만 늘리면 업계끼리 가격경쟁만 치열해질 것”이라면서 “관광당국은 지원금으로 위기를 해결하려하지 말고 장기적으로 과포화를 막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커가 빠져나간 자리를 내국인 관광객이 메꾸고 있다고 하더라도 ‘호텔’이나 ‘자연’에만 관광 유인 정책이 안주한다면 조만간 내국인 관광객마저 동남아 등으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때문에 제주만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단조로움을 탈피하고 개별관광객들의 다양한 욕구 충족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을 수 있는 콘텐츠 개발과 전략 수립이 요구되고 있다.

문화관광 콘텐츠 개발의 필요성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6년 제주관광 질적 성장 기본계획 문화영향평가 연구’에서도 언급됐다.

이 연구에서 문체부는 “제주 방문관광객의 전반적인 관광행태는 자연관광에 대한 경험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문화관광을 통한 제주문화 경험 정도는 낮다”며 “자연경관 관람에 편중된 관광행태는 제주도 관광산업 전체에 단조로움을 가져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문체부는 이어 “자연관광객들을 문화관광지로 이끌어낼 수 있는 자연관광과 문화관광의 연계사업과 도심권 문화를 활용한 전천후 문화관광 사업에 대한 영역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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