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산란계 부화장 없어 병아리 전량 육지서 반입
생산량 줄고·병아리 비싸고…"사태 장기화 예의주시"

"고병원성 AI(조류 인플루엔자)가 끝나나 했더니 이번엔 '살충제 달걀'이네요."

15일 낮 12시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에 위치한 제주지역 최대 산란계(알 낳는 닭) 농가인 A농가는 여느 때와 달리 한산한 분위기였다.

유럽에서 파문이 일고 있는 이른바 '살충제 달걀'이 국내에서도 발견되면서 이날 0시를 기해 전국 모든 농장의 달걀 출하가 중지됐기 때문이다.

농가 안에서는 흰 방역복을 입은 제주도 동물위생시험소 직원 2명이 일제 잔류농약 검사를 위한 달걀 한 판을 수거하고 있을 뿐이었다.

A농가의 바람은 현재 3000마리 이상 규모의 산란계 농가를 대상으로 한 달걀 잔류농약 검사가 빨리 끝나는 것이다. 검사 결과 이상이 없는 농가의 달걀은 즉시 출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검사 결과는 빨라야 사흘 뒤에야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A농가 관계자는 "당분간 출하가 금지된 만큼 사태 장기화 여부에 긴장하며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도내 산란계 농가에서는 문제가 된 피프로닐(Fipronil)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고 있어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곧 텅 빈 창고를 돌아보는 농가 관계자들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 묻어 있었다.
 

제주의 경우 산란계 부화장이 없어 산란계 병아리 전량을 육지부에서 받아야 하는데, 올 초 AI 파동으로 전면 중단됐던 가금류 반입이 지난달 말이 돼서야 허용되면서 아직 정상화되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농가로 반입된 산란계 수가 줄어들면서 A농가의 하루 달걀 생산량은 당초 19만5000여 개에서 현재 13만2000여 개로 6만300여 개 가량 급감한 실정이다.

여기에 AI로 인한 폐사 등에 따른 전국 산란계 수 감소로 1400원선이던 산란계 병아리 한 마리 가격이 최근 2900원선까지 폭등한 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A농가 관계자는 "사실상 분기마다 한 번씩 산란계 병아리가 들어와야 하는데 6개월 이상 (가금류) 반입이 금지되면서 그새 달걀 생산량도 크게 줄고, 병아리도 비싸져 버렸다"며 "이번 파동이 (AI 피해에 이은) 이중고로 이어지지 않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도와 도 동물위생시험소에 따르면 현재 도내 3000마리 이상 규모의 산란계 농가는 일반농가 10곳과 무항생재 인증 농가 13곳 총 23곳이다.

일반 농가는 도 동물위생시험소가, 무항생제 인증 농가는 농산물품질관리원 제주지원이 각각 맡아 전수 검사에 나서고 있다.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사흘 정도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일시적인 달걀 수급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도내 23개 농가에서 생산하는 달걀은 1일 55만개 규모로, 이번 검사가 끝나는 오는 17일까지 165만개의 달걀 공급이 중단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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