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사건 당시 고난에 처했던 제주도민들의 생활문화를 엿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돼 눈길을 끌고 있다.

17일 제주4·3평화공원 잔디광장에서는 제주4·3희생자유족회 부녀회가 주최한 '4·3 그 시절 제주감물염색 시연 및 향토음식 경진대회'가 열렸다.

이 행사는 4·3 당시의 생활을 돌아보며 당시의 기억을 널리 공유하기 위해 2015년 시작돼 올해로 3회째를 맞았다.

행사장 한쪽의 너른 잔디마당에서는 부녀회원들이 직접 제주 감물을 들인 천들이 햇볕에 건조되고 있었다.

이를 다시 물에 적셔 건조하는 과정을 수차례 반복하면 제주 만의 고운 색이 만들어지는데 그것이 바로 제주 전통 의복인 '갈옷'이다.

이날 스카프용과 이불용으로 제작된 천은 4·3 희생자 미망인 등 4·3 유족들에게 전달돼 의미를 더했다.

다른 한쪽에는 옛 제주도민들이 즐겼던 다채로운 향토음식들이 옛 모습 그대로 재현돼 있었다.

보말죽, 톳보리 주먹밥, 구젱기 적갈(소라적) 등 제주 전통 해산물 음식에서부터 고구마 메밀 범벅, 고구마떡, 메밀송편, 미숫가루밥, 상외떡 등 피난민 음식까지 다양했다.

이날 향토음식 경진대회 심사위원장을 맡은 김지순 제주향토음식 명인은 "옛 제주 음식의 맛을 그대로 재현한 음식에서부터 옛 식재료를 바탕으로 현대인의 입맛에 맞게 조리법을 개선한 음식까지 매우 풍성했다"며 "앞으로 이를 후대에 전수하기 위한 노력이 병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총평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개회식 인사말에서 "제주 4·3은 '한'이라는 한마디 말 외에는 달리 표현할 말이 없는 사건으로, 그 한을 겉으로 드러내는 데에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내년 70주년은 4·3의 완전 해결을 위해 큰 줄기가 해결된 상태에서 맞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행사를 주관한 오정희 제주4·3희생자유족회 부녀회장은 "앞으로도 4·3 미망인들의 편한 잠자리를 도와드리고 어려운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문화를 계승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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