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에 개편된 제주 대중교통체계의 핵심인 '대중교통 우선차로제(중앙·가로변)'가 처음 시범 운영된 23일 오전 8시 제주한라대학교 앞 정류장.

제주한라대와 제주국제공항, 제주대학교를 잇는 500번 버스가 도착하자 출근하는 직장인과 등교하는 대학생 등이 한 데 몸을 실었다.

곧이어 '가로변차로제'가 적용된 노형초등학교, 노형오거리, 제주한라병원 정류장을 지나가던 버스는 느릿느릿 가다 서다를 수차례 반복했다.

일반 승용차의 끼어들기와 불법 주·정차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무수천사거리에서 제주국립박물관까지 총 11.8km에 적용된 가로변차로에서는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한 출·퇴근 시간대인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오후 4시30분부터 7시30분까지 버스·택시·긴급자동차 등만 통행할 수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홍보 또는 인식은 부족한 모습이었다.

가로변차로에서 승용차를 몰던 김석영씨(43·여)는 "대중교통체계가 바뀌는 건 알고 있었는데, 어떻게 바뀌는 지에 대해 세세히 알지는 못했다"며 "그런데 어떻게 주변에 지도하는 공무원 하나 없느냐"고 따져 물었다.
 

'중앙차로제'가 적용된 제주공항 일대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공항 일대 중앙차로는 신제주 입구 교차로(해태동산)에서 공항 입구까지 총 800m다.

공항 방면의 경우 총 6차로 중 1차로는 공항 도착장 전용, 2차로는 공항 출발장 전용으로, 두 차로에서는 가로변차로와 마찬가지로 버스·택시·긴급자동차 등만 통행할 수 있다. 신제주 방면의 경우 1차로만 중앙차로다.

다행히 신제주 입구 교차로 초입에서는 경찰관의 지도·감독이 이뤄지면서 중앙차로로 끼어드는 승용차는 단 한 대도 없었다.

그러나 공항 입구에 다다르면서 버스와 택시, 승용차들이 뒤섞이기 시작했고, 중앙차로와 일반차로로 이원화된 신호체계까지 맞물리면서 혼란은 가중됐다.

특히 중앙차로 구간의 신호시간이 늘어나면서 반작용으로 나머지 2개 도로 구간의 신호시간이 짧아져 공항 일대 교통정체는 심화돼 갔다. 공항 방면 도로의 경우 용문마을까지 2km 가량 정체가 빚어지기도 했다.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이동한 관광객 서진영씨(30·여·서울)는 "전용차로를 만들기에는 도로가 너무 협소한 것 아니냐"며 "1시간 여유를 두고 (숙소에서) 출발했는 데도 차가 막혀 하마터면 비행기를 놓칠 뻔 했다"며 불만을 늘어놨다.
 

버스 기사들도 어려움을 토로했다.

공항 경유 버스를 운행하는 기사 A씨는 "우선차로제로 인해 공항 일대 교통혼잡이 더 심해진 건 사실"이라며 "가로변차로에서의 혼잡은 인식 개선의 문제지만, 중앙차로제에서의 혼잡은 신호체계에 따른 동시다발적인 문제기 때문에 다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사 B씨는 "개편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혼선은 불가피하다"면서도 "버스가 정시성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무단 횡단 등 사고 위험도 커질 수 있어 지도감독의 양적·질적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로변차로는 기존 차선을 파란색으로 도색하기만 하면 돼 완비된 상태지만, 도로 중앙 정류장을 동반한 중앙차로의 경우 여전히 공사 중인 실정이다.

공항 일대는 물론이고, 광양사거리에서 아라초등학교까지 이어지는 2.7km 구간도 아직 마무리가 안 됐다.

도는 조속히 공사를 완료해 10월 말 모든 중앙차로를 개통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달라진 버스노선 정보를 안내하고 불편신고를 전담할 '불편신고센터(064-710-7777)'와 읍·면·동 중심으로 다음달 1일까지 이뤄지는 현장점검 등을 통해 관련 불편사항들을 개선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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