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 시간 단축·요금 단일화 장점…막차 시간 아쉬워"

"평소보다 10분 정도 더 빨라진 것 같네요."

26일 제주시 남녕고 3학년에 재학중인 양유정 군(19)이 만족스럽다는 표정으로 제주 대중교통체제 개편 첫날 버스를 탄 소감을 전했다.

양군은 이날 학교 인근인 제주시 연동 한라의료원에서 학원이 있는 이도동 중앙여고 정류장까지 평소에는 30여 분 걸리는 데 노선이 바뀌면서 10분이 단축됐다고 설명했다.

양군은 자타가 인정하는 '버스 마니아''버스 박사'다. 그의 대중교통과 버스에 관한 해박한 지식은 원희룡 도지사가 조언을 구했을정도다.

제주 버스정보와 버스역사로 가득찬 양군의 블로그 '제주 고딩의 다락방'은 하루 1000~2000명이 방문한다.

중학교 1학년부터 블로그를 시작한 양군은 등하교를 하며 부족하다고 느낀 대중교통 정보를 직접 수집해 분석했고 지금은 어엿한 인기 블로거로 자리잡았다.

버스를 향한 그의 애정은 제주 대중교통체제를 30년만에 개편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지난 1월 제안서를 들고 도청 관련 부서를 찾아간 일화에서도 잘 드러난다.

교통 담당 공무원들 사이에서 유명인이 된 양군은 지난 7월 원희룡 제주지사가 대중교통체제 개편을 앞두고 의견을 수렴하려 부른 학생들 중 한명이다.

당시 양군은 최대 4000원인 급행버스 요금이 비싸다며 요금을 내려 중산간 지역 주민들의 이동권을 보장해야한다는 당돌한 지적을 했다.

이날 오후 5시쯤 학원을 마치고 중앙여고에서 다시 남녕고가 있는 연동 한라의료원 정류장에 가는 355번 버스를 양군과 함께 탔다.

양군은 목적지로 가는 중간 지점인 제주시외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내려 읍면지역으로 가는 250번 버스로 환승할 것을 권유했다.

가만히 앉아있어도 목적지까지 도착하는데 굳이 환승하는 이유는 뭘까?

양군은 "읍면지역으로 가는 버스는 시내버스에 비해 거치는 정류장이 적어 환승하려고 이동하는 시간을 더해도 더 빨리 도착한다"며 "요금도 구간별로 받던 시외버스 요금이 시내버스 요금으로 단일화하면서 더 저렴해졌다" 말했다.

실제 양군의 말대로 250번 버스가 한라의료원 정류장에 도착하고 조금 뒤에야 355번 버스가 도착했다.

버스 노선과 환승 정보를 잘 활용한다면 이동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사례다.

개편에 대한 우려와 아쉬움도 있었다.

양군은 이번 개편의 핵심 중 하나인 도로 가로변(3차선)을 버스 우선차로로 이용하는 가로변차로에 대해서도 "제주의 가로변 도로는 차가 튀어나오는 접속도로(도로에서 건물에 이르는 통로)가 많은 편이라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양군은 학생 입장에서 막차 시간 연장이 미미한 점을 가장 아쉽다고 말했다.

양군은 "막차 시간이 기존보다 10분 정도 늘어난 수준이라 오후 11시 야간자율학습이 끝나는 걸 감안하면 큰 의미가 없다고 토로했다.

외도행 등하교 노선은 개편으로 3개에서 하나로 줄어 학생이 몰려 만원버스가 될 수 있다고 걱정도 했다.

양군은 "이번 개편을 앞두고 공무원들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많았는데 학생들이 불편함 점을 행정기관에 제대로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양군은 "시행 착오 없는 성과는 없다"며 "학생과 도민들도 다소 불편한 점은 있겠지만 주인의식을 갖고 참여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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