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문화로 돌봄 여건 타 지역에 비해 비교적 수월
출산장려금 지원·육아나눔터 설치 등 행정 노력 뒷받침

제주도가 셋째 이상 출산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전국 17개 시·도 ‘2016년 출생통계’에 따르면 제주지역 출생아 중 셋째아 이상 구성비는 17%로 전국 1위였다. 전북(14.5%)과 전남(14.3%)이 뒤를 이었다.

첫째아 구성비가 58.9%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던 서울은 셋째아 구성비가 6.3%에 그치면서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는 분위기가 팽배해진 것과는 대조적이다.

전국 평균 셋째아 이상 구성비는 9.8%로, 제주는 타 지역에 비해서도 셋째 이상 자녀를 낳는 비중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육지와 단절돼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야만 했던 섬의 특성상 비롯된 ‘괸당’과 ‘수눌음(품앗이)’ 문화 때문으로 풀이된다.

괸당은 혈족이나 친척, 넓게는 학연과 지연, 이웃까지 포함한 제주어로, 척박한 환경 속에서 가족과 이웃들을 서로 도와주고 밀어주려는 제주인의 공동체 문화를 일컫는 말이다.

부정적인 연고주의를 대변하는 의미로 전락한 부분도 있지만 핵가족화로 인해 가족 돌봄 기능이 약해진 현재, 가족과 이웃이 서로 돕고 사는 괸당 문화는 긍정적인 작용을 하는 면도 크다.

고지영 제주여성가족연구원 박사는 “제주는 아무래도 지역적·문화적으로 타 지역에 비해 협소하다보니 가족이나 이웃들에게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여건이 훨씬 좋다”면서 “가족끼리 육아를 공동으로 하는 것도 좋지만 장기적으로는 정책적으로 돌봄 서비스가 제공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 박사는 여전히 남아 있는 ‘남아선호사상’도 셋째 이상 자녀가 높은 이유로 꼽을 수 있다고 바라봤다.

실제로 제주는 2016년 통계상 여아 100명당 남아 수가 108.1명으로 나타나 전국에서 가장 높은 성비 차이를 보였다. 울산은 107.1명, 경북은 106.9명, 대전은 106.6명 순으로 나타났다.

고 박사는 “첫째와 둘째가 딸일 경우 아들을 낳으려고 하다 보니 셋째, 넷째까지 낳는 경우도 많이 있다”면서 “단정 지을 순 없지만 남아를 선호하는 문화적인 요인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이유로는 ‘출산장려금’과 ‘둘째 이상 양육수당 지원’, ‘제주형 수눌음육아나눔터 조성’ 등 행정적인 지원도 꼽힌다.

도는 제주도에 주소를 6개월 이상 주소를 두고 출산 신고를 할 경우 첫째는 10만원, 둘째는 20만원, 셋째는 60만원, 넷째는 12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지자체마다 지원 기준이 다르지만 출산 독려를 위해 도는 2018년 1월 1일부터 지원 금액을 높여 첫째는 50만원, 둘째 이상은 200만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 다자녀가정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2014년 1월부터 둘째 이상을 출산한 가정에 매월 5만원씩 1년간 양육수당을 지원하는 정책도 펼치고 있다. 2016년 제주도로부터 양육수당을 지원받은 도민은 총 2741명으로, 집행된 금액은 17억6460만원에 이른다.

올해 1월 1일부터는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기탁금을 활용해 셋째 이상 출산한 저소득가구에게 출산 축하금 20만원도 지원하고 있다.

자녀 돌봄의 문제가 개인적인 가정사를 넘어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하는 과제로 인식되면서 2016년부터 도내 읍·면·동에는 이웃들이 함께 모여 돌봄을 할 수 있는 ‘수눌음육아나눔터’도 설치되고 있다.

저작권자 © 뉴스1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