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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도 사람이 산다”…섬 정서를 음악영화에 담다[제주에 혼듸 살아요] 18. 이상목 영화감독
국제영화제서 제주 알려…양질의 콘텐츠 제작 주력
  • (제주=뉴스1) 안서연 기자
  • 승인 2017.09.01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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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제주가 연간 전입자 수 10만 명 시대를 맞이했다. 이주민들이 제주 곳곳에 스며들면서 제주민들과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제주에 애정을 품고 온 이주민들은 더 나은 제주를 위해 ‘나’와 더불어 ‘우리’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혼듸(함께의 제주말) 제주’를 2017년 대주제로 내건 뉴스1 제주본부는 ‘제주에 혼듸 살아요’라는 주제로 올 한 해 동안 2주에 한 번씩 이들의 고민을 담아보고자 한다.
 

이상목 영화감독 인터뷰. © News1 이석형 기자

여름비가 내리던 8월의 어느 날, 낮은 목소리로 부르는 ‘서귀포 칠십리’가 제13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흘러나왔다.

지붕이 날아간 서귀포관광극장에서 인디뮤지션 단편선이 노래하는 서귀포의 그리움이 스크린을 가득 메우고, 관객들은 숨을 죽인 채 제주의 아픔을 들여다봤다.

‘한국 음악영화의 오늘’ 상영작으로 초청된 이상목 감독(40·제주시 연동)의 영화 ‘백년의 노래’의 한 장면이다.

2010년 서울에서 제주로 이주해온 이 감독은 지난해 제주 사투리로 랩을 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지꺼지게 Turn up!’으로 제천영화제에 신고식을 치른데 이어 두 번째로 초청되는 영광을 안았다.

아리랑라디오PD로 일하다 영화 창작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2015년 일을 그만둔 그는 ‘아무도 몰랐던 제주’를 음악영화에 담아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 육지 사람들은 몰랐던 제주도의 정서
 

영화 '백년의 노래'의 한 장면. 뮤지션 단편선이 서귀포관광극장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제공) © News1

‘백년의 노래’는 제주에 온 홍대 유명 뮤지션 단편선이 90세 부순아 할머니를 만난 것을 계기로 제주의 옛 노래들과 이야기를 찾아 떠나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부 할머니와 선흘리 동백동산을 거닐며 ‘4·3’의 역사를 듣고, 원도심 칠성로와 탑동 해변을 거닐면서는 이별의 정한을 담은 혜은이의 ‘감수광’을 부른다.

나이가 지긋한 관광해설사와 함께 서귀포 칠십리를 거닐며 떠나거나 변해버린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한림읍 명월리를 찾아 제주출신 가수 백난아의 ‘찔레꽃’을 불러보기도 한다.

섬이기 때문에 겪어야만 했던 이별, 아물지 않은 아픔으로 남아있는 제주4·3사건 등 이 감독은 사람들이 제대로 눈길 주지 않았던 제주의 정서를 무겁지 않은 시선으로 담아냈다.

서울 토박이인 이 감독이 아름다운 제주의 풍경 속에 숨겨진 아픔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대학교 때부터다.

문화인류학을 전공한 이 감독은 제주가 밝은 이미지로만 소비되는 관광 현실과 국가공권력에 의한 대규모 학살인데도 제대로 조명 받지 못하고 있는 4·3사건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껴 이 내용을 주제로 논문을 썼다.

그때까지만 해도 제주에서 살게 되리라고 상상하지 못했다는 이 감독은 “막상 제주에 살아보니 지역민들이 갖고 있는 4·3의 아픔은 더 충격적이었다”며 “이토록 아름다운 풍경에서 대학살이 이뤄졌는데도 사람들은 아쿠아리움은 가면서 북촌 너븐숭이 4·3기념관은 그냥 지나쳐가곤 한다”고 아쉬워했다.

이 감독이 라디오PD를 그만두고 영화를 만들게 된 건 이 ‘안타까운 마음들’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 감독은 “기존 영상 콘텐츠들은 제주를 이미지로써 소모하고 판타지를 재생산하는 경향이 컸는데 저는 그런 것들에 반대되는 주제 의식을 넣고 싶었다”며 “제주가 마냥 이상적인 곳이 아니라 이 안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는 걸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이어 “제주 곳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연결지점에는 4·3이 있었고 각자 바라보는 시선들도 모두 달랐다”며 “정치적으로 접근할 게 아니라 인간에 초점을 맞춰서 무겁지 않게 음악과 영화로 구현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 제주에서 ‘창작자’로 산다는 것
 

이상목 영화감독 인터뷰. © News1 이석형 기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제주의 아픔을 담아내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이 감독은 “전혀 다른 지역에서 와서 이 지역의 이야기를 담기 위해 관계를 형성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웠다”며 “사람들을 만나는 걸 굉장히 좋아했는데 그동안 지역민들을 만나며 상처도 많이 받았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이 감독의 열정과 진심을 믿어주는 이들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했고, 이들의 소개로 속 얘기를 꺼내주는 이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도 늘어났다.

이 감독은 스스로를 ‘예술가’라고 칭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했다.

이 감독은 “저는 예술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직은 필모그래피를 쌓으며 작업의 완성도를 한 단계 한 단계 높이는 과정일 뿐”이라며 “그동안에는 제주테크노파크와 영상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영화를 만들었는데 나중에는 투자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쉬지 않고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이 감독의 다음 작품은 ‘마임이스트’을 주제로 한 무성극영화다.

제주에서 나고 자란 한 마임이스트를 통해 고립된 섬 제주에서 예술을 한다는 것에 대한 고민을 담겠다는 계획이다.

이 감독은 “제주가 영감을 많이 주는 공간이라는 건 맞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이고 하드웨어적인 건 굉장히 열악한 게 사실”이라며 “양질의 완성도를 위해서는 다양한 시도를 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감독은 네트워크가 부족한 제주에서 콘텐츠 제작이나 공연 기획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코워킹’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제주에서도 문화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데 양질의 콘텐츠가 부족하다”며 “제주에 대한 이해가 있으면 그 안에 천착해버리고 실력이 있으면 제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우들이 있는데 감성적인 부분과 실력적인 부분을 겸비하기 위해서는 코워킹을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제주에서 산다는 것에 대해 감사함을 갖고 제가 잘할 수 있는 음악이라는 매체와 영상을 통해 지역사회에 좋은 시너지를 만들어주고 싶다”며 “누군가는 인정해주지 않을 수도 있지만 앞으로도 제주 섬의 정서를 음악영화로 담아내는 작업을 계속해서 이어나갈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제주=뉴스1) 안서연 기자  asy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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