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선 박사 “투자자·전문가·우연한 행정 3박자 필요"

윤주선 건축도시공간연구소 박사는 “도시재생을 위해서는 대규모 조직의 군대보다 변수와 리스크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해적이 필요하다”면서 도시재생 마스터플랜의 재고를 당부했다.

윤 박사는 스7일 김만덕기념관에서 열린 ‘스타트업 도시를 뛰게 하라 in JEJU’ 포럼에서 ‘도시재생 스타트업 사용설명서’를 주제로 한 강연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도시재생 스타트업을 왜 해야하는가’라는 화두를 던진 윤 박사는 “인구가 줄면 공간도 줄여야 낭비되는 인프라가 없어지는데 현실에서는 인구가 줄어드는데도 공간을 더 만들어내고 있다”며 “향후 재정 적자를 맞게되고 공공서비스 유지 관리가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도시의 소멸가능성에 대해 우려한 윤 박사는 ‘공간’을 해답으로 던지며 “수도권에 몰린 청년을 지방도시로 뿌려줘야 하는데 이는 공간을 활용하기 위한 방법”이라면서 “비어있는 공간으로 어떤 식으로 창업을 하느냐가 도시재생 스타트업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윤 박사는 ‘대규모 조직’이 아닌 ‘소규모 스타트업’이 도시재생에 적합한 이유로 Δ다양한 취향의 만족 Δ기존 생산 활용 Δ가변적 Δ신영역 발굴 등의 특성을 꼽았다.

그는 “과거에는 도시를 성장시킬 때 변수가 되는 건물이나 원주민들을 쫓아내는 식으로 개발했다. 마치 평야에서 싸우는 전투처럼 의사결정 과정이 위계적이었다”면서 “그런데 지금은 군대보다는 해적이나 산적처럼 변수와 리스크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다양한 실험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기존 도시재생 정책의 문제점으로 Δ중앙정부 부처와 개별법들 간의 칸막이 행정 Δ지역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전국 일률적 재생 방법 Δ효과검증을 수반하지 않은 보조금 뿌리기 Δ지역에 침투하지 못하는 표면적인 시책 Δ단기적 성과를 추구하는 시책 등을 꼽았다.

윤 박사는 효율적인 도시재생의 모범사례로 일본 히로시마 오노미치의 ‘자전거호텔 U2’ 등을 꼽으며 도시재생 스타트업에 필요한 요소를 제안했다.

그는 “시유지인 창고를 지역 청년들에게 장기 임대해줬는데 행정은 전혀 관여하지 않고 기획에서 설계, 시공, 유지관리까지 모두 통으로 맡겼다”며 “그 결과 행정이 기획해선 나올 수 없는 방식으로 자전거호텔이 탄생해 라이더들의 성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규모 스타트업이 도시에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며 숨을 불어넣고 있는 사례를 제시한 윤 박사는 도시재생 스타트업에게 필요한 것으로 Δ할아버지의 재력(투자자) Δ어머니의 정보력(전문가) Δ아버지의 무관심(행정) 등 3가지를 꼽았다.

그는 “행정은 단순히 업무 이양이 아닌 권한 이양을 해야 한다”면서 “리스크와 변수가 많은 현재 도시재생 마스터플랜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는 (사)도시재생전략포럼과 제주도가 스타트업을 통한 도시재생 방향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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