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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종 칼럼] 제주항공 기장들의 탄소 줄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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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이 얼마 전 흥미로운 보도 자료를 내놨다. 제주항공 소속 비행기 기장 25명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캠페인을 지난 7월 한 달 동안 실험적으로 시행했고 앞으로 더 체계적으로 이 운동을 전개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 보도 자료가 단순한 홍보용인지, 기장들이 지구를 보호하자는 진심이 담긴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런 운동을 벌인다는 소식은 듣기에 좋다.

비행기 에너지원으로 쓰이는 항공유도 화석연료다. 따라서 비행기가 하늘을 날기 위해 항공유를 연소하면 이산화탄소, 즉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동차의 대기오염에는 핏대를 세우면서도 비행기가 공기를 오염시키는 것엔 무관심하다. 이·착륙할 때만 빼고는 비행기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또 비행기를 타고 여행하는 즐거움을 생각하며 사람들은 비행기의 오염물질 배출에 무심한 듯싶다.

비행기는 얼마나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할까. 서울에 사는 사람이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 여행을 한다고 가정해보자. 김포-제주 노선에 주로 투입되는 비행기는 131석의 보잉737-600이다. 이 비행기가 김포공항을 이륙하여 제주공항에 도착할 때까지 연소되는 항공유는 2279㎏이다. 이때 나오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무려 7000㎏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사용한 연료의 약 3배쯤 무게가 더 나간다.

승객 1인당 53㎏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 셈이다. 제주도 왕복여행을 한다면 한 사람이 106㎏의 온실가스를 하늘에 뿌리게 된다. 이렇게 공기 중에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몇백 년이 되어도 없어지지 않고 지구를 덥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면 조종사는 어떻게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것인가. 책상 위의 계산은 간단하다. 연료사용을 줄이면 온실가스도 비례하여 줄어들게 된다. 그런데 실제 운항하면서 연료사용을 줄이는 것은 고도로 훈련된 기장이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 가능한 일이라고 한다.

비행기는 출발지 공항에서 엔진을 켜는 순간부터 도착지 공항에 착륙해서 엔진을 끌 때까지 연료가 소비된다. 비행기 운항 단계를 아주 단순화하면, 엔진시동을 걸고 활주로를 떠올라 1000m 고도까지 도달하는 이륙 단계, 최적 고도를 유지하며 비행하는 순항단계, 목적지 공항에 접근 1000m 고도 진입 후 착륙하여 엔진을 정지할 때까지의 착륙단계로 나눠볼 수 있다.

제주항공 조종사들이 연료사용을 줄이기 위해 실행한 방법은 세 가지다. 첫째 활주로에 진입하면서 추력을 이용하여 멈춤 없이 비행기를 이륙하는 것, 둘째 연료를 적게 먹는 최적 고도 유지, 셋째 공항에 접근할 때 계단식 하강을 자제하고 부드럽게 직선 하강하는 착륙자세 유지 등이다.

보잉737-600의 김포-제주 운항에서 측정한 1분당 평균 연료 소비량을 보면, 이륙과 착륙 단계에서 소비되는 항공유가 순항단계에서 소비되는 것보다 2.6배 더 많았던 것으로 나왔다. 김포-제주같이 짧은 노선에선 이·착륙이 연료 소비량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장의 세심한 비행기 조종 솜씨가 연료를 줄이는데 큰 몫을 할 수 있다는 걸 충분히 추정할 수 있다.

제주항공의 기장 급 조종사는 약 200명인데, 이번 온실가스 저감 캠페인에 자원한 기장은 25명이다. 캠페인에 참여하는 기장과 그렇지 않는 기장이 같은 노선의 같은 기종을 조종해서 소모된 연료량을 체크하면 캠페인의 효과를 수치로 측정할 수 있다. 제주항공은 그 효과를 수치로 내놓지 않았지만 오랜 기간 조종사들이 탄소 줄이기에 나서서 측정치가 축적된다면 유의미한 자료를 얻게 될 것이니 매우 고무적이다.

온실가스 배출 원인으로 그동안 가장 많은 눈총을 받아 온 분야가 자동차와 화력발전이지만, 최근 비행기가 관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비행기는 파리기후협정의 규제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유엔전문기구인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작년 10월 6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총회를 열고 이산화탄소를 규제하는 국제협정을 채택했다.

ICAO 협정은 2020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동결의 기준으로 삼고 2021년부터 그 이상 배출을 하지 말자는 게 골자다. 2020년 수준보다 배출을 초과할 경우는 항공사가 산림을 육성한다든가 탄소배출권을 구입해서 벌충해야 한다. 이 협정은 2026년까지는 자발적 참여로 가지만 2027년부터는 의무적이니 한국의 항공사들도 바짝 신경을 써야 할 때다.

현재 전 세계의 하늘을 날아다니는 상업용 비행기는 2만대로 추정되며 이들 비행기가 내뿜는 온실가스는 인류가 배출하는 총량의 약 2%다. 미미한 수치 같지만 항공수요의 폭발로 온실가스 배출은 급격히 늘어날 것이다. 여행객 증가를 감안할 때 2040년이면 5만대의 상업용 항공기가 지구 상공을 누비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으니 보통 일이 아니다.

항공기 운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다. 항공기 안전에 빈틈이 없게만 한다면, 조종사들의 온실가스 저감 운동은 항공 산업계 전체로 확산되는 게 바람직하다. 이·착륙 과정에서는 관제를 비롯한 공항당국의 운항관리가 비행기 이동시간에 영향을 끼치는 점을 감안하면 공항관리 당국의 상호협력이 또한 온실가스 저감에 긴요하다.

비행기 기장이 온실가스 줄이기에 나선 것은 항공사에는 연료절감효과가 있고, 지구에는 온실가스가 줄어드니 일석이조(一石二鳥)의 이득이다. <뉴스1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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