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세금과 행정력이 투입되는 등 선정 당시 논란이 컸던 세계7대자연경관 전화요금이 7년만에 완납된다.

7대자연경관은 행정기관에서만 200억원이 넘는 전화요금이 들어갔지만 선정 효과를 놓고는 지금까지도 의견이 분분하다.

20일 제주도에 따르면 세계7대자연경관 선정에 들어간 행정기관 전화요금 올해분 9억8900만원을 오는 25일자로 납부하면 7년간에 걸친 7대경관 요금 납부가 마무리된다.

2010~2011년 세계7대자연경관에 쓰인 행정전화요금은 모두 211억86만원이다.무려 국제전화 2억통에 달하는 횟수다.

이 가운데 KT가 41억6000만원을 감면해줘 제주도가 낸 돈은 170억2600만원이다.

이는 행정기관 전화기로 공무원들이 사용한 전화비만을 책정한 것이어서 실제 7대경관 선정에 쓰인 비용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는 2011년 104억2700만원을 시작으로 매년 10억원 이상의 요금을 납부해왔고 올해를 끝으로 전액 납부했다.

7대경관 투표는 당초 1통당 1200원이었다가 전국적으로 투표 열기가 확산하자 KT가 2011년 1월부터 100원으로 내렸다.

◇세계7대자연경관 어떻게 선정됐나?

세계7대자연경관은 스위스의 민간재단인 뉴세븐원더스(The New7wonders)가 '신 세계7대자연불가사의'에 이어 주관한 이벤트다.

인터넷투표를 거쳐 제주도는 2009년 7월21일 최종 후보지 28곳 가운데 하나로 이름을 올렸다.

초기에는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하다가 민선5기 우근민 지사가 도정 역점 사업으로 추진, 2010년말 7대경관 선정 범국민추진위와 범도민추진위가 출범한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인터넷 투표에 참여하고 김황식 총리가 정부 차원의 참여와 지원을 강조하는 등 전국적으로 투표 바람이 불었다.

2011년 11월11일 제주가 7대자연경관으로 선정되자 제주도는 2002년 생물권보전지역 지정, 2007년 세계자연유산 등재, 2010년 세계지질공원 인증 등 유네스코 자연과학분야 3관왕 등재에 이은 세계적인 쾌거라고 자평했다.

7대자연경관 선정 생산유발효과는 1년에 약 6400억~1조 3,000억으로 중형승용차 5만대 수출 효과에 상응한다는 제주발전연구원(현 제주연구원)의 조사 결과도 나왔다.

◇논란도 기대도 컸던 7대경관…7년간 활용 지지부진

긍정적인 시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7대자연경관 주관이 유네스코같은 국제적 명성과 공신력있는 기관이 아닌 외국의 민간재단에 불과했고 선정 방식도 인기 투표나 다름없다는 점이 비판받았다.

제주도와 도민이 민간재단과 기업의 상업적 전략에 놀아나고 있다는 우려섞인 시선이 끊이지 않았다.

뉴세븐원더스라는 재단의 정체를 놓고도 소문이 무성했고 7대자연경관 전화투표의 문제를 제기한 KT 내부고발자가 해고됐다가 지난해 1월 대법원이 해고 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내렸다.

특히 막대한 전화요금과 행정력 투입이 논란의 중심이었다.

도민들에게 독려하는 수준이 아니라 공무원들이 전화기를 붙잡고 종일 7대경관 투표에 참여하는 진풍경이 벌어졌고 어느 부서가 몇 통의 전화를 했느냐가 업무의 성과인냥 평가되는 분위기까지 조성됐다.

비용이 안 드는 인터넷 투표는 한 번으로 제한하고 전화투표는 한 사람이 무제한으로 중복 투표할 수 있는 구조도 논란을 부추겼다.

이같은 논란 탓인지 제주도는 7대자연경관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7년째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제주도는 전화요금을 완납한 선정 7년째인 올해에야 '세계7대자연경관 지역 네트워크 활성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8000만원을 들여 학술세미나와 다른 세계7대자연경관 지역에서 홍보활동을 하는 사업이다.

최근에는 7대자연경관 브랜드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자는 조례가 추진되고 있다.

김희현 제주도의원(더불어민주당·제주시 일도2동 을)은 지난 18일자로 매년 11월11일을 '제주 세계7대자연경관의 날'로 지정하는 내용의 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조례안은 세계7대자연경관이 처음 잠정 발표된 매년 11월11일을 '제주 세계7대자연경관의 날'로 정하고, 이를 전후한 일주일을 '제주 세계7대자연경관 주간'으로 운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세계7대자연경관 선정 도시 간 국제교류사업, 관광분야 상품개발 및 홍보사업, 제주세계7대자연경관 관련 협의회 육성 및 지원사업, 세계7대자연경관을 활용한 축제 및 포럼 등도 포함됐다.

이 조례를 "밑빠진 독에 물 붓기"라며 비판하는 의견도 있다.

제주참여환경연대는 이날 성명을 내 "일일이 열거하지 못할 많은 문제점이 7대자연경관을 둘러싸고 있다"며 "아직도 7대경관의 브랜드가치를 말하며 활용 조례를 제정하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브랜드 가치가 의문인 7대자연경관에 도민 세금을 붇지 말고 세계의 유산과 보전지역에 예산을 투여하는 것이 제주의 미래와 부합되는 길"이라며 조례 철회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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