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잡아 먹이며 한달간 돌봐…“내년 봄 다시 오길”
제주에서 근무하는 의경들이 제비집에서 떨어진 새끼 제비를 구해 돌보다 야생으로 돌려보내 화제다.
제주지방경찰청 제주해안경비단 의경 이준성 대원(22)이 새끼 제비를 발견한 것은 지난달 6일 해질녁쯤.
경비단 본관 건물 입구 주변을 걷던 이 대원이 “짹짹” 소리가 나는 방향을 보니 제비집에서 바닥에 떨어진 어린 제비 한 마리가 가냘픈 소리를 내고 있었다.
날기는커녕 잘 걷지도 못하는 제비를 가만 놔두면 경비단을 어슬렁거리는 길고양이의 먹잇감이 될 게 뻔했다.
이 대원은 이것저것 생각할 것도 없이 얼른 제비를 두 손에 들었다.
제주해안경비단 의경들과 제비의 한달간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됐다.
이 대원과 동료 의경들은 작은 상자에 휴지 등을 넣어 우선 제비의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이 대원은 “제비집이 너무 높은 데 있어 둥지에 갖다놓기는 무리여서 의경들이 직접 키우기로 했다”고 전했다.
의경부대 이름인 ‘125’와 경찰의 상징 ‘참수리’를 합성해 ‘125 참수리’라는 이름도 지어줬다.
한동안 의경들이 경비단 수풀을 뒤지며 제비에게 줄 먹이인 벌레를 잡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렇게 약 한 달의 시간이 흘러 스스로 공중에 떠있을 수 정도로 날갯짓을 하게 된 아기 제비와 작별의 시간이 다가왔다.
무엇보다 ‘125참수리’의 어미로 보이는 제비 한 마리가 건물을 배회하고 창가를 서성이는 모습이 꾸준히 목격됐다.
제비를 떠나보내기로 한 의경들은 8월말 서운한 마음을 뒤로하고 제비를 날려보냈지만 하루만에 다시 경비단에 돌아왔다.
의경들은 반가움이 앞섰지만 125참수리의 미래를 위해 또 한번 돌려보냈다.
125참수리는 제비집에 한동안 머물더니 이달 초에야 어미와 함께 남쪽 나라로 날아갔다.
이 대원은 “한 달 정도 함께 살면서 정이 많이 들었는데 많이 서운하고 아쉽다”며 “건강하게 지내다 내년 봄에 무사히 돌아오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