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A 10년사·下] 위즈덤시티 ‘휴먼 르네상스 아카데미’
제주도·제주대·후원회 잇따른 기부…“일종의 교감의 힘”

[편집자주] 최근 4차 산업혁명이 현실화되면서 이에 발맞춘 혁신적인 교육모델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제주에서는 대학생들이 강의와 토론을 주도하고, 사회 각계 전문가들이 재능기부와 후원에 나서고 있는 대학생 인재육성 프로그램 '휴먼 르네상스 아카데미(Human Renaissance Academy·HRA)'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뉴스1제주본부는 최근 발간된 'HRA·위즈덤시티 10년사 - 청년세대와 경험세대가 함께 가꾸는 행복한 교육 공동체'를 바탕으로 HRA의 커리큘럼과 운영방식을 두 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자신이 받은 사랑을 사회에 되갚아 나가는 것, 그것이 바로 봉사입니다."

대학생 인재육성 프로그램 '휴먼 르네상스 아카데미(Human Renaissance Academy·HRA)'를 운영하고 있는 사단법인 위즈덤시티 이유근 이사장은 지난 24일 제주대학교에서 열린 'HRA 10기 수료식'에서 이 같은 메시지를 전했다.

HRA는 투철한 봉사 정신을 바탕으로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리더십에 기반함을 강조한 것이다.

돌이켜 보면 HRA의 시작이 그랬다.

HRA의 모체는 사단법인 아름다운서당(이사장 서재경)이 2005년부터 운영한 '영 리더스 아카데미(Young Leader's Academy·YLA)'다.

사회 각계 전·현직 시니어들이 지방대·지방 출신 대학생을 대상으로 1년간 매주 토요일 8시간 수업을 재능기부로 진행하는 점과 전액 무료인 수강료, 고전읽기·기업실무 중심의 커리큘럼은 대부분 YLA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프로그램을 제주에 정착시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도내·외 인사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야 했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교수·강사진의 왕복 항공편과 숙박비가 마련돼야 했다. 학생 모집과 강의실 확보, 항공·숙소 예약 등을 담당할 실무자도 필요했다.

HRA는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의 후원을 기반으로 당시 김수종 한국일보 주필(현 뉴스1 고문)·서재경 사단법인 아름다운서당 이사장의 추진력으로 탄생할 수 있었다.

당시 작성된 'HRA 취지문'을 보면 "제주의 미래가 잘 보이지 않는다. 아름다운 자연에 부가가치를 더할 창조적 두뇌가 모이지 않기 때문이다. 제주의 젊은이들이 꿈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동참·지원해 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노블리스 오블리주'에 대한 절실한 호소였다.
 

이에 이유근 전 한마음병원장을 위원장으로 한 운영위원회(7명)를 비롯해 당시 김 주필·문창재·이유식·이계성 등 한국일보 선·후배와 서 이사장, 조기대 전 대우전자 중국법인장 등의 교수진이 꾸려져 2007년 10월 첫 수업이 진행됐다.

HRA는 운영위와 교수진의 헌신으로 수년간 힘겹게 운영을 이어갔다.

강의실 조차 없어 병원 세미나실과 제주대 강의실 등을 전전하는 '텐트 스쿨(Tent School)'일 때도 있었다. 그럴 수록 학생들은 뜨거운 열정으로 프로그램에 임했다.

2010년부터는 허향진 제주대 총장의 배려로 제주대가 본격적인 지원에 나서고, 강신호 동아쏘시오홀딩스 회장의 후원을 시작으로 후원회가 결성되는 등 본격적으로 성장 동력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에 힘입어 2013년 8월에는 HRA 운영조직인 사단법인 위즈덤시티가 출범했고, 2015년부터는 HRA가 청년취업에 기여하는 점을 높이 평가한 제주도가 지원을 시작했다.

다수의 소액 후원자들도 꾸준히 힘을 보태고 있다. 제주지역의 개인사업자와 중소기업은 물론, 평범한 가정주부들까지 후원그룹에 합류할 정도다.
 

HRA가 지난 10년 동안 존속하고 성장해 오기까지는 단 한 번의 결강 없이 무보수로 400회의 수업을 책임져 온 교수·강사·멘토진, 순수한 열정과 남다른 집중력으로 수업에 임해 온 수료생들의 역할이 컸다.

그러나 그 뒤에는 소리 없는 후원자들이 있었다. 재정적 후원은 물론이고, 유·무형의 지원을 아끼지 않은 수많은 이들의 아름다운 기부정신이 있었다.

김대환 HRA·위즈덤시티 후원회장은 'HRA·위즈덤시티 10년사'에서 "많은 청년들이 안정된 직장만 좇는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끼던 차에, 보다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인재를 지향하는 HRA의 정신과 커리큘럼에 매료돼 지금까지 즐거운 동행을 이어오고 있다"고 후원 배경을 전했다.

김 후원회장은 "학생들은 (지원을) 받는 동안에는 아낌 없이 받으며 자기 꿈을 찾아가길 바란다"며 "HRA에서 배운 공동체 정신을 잊지 말고 자신들이 받은 것을 후배들에게 아낌 없이 주는 나무로 커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당부했다.

지난 10년간 HRA를 총괄해 온 김수종 전 주필은 'HRA·위즈덤시티 10년사'에서 이 같은 흐름에 대해 "학생들에게 받는 감동 때문"이라며 "이는 일종의 교감의 힘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자발적인 참여와 후원 만으로 10년을 걸어 온 HRA의 앞으로의 10년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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