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 학교체육]4.생존수영 교육 현장
"생존수영, 놀이가 아니라 살아남는 방법"

[편집자주] 세월호 참사 이후 학생들의 안전과 건강을 지속적으로 지킬 수 있는 정책과 시스템 마련이 전방위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제주도교육청 역시 '건강과 안전이 있는 학교 환경 실현'이라는 목표 아래 생존수영교육과 학교스포츠클럽을 진행하고 있다. 뉴스1 제주본부는 총 10차례에 걸쳐 체육교육 현장을 짚어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본다. [편집자 주]
 

"여러분, 이 패트병을 가득 채우지 말고 반만 물을 담아야해요. 여러분들의 가족과 친구를 구할 수 있습니다."

생존수영 교육이 한창인 26일 오전 제주시 삼성초등학교 실내수영장.

생존수영 강사 김수연씨(38)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수영장에 울려퍼졌다.

김 강사가 반쯤 찬 1.5리터 패트병을 수영장 물 속에 있는 다른 강사 앞으로 던졌다.

물 안에 있던 강사가 패트병을 가슴에 감싸안고 하늘을 보며 누운 자세를 취하자 몸이 둥둥 떴다.

물에 빠진 사람이 구명동의를 입지 않았을 때 긴급처방이다.

연출된 상황이긴 하지만 패트병으로 목숨을 구하는 광경을 본 아이들은 놀라움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생존수영 수업에서는 이처럼 수영은 물론 구명동의 입는 방법과 남을 구조하는 방법 등 재난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도 배운다.

이날은 제주 중앙초 4학년 학생들의 생존수영 수업 이틀째날이다. 첫째날 호흡법과 이론 교육에 이어 드디어 생존수영을 배우는 날이다.

박형숙 중앙초 교감은 "아이들이라서 그런지 습득이 매우 빠르다"며 "어제는 물이 무섭다고 울던 아이가 오늘은 적응을 잘 하고 있다"고 전했다.
 

물 속에 들어갈 시간이 되자 준비운동을 하는 아이들의 얼굴에는 기대감과 긴장감이 교차했다.

아이들은 강사들의 도움을 받으며 수면 위로 얼굴을 내놓고 양팔을 펴 물에 뜨는 '누워 뜨기' 자세를 배웠다.

떠있기만 하는 게 아니라 누운 자세로 25m 거리의 수영장을 수차례 이동하는 쉽지않은 교육이었다.

교육을 마친 고샛별양은 "처음에는 무섭고 걱정했는데 익숙해지니 재밌고 두려움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수영학원을 다닌다는 고 건군은 "일반적인 수영과 달라서 신기했고 위급한 상황에서 살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며 웃었다.

부백진양은 "구명동의는 그냥 입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생명줄이라는 걸 다리 사이에 넣고 착용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했다.

이날 지도를 맡은 김수연 강사는 세월호 사고 이전부터 생존수영을 가르친 베테랑이다.

9살 아들과 7살 딸을 둔 엄마이기도 한 김 강사의 마음가짐은 남달랐다.

김 강사는 아이들에게 가족이나 친구가 물에 빠지면 어떻게 하겠냐고 물으면 대부분 자신이 구하겠다고 답한다며 위기 상황에서 무엇이 우선이고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더 올바른 방법인지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강사는 "아이나 어른이나 수영하면 보통 놀이나 생활체육 개념으로 접근하는데 생존수영은 그 목적도 방법도 다르다는 것을 먼저 알려준다"며 "생존수영을 왜 배우고 필요한지를 알고 배우는 것과 그렇지 않고 배우는 것은 효과가 확연히 차이난다"고 설명했다.

제주도교육청은 지난 4월부터 도내 초등학교 3·4학년을 대상으로 생존수영을 교육하고 있다.

생존수영은 긴급상황 시 생명을 지키고 구조대가 도착할 때까지 견디는 시간을 늘리는 수영법이다.

제주에서는 지난해 3·4학년 가운데 교육을 희망한 32개교 1907명에서 올해부터는 학교 수영장 5곳(삼성초·함덕중·서귀포중·대정중·성산고)과 사설 수영장 2곳(제이풀·워터월드) 등에서 3·4학년 전체인 112개교 1만3288명으로 확대했다.

지난 11일에는 교육청, 제주도, 제주해경이 생존수영교실의 체계적인 확대와 해양안전문화 확산을 위해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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