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순환 제주]대정읍 동일1리 재활용도움센터
헌옷·헌책·종이상자 등 주민들 스스로 재활용 순환

[편집자주] 쓰레기 발생량이 급증하는 제주의 해법으로 자원순환사회가 제시되고 있다. 특히 기존 클린하우스의 장점은 확대하고 단점은 개선한 재활용도움센터(준광역클린하우스)가 자원순환사회의 첨병으로 주목받고 있다. 뉴스1제주는 자원순환 모범 사례 등을 3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클린하우스 하면 떠오르는 악취나 오물은 커녕 이곳에 앉아 식사를 해도 불쾌하지 않을 만큼 깨끗했다.

지난 21일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동일1리 재활용도움센터를 찾은 기자의 첫 인상이다.

일반 클린하우스라면 부피를 차지해 쓰레기 넘침 현상에 주원인이 되는 종이포장상자는 종이전용수거함에 접혀진 채 차곡차곡 쌓여있었다.

센터 한쪽에 별도로 마련된 음식물쓰레기 수거함도 깨끗하게 관리돼 냄새도 없고 흔한 날파리 한마리 보이지 않았다.

플라스틱류, 불연성, 일반쓰레기, 유리병류 등 종류별로 나란히 설치된 수거함은 가득 차면 수시로 현장에 있는 도우미가 정리해 깔끔했다.

지난 7월 문을 연 동일1리재활용도움센터는 기존 클린하우스의 문제점, 이를테면 혼합배출과 혼합수거, 넘침 현상 등을 개선하려 만든 준광역클린하우스다.

반년간의 시범운영을 마치고 7월1일부터 시작된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도 이곳에서는 적용 범위가 다르다. 요일과 무관하게 운영시간 안에라면 종류에 상관없이 쓰레기와 재활용품을 버릴 수 있다.

배출시간은 오전 10시부터인데 출근 시간을 고려해달라는 주민 의견을 수렴해 조금 더 앞당길 계획이다. 음식물쓰레기는 시간에 상관없이 버릴 수 있다.

재활용도움센터가 이처럼 청결함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하루 3교대로 근무하는 도우미들 덕분이다. 도우미는 모두 지역주민들이다. 특히 어르신들이 하기에도 무리가 없어 노년층 일자리 제공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이곳은 지난해 8월 동일1리 마을회가 서귀포시에 설치 요청을 하면서 성사됐다.

동일1리에는 현재 재활용도움센터가 설치된 다목적회관 앞을 포함해 3곳의 클린하우스가 있었다.

주민뿐만 아니라 외부인들까지 오가며 클린하우스에 쓰레기를 버리는 통에 관리도 힘들고 마을의 골칫덩이가 되자 클린하우스를 없애는 대신 재활용도움센터를 마을에 유치하기로 결정했다.

강용호 동일1리 이장은 "쓰레기가 점점 늘고 불법투기까지 빈번해 클린하우스 관리가 힘들어져 기존 클린하우스들을 없애고 하나로 모은 재활용도움센터 설치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강 이장은 "재활용도움센터가 생긴 후 마을의 품격이 높아진 기분"이라며 "초반에는 쓰레기 배출 장소가 3곳에서 1곳으로 줄어 다소 불편할 수도 있었겠지만 주민들이 별다른 민원도 제기하지 않고 반응이 매우 좋다"고 말했다.

센터에 전국 최초로 설치한 빈병 무인회수기도 호응을 얻고 있다.

빈병을 기계에 넣으면 영수증이 발급되고 현장에서 바로 2017년 1월1일 제작 기준 소주병 100원, 맥주병 130원의 보증금을 준다,

윤안숙 동일1리 마을회 사무장은 "마트에서는 빈병을 잘 받으려하지 않는 곳도 있는데 이곳에서는 그런 마찰이 없어 주민뿐만 아니라 외부에서도 빈병을 갖고 올 정도"라고 귀뜸했다.

무엇보다 다양한 재활용품들이 가공 과정을 거치기 전에 마을 자체적으로 순환하는 모습이 제주와 대한민국이 목표로 하고 있는 자원순환사회의 축소판과도 같았다.

쓰레기를 버리는 곳이 아니라 보관하는 곳이라는 말이 더 적절해보였다.
 

대정읍 사무소 현은희 생활환경계장은 "센터에 포장상자를 별도로 보관해놔서 필요한 주민이 와서 가져다 쓸 수 있고 아이들 그림책 등 헌책도 인기가 많다"며 "의류수거함에서 깨끗하고 다시 입을 수 있는 옷은 부녀회에서 수선해 재판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같은 순환구조는 주민들에게 재활용품을 한번 버리면 그만인 쓰레기가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물품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기에 가능했다.

이날 재활용품을 배출하러 센터를 찾은 한 중년 남성은 4~5개의 상자와 봉지에 재활용품을 나눠 담고왔다.

플라스틱과 병류 등 재활용품을 종류별로 분류한 것은 기본이고 철로 분류되는 병뚜껑을 일일이 병에서 제거해 따로 담은 모습이 인상적이다.

서귀포시는 센터 설치 과정에서 4차례의 마을 설명회를 여는 등 주민들에게 귀를 기울였고 주민들도 적극적인 협조로 화답했다.

'나보다는 모두를' 생각하고 '당장보다는 더 멀리'를 내다본 주민들의 의지가 동일1리 재활용도움센터 성공의 일등공신이다.

윤 사무장은 "클린하우스가 있었을 때 센터 주변은 넘친 쓰레기와 악취로 기피하던 곳이었는데 지금은 주민들이 산책도 하고 담소도 나누는 사랑방 같은 곳으로 변했다"고 기뻐했다.

우리나라 자원순환사회의 미래가 1인당 쓰레기 배출량 전국 1위인 제주도, 인구 800여 명이 사는 작은 시골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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