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순환 제주]下. 헌옷 재판매하는 '제주 혼디모앙'
수익금으로 독거노인 수의제작과 어려운 이웃 도와

[편집자주] 쓰레기 발생량이 급증하는 제주의 해법으로 자원순환사회가 제시되고 있다. 특히 기존 클린하우스의 장점은 확대하고 단점은 개선한 재활용도움센터(준광역클린하우스)가 자원순환사회의 첨병으로 주목받고 있다. 뉴스1제주는 자원순환 모범 사례 등을 3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주변에서 멋 좀 낼줄 안다는 소리를 듣는 20대 여성 A씨는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평소 사고싶었던 옷을 요샛말로 '득템'했기 때문이다.

A씨가 옷을 산 곳은 명품의료매장이나 대형 쇼핑몰이 아니다.

누군가 버린 헌옷을 재판매하는 알뜰매장인 '혼디모앙(한데모아라는 뜻의 제주어)이다.

제주시 용담동에 위치한 혼디모앙의 역사는 2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3년 제주새마을부녀회 회원들이 쓰레기 감축과 재활용 분리수거 운동의 일환으로 부피가 큰 헌옷만이라도 줄여보자는 생각으로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의류수거함에 쌓인 옷은 수출기업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재판매된다. 혼디모앙도 그 가운데 하나다.

혼디모앙은 제주시 26개 읍면동 부녀회 회원들이 클린하우스와 재활용도움센터나 읍면동 사무소에 마련된 수거함에서 헌옷을 수집해 선별한 뒤 수선과 세탁을 거쳐 판매한다.

일주일에 적게는 수십kg, 많게는 수백kg에 달하는 헌옷이 수거돼 선별 작업만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일부는 가격표가 그대로 달린 채 버려지는 옷들도 있다.

옷을 기부받는 경우도 있다. 옷을 기부하면 부녀회가 직접 만든 천연비누나 다른 옷으로 교환해준다.

옷뿐만아니라 구두, 아동화, 모자, 가방 등 품목도 다양하다.

가격은 2000원에서 아주 비싸야 8000원. 깨끗하고 얼마 안 입은 겨울 패딩이 여기서는 8000원에 살수 있다.

감귤 수확이나 벌초 등에 입을 작업복을 찾는 사람들이 많고 외출복으로 입으려는 고객도 적지 않다.

부녀회 이정미씨(47)는 "지금은 학교 자체적으로 교복 물려주기를 해 수요가 줄긴 했지만 초기에는 교복을 사려는 학생과 학부모로 붐벼 교복 코너를 별도로 마련할 정도였다"고 전했다.
 

24년 전 혼디모앙이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이곳에서 옷을 수선하고 판매해온 이복실씨(64)는 "고객 연령대는 10대부터 70대 이상까지 골고루 찾는다"며 "우리는 브랜드니 유행이니 잘 모르고 똑같은 기준으로 파는데 멋쟁이들도 여기와서 이 옷이 여기있었네라고 좋아하더라"고 말했다.

몇 년 전에는 이런 일화도 있다. 혼디모앙을 구경하러온 여고생 2명이 낡고 찢어진 청바지를 2000원을 주고 한벌씩 사갔다. 얼마 안 있어 이 여고생의 친구들과 교사까지 우르르 혼디모앙에 몰렸다.

여고생들이 사간 바지가 제법 이름있는 브랜드였던 것. 여고생들은 "10만원을 주고도 못 사는 바지인데 2000원주고 샀다"며 기뻐했다.

강순화(56) 제주시 새마을부녀회 총무는 "예전같지 않게 남이 버린 옷을 입는다는 거부감이 많이 사라졌다"며 "우리 부녀회 회원들도 이곳에서 옷을 사 입는다"고 웃으며 말했다.

혼디모앙은 헌옷을 재활용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헌옷을 팔아 생긴 수익금은 혼자 사는 어르신들의 수의 제작에 쓰인다.

혼디모앙은 연간 약 2800만원의 매출을 올린다. 옷의 가격대를 생각하면 꽤 많은 수입이다.

이 수입 가운데 1800만원은 각 읍면동에서 추천을 받아 독거노인 수의 제작에 쓰고 나머지는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사용한다.

1994년부터 해마다 28명씩 지금까지 670여 명에게 수의를 전달했다.

무보수로 순수한 자원봉사로 일하는 부녀회 회원들에게는 수의를 받고 고마워하는 어르신들의 얼굴이 가장 큰 보수다.

'혼디모앙'은 제주어로 '한데모아'라는 뜻이다. 제주의 자원을 한데모아 다시 쓰고 다함께 사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의미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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