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석 무단반출 공항서 많으면 하루 10여명 적발
불법이지만 현실적으로 처벌 어려워

11일 오전 제주시 환경관리과 김경환·고순부 주무관이 제주국제공항 대합실에서 바구니에 돌을 가득 싣고 카트에 담아 끌고가는 모습을 공항 이용객들이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쳐다본다.

한 아주머니가 "이거 하나 가져가도 되는 것이냐"고 묻기도 했다.

이 돌들의 정체는 제주를 찾은 관광객들이 해안가나 오름 등에서 기념품으로 주워 가져가려다 공항 검색대에서 걸려 회수되는 것들이다.

공항에서 많게는 하루에 10여명이 돌을 가져가려다 적발된다.

적발된 돌들은 공항 내 창고에 보관됐다가 3~4주에 한 번꼴로 제주시 공무원들이 교래리에 있는 돌문화공원으로 옮긴다.

이날 공무원들이 차에 실은 돌들은 카트 4개를 가득채운 양이다.
 

이들은 "오늘은 양이 좀 작은 편이다. 많을 때는 이것보다 두배 이상"이라고 전했다.

공항에서 가져온 돌들은 지난해 겨울부터 돌문화공원에 있는 13~16㎡(4~5평) 정도되는 공터에 옮긴다.

이전에는 제주공항 야외에 보관했다가 1년에 한 두 차례 한꺼번에 옮겼는데 작은 덤프트럭 2대가 필요했다고 공무원들은 전했다.

공터 앞에는 '제주의 보존자원인 자연석 등을 관광객이 도외로 무단 반출하다 적발돼 공항, 항만에서 회수한 자원을 보관하는 장소이며 허가 없이 처분을 금지합니다'라고 쓰인 팻말이 세워져 있다.

이곳에 돌을 가져다 놓은 지 아직 1년이 안됐지만 벌써 돌과 모래가 쌓여 작은 언덕이 돼있었다.

반출 될 뻔한 돌들은 제주를 대표하는 돌인 현무암부터 화장품 원료로 쓰이는 화산송이, 천연기념물인 우도 홍조단괴까지 다양했다.
 

0.5리터 생수병에 담은 모래와 성인 남성이 두 손으로 겨우 들어야할 정도로 무거운 축구공 크기의 바위까지 포함돼 있었다.

한 관광객은 비닐에 해변 모래를 정성스럽게 포장하고 'ㅇㅇ해수욕장'이라고 이름표까지 붙였다.

자연석을 가져가려는 관광객들의 시도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내국인뿐 아니라 중국인 관광객들이 용의 머리를 닮아 유명한 관광지인 용두암 주변의 돌들을 주워가 문제가 되기도 했다.

고려시대에서 조선시대에 걸쳐 쌓은 성벽인 환해장성이나 시골 돌담에 있는 돌까지 손을 대고 있다.

그러나 반출하는 돌도 1~2개 정도고 불법인줄 모르는 관광객들이 대부분이라 현실적으로 이들을 처벌하기는 쉽지 않다.

일부 관광객은 “힘들게 공항까지 가져온 돌을 왜 압수하느냐”며 되레 항의하는 경우도 있다.

제주에서의 소중한 추억을 간직하고 싶은 마음으로 이해하더라도 제주 돌과 모래를 다른 지역으로 가져가는 건 엄연한 불법이다.

제주특별법과 보존자원관리 조례에 따라 자연석 등을 무단 반출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제주도 보존자원은 자연석(직선 길이 10cm 이상), 화산분출물(송이 등), 퇴적암, 응회암, 패사, 검은모래, 지하수 등 모두 7종이다.

자연석은 무게 1톤 이상 또는 100개 이상인 경우, 100㎏ 이상의 화산분출물 등은 환경보전자문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해야 도외로 반출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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