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김수종 칼럼] 중국의 또 다른 야망- 전기차 패권
뉴스1 © News1
전 세계의 연간 자동차 시장 규모는 약 9000만 대로 추산된다. 이 중 전기자동차는 100만 대에도 한참 못 미친다. 시장 점유율은 1%도 안 되지만, 이제 전기자동차를 제쳐두고 자동차 산업이나 자동차 정책을 말할 수 없다. 전기차가 자동차 문화의 흐름을 이끌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지난 몇 년간에 벌어진 일이다.

자동차 산업을 전기차 추세로 이끌어 가는 추진 세력은 누구일까. 미국에서 전기차의 불길을 지핀 것은 2003년 테슬라를 창업한 일론 머스크다. 그러나 21세기 자동차 산업의 판도를 전기차 위주로 끌고 갈 국가는 중국이 아닐까싶다.

며칠 전 홍콩 신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지난 9월 한 달 동안 중국에서 팔린 전기자동차 대수가 7만7000대라고 보도했다. 작년 9월에 비해 80%나 증가했다. 이 기사에는 중국 정부가 전기자동차 시장과 기술에 대한 지배권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퍼붓고 있다는 설명이 붙어 있었다. 전 세계 주요 자동차메이커들은 이런 중국의 움직임에 대단히 민감하다.

중국 정부는 지난 9월 말 ‘신에너지차’(NEV) 쿼터(할당) 정책을 공표했다. ‘신에너지차’란 배터리로만 가는 전기차, 배터리와 내연기관 병용의 하이브리드차, (수소)연료전지차를 말한다. 중국에서 자동차를 만들거나 수입하여 판매하려면 신에너지차를 일정 비율 포함해야 한다는 강력한 규정이다. 중국에서 자동차를 3만대 이상 생산하거나 수입하는 업체는 의무적으로 2019년 10%, 2020년 12%의 신에너지차를 공급해야 한다. 매년 그 할당량을 2%씩 올려 2025년 중국 자동차 판매량의 25%를 신에너지차로 채우겠다는 게 중국 정부의 정책 목표다.

친환경차 쿼터제는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시행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대기자원국(CARB)은 공기오염과 이산화탄소배출을 규제하기 위해 미국연방정부보다 훨씬 엄격한 연비 규제를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친환경차의 판매 쿼터제를 시행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에 진출하는 전 세계 자동차메이커들은 캘리포니아 기준에 맞춰 생산을 할 수밖에 없다.

세계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이 신에너지차 쿼터제를 본격 시행하면 세계 자동차메이커들은 신에너지차 생산을 늘릴 수밖에 없다. 신에너지차 중에서도 중국 정부가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전기자동차다.

중국이 전기차 보급에 중앙정부 차원의 노력을 퍼붓는 큰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전기차는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다. 중국은 경제발전에 따른 심각한 환경문제를 안고 있다. 세계 최악의 대기오염 국가로서 중국 지도자들이 방관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또한 세계 제1의 이산화탄소 배출국가로서 국제사회로부터 온실가스 감축의 압력을 받고 있을뿐더러, 중국 스스로 기후변화가 중국에 심각한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는 절박한 인식을 하기 시작했다.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올해 1월 취임하면서 파리기후협정을 탈퇴하겠다고 선언하여 세계인들에게 충격을 주었을 때도 시진핑 중국 주석은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참석하여 파리협정을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이건 미국의 공백을 중국이 파고들겠다는 전략적 의도를 드러낸 것이지만, 그 내면에는 이산화탄소를 줄이지 않으면 중국도 기후변화의 피해국이 된다는 중국 지도부의 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중국 대기오염의 주범은 석탄이다. 중국은 화력발전을 포함하여 필요한 에너지의 75%를 석탄에 의존한다. 또한 도시의 대기오염의 주범은 자동차 배출가스다. 현실적으로 대기오염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휘발유와 경유 등 화석연료를 쓰지 않는 교통수단, 즉 전기차 보급밖에 없다. 전기차가 필요로 하는 전력을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면 대기오염물질과 온실가스를 동시에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이다.

둘째, 21세기 전기자동차 산업에서 기술경쟁력의 우위를 구축하고 싶어 한다. 화석연료를 쓰는 내연기관 자동차 산업은 사실상 미국과 유럽이 20세기 100년을 지배했다. 중국은 미국이나 독일과 기술 경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자동차 기술에서 뒤처져 왔다. 그런데 21세기에 접어들어 환경문제가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틀)을 바꾸어 내연기관 대신 전기차 등 친환경 자동차 생산이 시대적 흐름이 되고 있다.

중국은 새로 대두되는 전기자동차 분야에서는 선진국이 되고 싶다. 이미 세계 최대의 자동차 판매시장이 된 중국은 자국의 시장을 활용하여 전기자동차 생산능력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킴과 동시에 전기차 관련 각종 기술 표준을 세움으로써 명실상부한 전기자동차 분야에서 중국의 우위를 노리고 있다.

요약하면 중국의 전기자동차 정책은 뚜렷하게 일석이조(一石二鳥)를 노리고 있다. 즉 환경문제를 해결하고, 동시에 전기자동차 기술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고 싶어 한다. 중국은 21세기 전기자동차 시대를 주도하기 위해 시장지배력과 강력한 중앙정부의 힘을 구사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중국은 전기차를 고급화하기보다 실용적이고 값싼 자동차로 만드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전기차 보급을 위해 대부분의 국가가 많은 보조금을 주고 있는데 반해, 중국은 보조금 제도를 없애고 초기 비싼 자동차 가격을 헐한 연료비(전기료)로 벌충하게끔 소비자를 유도하고 있다.

중국은 교통체계를 고속철도는 장거리 이동 수단으로, 자동차는 도시 내 단거리 이동 수단으로 구축하면서 전기차를 실용적이고 대중적으로 이용하게끔 유도하고 있다.

중국은 또 외국 자동차 회사가 중국에 생산시설을 지을 때는 중국업체와 합작회사를 설립하도록 하고 기술공유 조건을 내걸어 기술이전을 쉽게 하고 있다. 테슬라 자동차도 이런 조건으로 중국 공장건설을 고려하고 있다.

세계적 엔지니어를 끌어오고 첨단기업을 인수할 수 있는 자본력, 풍력과 태양광 등 풍부한 재생에너지 자원, 팽창하는 자동차 소비시장, 중앙정부의 강력한 통제 계획 등이 중국 산업의 잠재력이다.

중국 지도부의 전기차에 대한 관심은 권력변동에도 불구하고 흔들리지 않고 지속되었다. 전기차를 총괄하는 과학기술부 장관 완강(萬鋼)은 2007년부터 계속 그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그의 전기차 중시 정책은 리커창(李克强)총리와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지지를 받고 있다. 시진핑 체제 2기를 맞아 중국의 전기차 보급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언젠가 중국도 영국과 독일처럼 내연기관차의 퇴출을 선언할지 모른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다음과 같은 표현이 어림없는 과장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미래는 전기자동차이다.’ ‘미래는 중국이다.’ <뉴스1 고문>

  

<저작권자 © 뉴스1제주,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카드 뉴스
여백
기획
여백
프리미엄제주 킬러 콘텐츠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