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이 불면 오히려 한국선수들에게 유리할 거에요."

한국에서 최초로 열리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정규대회 CJ컵 @ 나인브릿지(총상금 925만달러). 총 78명이 출전한 이번 대회에는 한국선수들이 17명이나 나선다.

하지만 '홈그라운드'에서 경기를 치르면서도 현재까지는 그 이점을 잘 살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 19일 진행된 1라운드에서는 세계랭킹 4위 저스틴 토마스(미국)가 무려 9언더파를 몰아치며 단독선두에 올랐다. 그 뒤를 체즈 리비, 패트릭 리드, 스캇 브라운(이상 미국)과 마크 레시먼(호주), 가빈 그린(말레이시아) 등이 쫓았다.

10위권 내에는 단 한 명의 한국선수도 없다. 김민휘(25)가 마지막 홀 이글로 4언더파를 기록해 공동 12위에 오른 것이 최고 순위고, 최경주(47·SK텔레콤)가 공동 20위로 '노익장'을 발휘했다.

이외에는 모두 30위밖의 중하위권 성적을 냈다. 첫날 오버파를 기록한 22명 중 8명이 한국선수였다. PGA 선수들과의 격차를 고려해도 아쉬움이 남는 첫날 경기였다.

이번 대회가 열리는 클럽 나인브릿지는 PGA투어 코스치고는 전장이 짧은 편이고 난도도 높지 않은 편이라 날씨만 좋다면 좋은 스코어가 나올 것이 예상됐다.

첫날 코스 날씨는 오전 내내 쾌청했고, 오후에 잠시 빗방울이 떨어지는 '변덕'을 보였을 뿐이었다. 선두 토마스는 "날씨도 좋았고, 오히려 뒷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아 공격적인 플레이를 했다"고 평할 정도였다.

하지만 한국 선수들에게는 평이한 날씨가 그다지 득이 되지 못했다. 기본적인 실력차를 감안했을 때 바람이 부는 날씨가 오히려 이점이 될 수 있었던 것.

이는 대회 시작 전부터 한국 선수들이 이야기했던 부분이다.

고향이 제주도인 강성훈(30)은 "제주도 바람은 익숙하다. 바람이 많이 불면 오히려 유리할 것 같다"고 했고, 유럽투어에서 활동하고 있는 왕정훈(22·CSE)도 "어렸을 때부터 바람이 많이 부는 필리핀에서 연습을 했고, 유럽 무대도 워낙 악천후가 잦은 곳"이라며 바람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첫날 2언더파로 무난한 성적을 올린 김경태(31·신한금융그룹) 역시 비슷한 생각이었다. 그는 "확실히 장타자들에게 유리한 코스다. 장타자에게 유리하다 싶은 홀이 4홀 정도 있었다"면서 "차라리 바람이 부는 게 성적을 내는 데에는 더 좋을 것 같다. 너무 평이한 날씨보다는 그게 낫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한국선수들의 '바람'과는 달리 제주도 바람은 2라운드가 열리는 20일에도 큰 도움을 주지 못할 전망이다.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20일 대회가 열리는 클럽나인브릿지 일대의 풍속은 2~3m/s 정도로 1라운드와 큰 차이가 없는 정도다. 토마스를 비롯한 PGA투어의 장타자들이 또 다시 '땡큐'를 외칠 만한 날씨다.

물론 한국 선수들이 노력없이 오직 '요행'을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 대회에서 국내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누구 못지 않게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세계적인 레벨과 뚜렷한 차이가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바람이 불어주기를 바랄 정도로, 한국 선수들은 한국에서 열리는 첫 PGA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싶은 간절함으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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