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부터 이틀째 이어지고 있는 폭설과 한파에 제주섬이 꽁꽁 얼어붙었다. 이 추위는 다음날까지 계속될 전망이어서 얼어붙은 하늘길과 바닷길이 쉽사리 풀리지 않을 전망이다.

제주도 산간에는 대설경보, 이외 지역에는 대설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24일 오후 3시까지 윗세오름 135㎝, 진달래밭 122㎝, 어리목 96㎝, 서귀포 8㎝, 제주 11.2㎝, 고산 7㎝의 눈이 쌓였다.

제주는 1984년 1월 13.9㎝의 적설량을 기록한 이후 32년 만에 가장 많은 눈이 쌓인 것으로, 해안에는 좀처럼 10㎝가 넘는 눈이 쌓이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보기 드문 일이다.

기상청은 25일까지 제주 산간에 10~40㎝, 이외 지역에 2~7㎝의 눈이 더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다.

2009년 3월 13일 이후 약 7년여 만에 제주에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밤사이 눈보라가 휘몰아치면서 기온도 전날보다 더 떨어졌다.

이날 오후 4시 현재까지 최저기온은 제주 –5.8, 서귀포 –6.4, 성산 –6.9, 고산 –6.2를 기록했다.

제주의 경우 -6도를 기록한 1977년 2월 16일과 –5.9도까지 떨어졌던 1977년 2월 15일에 이어 3번째로 낮았다. 39년 만에 가장 추운 날씨를 기록한 것이다.

서귀포와 고산의 경우는 1923년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낮은 기온을 기록했으며, 성산은 –7도를 기록한 1990년 1월 24일에 이어 두 번째로 낮았다.

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최저 체감온도는 제주 –13.3, 고산 –17.2, 서귀포 –9.7, 성산 –12.6도를 기록해 영하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하늘길·바닷길 마비…25일도 정상 운항 불투명
제주도 전역에 강풍특보가 내려진 가운데 전날에 이어 하늘길과 바닷길도 모두 마비된 상태다.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는 23일 오후부터 기상 악화로 항공편 운항을 전면 중단한 데 이어 오는 25일 오전 9시까지 활주로를 폐쇄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3~24일 이틀간 제주를 떠나려 했던 승객 중 6만4000명(23일 2만4000명, 24일 4만명)이 제주에 발이 묶였다.

하지만 25일까지 제주도 전역에 많은 눈이 내릴 것으로 예고되면서 다음날도 항공기 정상 운항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제주도 전 해상과 남해 서부 먼 바다에서 3.0~6.0m로 매우 높은 물결이 일고 있는 가운데 여객선과 도항선 운항도 전날에 이어 전면 통제된 상태다.

제주도 재난대책본부는 폭설 피해 대비를 위해 23일부터 총 600여명의 인력을 투입해 비상근무를 하고 있으며, 제설작업을 위해 60여명이 근무 중에 있다.

▲ 언 도로에 거북이 운행…곳곳서 사고 속출
폭설과 강풍으로 내린 눈이 얼어붙으면서 도로 곳곳이 통제됐다.

제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오후 2시 1100도로 전 구간과 5·16도로 전 구간에 10㎝의 눈이 쌓이면서 차량 진입이 전면 통제됐다.

또 남조로·비자림로·서성로·제1산록도로·제2산록도로·명림로 모두 차량 운행이 금지됐으며, 번영로·한창로·첨단로는 대형차량에 한해 체인을 감으면 운행 가능하다.

평화로는 대형차량은 정상 운행이 가능하나 소형차량은 체인을 감아야 하며, 애조로와 일주도로, 시내도로는 대·소형차량 모두 월동장비를 갖춰야만 운행할 수 있다.

한파가 몰아치면서 제주 곳곳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르기도 했다.

제주도 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23일 오전 6시부터 24일 오후 3시까지 교통사고 12건과 눈길 고립사고 8건, 눈길 미끄러짐·낙상 사고 25건 등 46건의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23일 오전 6시43분쯤에는 서귀포시 5.16도로 숲터널 인근에서 시외버스가 눈길에 미끄러져 가드레일을 들이 받으면서 유모(53·여·서울)씨 등 승객 5명이 다쳐 경상을 입었다.

이어 이날 오후 6시24분쯤에는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 성읍농협 인근 도로에서 탑승객 13명을 태운 시외버스가 빙판길에 미끄러지면서 전봇대를 추돌해 고모(55)씨 등 승객 2명이 다쳤다.

폭설 때문에 한라산 등산객 300여명이 성판악 정류장에 고립됐다 구조됐으며, 빙판길에 미끄러지거나 차에 고립된 도민들의 구조 요청이 30분~1시간 마다 잇따르고 있다.

또 24일 오전 11시쯤에는 추운 날씨가 이어지자 제주 연동에 위치한 롯데면세점에서 내부 온도를 높게 틀면서 천장에 결로현상이 발생, 물이 뚝뚝 떨어지자 고객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일부 지역에서 수도계량기와 급수관 동결로 인해 급수 불편사고가 이어지자 제주도 수자원본부는 24시간 긴급 복구반을 투입해 급수 불편을 해소하고 있다.

도 수자원본부 관계자는 “동파 방지를 위해 수도계량기 보호통 내부에 헌옷이나 비닐팩을 넣어서 찬 공기 유입을 막을 수 있도록 미리 보온 조치를 해달라”며 “얼었을 때는 헤어드라이어로 서서히 녹이거나 미지근한 물로 천천히 녹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저작권자 © 뉴스1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