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 학교체육] 8. 학교스포츠클럽 우수사례
'HEAL D', 제주대표로 11월 전국대회 출전

[편집자주] 세월호 참사 이후 학생들의 안전과 건강을 지속적으로 지킬 수 있는 정책과 시스템 마련이 전방위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제주도교육청 역시 '건강과 안전이 있는 학교 환경 실현'이라는 목표 아래 생존수영교육과 학교스포츠클럽을 진행하고 있다. 뉴스1 제주본부는 총 10차례에 걸쳐 체육교육 현장을 짚어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본다.
 

교복을 입은 한 무리의 여중생들이 혼자있는 작은 체구의 여학생을 밀치고 머리카락을 잡아 당긴다.

비장한 음악이 흐르며 갑자기 10여명의 여학생들이 우르르 모이더니 절도 있는 동작으로 춤을 추기 시작한다. 학교폭력의 현장이 댄스 공연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제주동여자 중학교 창작댄스 스포츠클럽 'HEAL D'이 지난 9월 제주도교육감배 전도학교스포츠클럽대회에서 선보인 공연의 한 장면이다.

'HEAL D'는 '학교폭력'을 주제로 한 이 공연으로 전도학교스포츠클럽 창작댄스 분야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 등으로 학교폭력이 또 한번 사회문제로 부각된 시기였다.

'HEAL D'는 2014년 동여중에서 춤 좀 춘다는 학생들이 학교와는 무관하게 자발적으로 만든 모임이다.

학교 야외나 교실 뒤쪽에서 시간을 쪼개 춤 연습을 하던 학생들이 고병기 부장교사(체육건강)의 눈에 띄었다.

이전 학교들에서 창작댄스팀을 관리한적이 있는 고 교사는 'HEAL D'를 양지로 끌어냈다. 'HEAL D'를 학교스포츠클럽으로 등록해 학생들의 공식적인 학교활동으로 만들었다.

고 교사는 "아이들이 하고싶은 걸 억지로 막고 하기 싫은 걸 시키면 둘 다 제대로 못하지 않느냐"며 "끼가 있는 아이들에게 그 끼를 발산할 기회를 주고 책임감과 의무감을 키워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성과는 바로 나타났다. 'HEAL D'는 올해 3월 창단한지 6개월만에 도교육감배 전도학교스포츠클럽에 참가, 우승을 거머쥐었다.

교실을 개조한 그들만의 연습실도 생겼다. 대회나 행사를 앞두고 학생들이 요청하면 별도의 연습시간도 주어졌다. 학생들은 '춤추기 좋아하는 아이들'에서 학교를 대표하는 선수가 됐다.

부모와 친구, 교사 등 주변의 시선도 달라졌다. 우려가 아닌 응원의 목소리가 많아졌다.

여기저기서 공연을 요청하는 섭외 전화가 쇄도했다.
 

3학년 현예린(16)양은 "좋아하는 춤을 추고 남들에게 인정까지 받게 돼 너무 기뻤다"고 우승 소감을 전하며 "학교생활을 하면서 할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기고 긍정적이고 의욕적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같은 학년 김은혜양도 "우승을 하고 나서 부모님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가장 뿌듯했다"며 "부모님이 예전에는 딸의 취미 정도로 여겼는데 대회에서 수상까지 하게돼 놀라워하셨다"고 말했다.

두 학생 모두 대중을 사로잡는 댄서가 목표다.

창작댄스는 방송댄스를 기반으로 하지만 단순히 아이돌 그룹의 흉내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춤으로 학생들이 하고 싶은 얘기를 하고 여러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무대 공연도 대사와 노래가 없을 뿐 한편의 뮤지컬을 연상케 한다.

축구가 전공인 고 교사는 한 사람의 관객이자 체육 전문가로서 아이들을 조언했다.

학생들이 직접 안무를 짜고 무대를 구성하느라 힘들어 하는 모습이 보이면 간식을 사들고 가서 뭐가 고민인지 얘기를 들었다.

고 교사는 "아이들이 되도록 마음껏 춤 연습을 할 수 있고 더 많은 사람들 앞에서 춤출 기회를 마련해주기 위해 지원하는 게 저의 일"이라며 "지금 연습실은 다른 스포츠클럽과 함께 써 연습시간이 겹치는 경우가 있고 방음시설도 잘 돼 있지 않아 아이들이 안타깝다"고 전했다.

15명이 소속된 'HEAL D'는 오디션을 거쳐야 가입할 수 있다. 기본기가 있어야 하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춤을 향한 열정이 있느냐다.

'HEAL D'는 오는 11월 전국학교스포츠클럽 참가를 앞두고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이제는 학교 대표에서 더 나아가 어엿한 제주의 대표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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