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낮 12시쯤 ‘제주공항 운항 재개’라는 속보가 뜨자 장시간 발이 묶였던 체류객들로 제주공항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12시부터 공항 활주로를 개방하겠다는 국토부의 발표에 이어 공항공사 제주본부에서 12시10분쯤 탑승 수속을 곧 하겠다는 안내방송이 나오자 체류객들은 발권 창구로 모여들었다.

체류객들은 항공권 발급 순서가 어떻게 되는지, 언제부터 항공기가 이륙할 것인지, 대기순서는 어떻게 정해지는 건지 등 각종 질문을 창구 직원에게 건넸다.

일부 체류객들은 “왜 결항된 순서대로 항공편을 배정해주지 않느냐”는 등의 문의를 하다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그런데 오후 2시47분 첫 비행기가 이륙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이후 항공기가 순조롭게 이·착륙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자 ‘드디어 집에 가는 구나’라는 안도감에 공항 내부는 금세 침착한 분위기로 전환됐다.

이날 오후 3시쯤 제주시지역에 있는 한 펜션에서 부랴부랴 짐을 싸들고 온 김모(40·여·서울)씨는 “항공사로부터 오후 7~9시 사이에 비행기를 탈 수 있다는 문자를 받고 왔다”며 “결항된 순서에 따라 승객들에게 차례대로 문자를 보내줘서 편리하다”고 말했다.

가족들의 손을 잡고 밝은 표정으로 발권 창구를 찾은 정모(49·서울)씨는 “결항이 돼서 걱정했는데 인근 게스트하우스에 마침 빈방이 있어서 하룻밤 무사히 자고 왔다”며 “오늘 밤 11시쯤 드디어 집에 가게 됐다”고 웃음을 지었다.

반면 운항 재개 소식에도 불구하고 항공권을 발급받지 못한 체류객들의 한숨은 깊어져만 가다.

뉴스를 보고 무작정 공항으로 달려온 정모(50·광주)씨는 “오늘 밤 11시 특별기가 투입된다고 하는데 김포나 김천으로 가서 광주로 내려가라고 하더라”며 “김포, 인천, 부산, 대구지역은 모두 항공기가 편성돼 있는데 왜 광주만 없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정씨는 이어 “제주에 발이 묶이면서 렌트비와 숙박비용도 추가로 지불하게 됐는데 김포로 갈 경우 교통비까지 더 물어야할 판”이라며 “지역적인 안배가 부족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12명이나 되는 일행을 끌고 발권 창구를 찾은 신모(42·김해)씨는 “비행기가 뜬다는 뉴스를 보고 서둘러 온다고 왔는데 대기번호가 1916번”이라며 “야간 운항이 허락됐다고 하니 새벽 시간에라도 갈 수 있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다만 김씨는 “나는 분명 사전에 예약을 했는데 왜 대기표를 받아서 기다려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결항된 순서대로 항공편을 배정해서 문자로 보내주는 다른 항공사가 부럽다”고 전했다.

국토부와 공항공사는 25일 자정까지 총 190편을 왕복 운항해 3만9000여명의 승객이 제주를 떠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하지만 이렇게 되더라도 지난 23일부터 25일까지 국토부 추산 제주공항 내 체류객이 8만9000명인 점을 감안할 때 남은 체류객이 7만5000여 명에 달해 공항 혼잡은 적어도 26일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9만여 명을 실어 나르기 위해 대략 540여 대의 항공기가 필요하다”며 “하루 제주에서 출발 가능한 항공기가 250대 수준인 점을 감안해 체류객들이 모두 빠져나오는 데 2~3일 가량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도착 공항인 김포공항 등이 24시간 운영될 경우 체류객을 실어나르는 시간이 30~40시간으로 줄어 들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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