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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아픔 간직한 제주 알뜨르 비행장…예술로 재조명[제주비엔날레] 上. 예술로 본 제주의 다크 투어리즘
'역사·예술·농사' 평화로 승화…'알뜨르 비전' 공식화
  •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승인 2017.11.02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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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제주도가 주최하는 첫 국제 미술전인 '제주비엔날레 2017'이 '투어리즘(Tourism)'을 주제로 한 다양한 현대미술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제주도는 제주비엔날레를 통해 '문화예술의 섬 제주'의 역사를 써 나가겠다는 포부다. 뉴스1제주는 3회에 걸쳐 제주비엔날레가 지속가능한 행사로 발돋움하기 위한 과제를 살펴본다.
 

최평곤 작가의 <파랑새>.© News1

전쟁의 아픔이 서린 제주 알뜨르 비행장 일대가 예술을 통해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의 성지로 거듭나고 있다.

제주어로 아래쪽 들판을 의미하는 '알뜨르'는 당초 제주도민들이 대를 이어 농사를 지어 오던 작은 평야였다.

이곳에 비행기 격납고와 활주로, 콘크리트 벙커 등 군사시설이 들어서기 시작한 것은 일제 강점기였던 1920년대 중반부터였다.

전쟁을 앞두고 제주를 군사적 요충지로 여긴 일본이 제주도민들을 강제 동원해 10년에 걸쳐 마을 6개를 없애고 66만㎡ 규모의 군용 비행장을 건설한 것이다.

알뜨르 비행장이 제주판 '군함도'라고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 중 폭탄 창고로 사용돼 왔던 섯알오름은 일제 패망 후 미군의 폭파로 크게 함몰되면서 큰 구덩이로 남게 됐는데, 이 곳에서는 1950년 한국전쟁 발발 후 계엄당국에 의한 집단 학살이 이뤄지기도 했다. 희생자만 200여 명이 넘는다.

이 같은 아픔의 흔적들은 여전히 알뜨르 비행장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중요한 것은 최근 예술가들이 곳곳에 역사의 성찰을 담은 작품을 설치하고 있고, 제주도민은 그 사이사이에서 다시 농사를 지으며 역사의 무게를 이겨내고 있다는 점이다.

◇ 비행장 곳곳 설치미술·퍼포먼스·트레킹 등 다채
 

김해곤 작가의 <한알>.© News1
박경훈(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장)·강문석 작가의 <기억>과 옥정호 작가의 <무지개 진지>.© News1

제주비엔날레 제3코스인 알뜨르 비행장에는 '알뜨르 행성 탐사'를 테마로 역사 속 알뜨르 비행장을 환기해 볼 수 있는 작품들이 대거 전시됐다.

입구에는 쪼갠 대나무를 9m 높이로 엮어 평화의 상징인 파랑새를 보듬는 소녀를 형상화한 최평곤 작가의 '파랑새'와 바람에 흔들리는 황금색 천으로 밀 한 알의 모습을 나타낸 김해곤 작가의 '한알'이 자리해 있다.

밭길을 따라 들어가면 박경훈(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장)·강문석 작가가 일본 해군의 주력 전투기였던 제로센 전투기를 철골 조형물로 재현한 작품 '기억'과 '메이데이'가 격납고 안에 자리한 모습을 볼 수 있다.

특히 '기억' 앞에는 국방색이었던 진지를 무지개색으로 바꾼 옥정호 작가의 '무지개 진지'도 함께 설치됐다.

평화의 제스처를 위한 커밍아웃이라는 뜻이다.

지난달 15일에는 알뜨르 비행장 관제탑과 섯알오름, 격납고, 밭길을 지나며 춤으로서 '평화의 섬 제주'를 염원하는 제주춤예술원의 퍼포먼스 '0간 속 공진화'가 펼쳐지기도 했다.

이날 퍼포먼스에서는 제주영어교육도시 내 노스런던컬리지잇스쿨 제주(North London Collegiate School JeJu·NLCS 제주) 학생 17명이 격납고에서 '전쟁 없는 세상을 위한 장례'를 주제로 한 군무를 선보여 더욱 의미를 더했다.

이 외에도 지역주민들이 농사를 짓고 있는 비행장 내 밭길을 돌아보며 다크·에코투어를 병행하는 '밭담 트레킹'도 진행되고 있다.

◇ 문화예술공간 조성사업 공식화…'알뜨르 비전' 선포도
 

지난 9월1일 오후 제주도립미술관에서 열린 '제주비엔날레 2017' 개막식에서 참석자들이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2017.9.1/뉴스1 © News1

사실상 알뜨르 비행장 코스는 제주비엔날레의 대주제인 '투어리즘'에 발맞춰 '다크 투어리즘'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역사적인 아픔을 간직한 장소성에 작가들의 예술혼을 접목하면서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그 취지가 있어서다.

주목적인 것은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이를 실질적인 성과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는 제주비엔날레에 2억원을 후원해 '알뜨르 문화예술공간 조성사업'을 추진했다. 알뜨르비행장의 역사성과 중요성을 재조명해 국제적인 문화공간을 창출한다는 목표다.

이에 제주도도 적극 호응했다.

두 기관은 지난달 11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알뜨르 비행장에 대한 문화 콘텐츠 개발과 문화예술 증진 등에 협력을 강화키로 했다.

특히 두 기관은 협약 2단계로 알뜨르 비행장을 소유하고 있는 국방부와 상생협약을 맺어 알뜨르 비행장에 대한 중장기 비전을 공유해 나가기로 했다. 국방부도 당초 3개월이던 전시 기간을 3년으로 연장하는 등 긍정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향후 제주도는 이를 바탕으로 알뜨르 비행장 무상 양여와 평화대공원 조성을 핵심으로 한 '알뜨르 비전'을 선포하겠다는 포부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9월1일 개막식 인사말에서 "앞으로 3년 간 알뜨르 비행장에서 진행될 전시를 제주 문화예술의 섬의 마중물로 삼아 알뜨르 비행장을 다크 투어리즘의 성지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며 "이번 비엔날레가 제주의 과거와 현재를 깊이 성찰하고 미래를 들여다 보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mro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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