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집 다시 사려 서점 북적…혼선 속 마음 가다듬기

포항 지진으로 인해 사상 초유의 대학수학능력시험 연기 사태가 빚어지면서 제주지역 수험생들이 진땀을 흘리고 있다.

수능 시험을 불과 12시간여 남긴 시점에 결정된 갑작스런 수능 연기 소식에 가장 난감한 건 앞으로 남은 일주일을 어떻게 준비하느냐이다.

16일 오전 9시30분쯤 제주도 내 대형서점에서 만난 박지은양(가명·19·제주여고)은 “어제 사물함을 다 비우라고 해서 문제집를 다 버렸는데 난감하다”며 “학교에 가서 쓰레기를 뒤지는 학생들도 있다”고 말했다.

수험생들은 봉투형 실전 모의고사 문제집을 위주로 찾았으나 국어·영어·수학 과목은 이미 동이 났고 과학탐구나 사회탐구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서점 관계자는 “어제 교육부 발표 직후 수십명의 수험생들이 몰려들면서 마감시간인 밤 10시를 넘겨서 문을 닫았다. 오늘도 문을 열자마자 아이들이 몰려들고 있다”며 “25년가량 서점을 운영하는데 이렇게 아침에 문제집을 많이 팔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미 수능 관련 서적 대부분을 반품하면서 남아있는 재고량이 턱없이 부족한데다 도서지역이어서 인터넷 배송도 2~3일이나 걸려 허탈해하는 이들도 많았다.

사회탐구 모의고사만 들고 서점을 빠져나가던 김정훈군(19·대기고)은 “뉴스를 보고 힘이 빠졌지만 뭐 어찌할 도리가 있겠느냐”며 “이번 주말 서울에서 논술시험이 있어서 비행기표까지 다 끊어놨는데 논술 일정이 어떻게 될지 몰라서 일단 두고 있는 상태”라고 토로했다.

역시나 당황스러움을 표한 이승엽군(19·오현고)은 “다시 일주일 전으로 돌아간다는 마음으로 임할 생각”이라면서 “내일 수시 최종 발표가 있는데 꼭 합격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자녀와 함께 서점을 방문한 한 어머니는 “자연재해 때문에 그러는건데 뭐 어쩔 수 있겠느냐. 그쪽(포항) 사정이 더 급하기 때문에 이해는 된다”며 “아이가 심리적 부담을 느낄까봐 우려스럽긴 하지만 일주일을 더 얻었다는 마음으로 임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수험생들과 학부모들 모두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비교적 차분한 마음으로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날 아침 일찍 입시학원으로 향한 재수생 이모씨(21·여)는 “너무 당혹스럽고 어이가 없지만 흔들리지 않도록 자습에 충실하겠다”며 남은 일주일간 자습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내 입시학원 관계자는 “별도 수업을 하지 않고 학생들이 학원에서 자습을 할 수 있도록 강의실을 개방할 예정”이라면서 “(지진 피해 학생들과)다같이 공정한 기회 속에서 시험을 봐야하니 연기는 어쩔 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수능을 마치고 가족여행을 떠날 예정이었던 이들은 한숨을 쉬게 됐다.

도내 한 여행사 관계자는 “수능이 끝나고 가족여행을 예정했던 이들이 일정을 변경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며 “다행히 비수기라서 아직까지 큰 문제가 없지만 취소할 경우 수수료 발생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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