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고 존경하는 제주도민 여러분."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던 16일 제356회 제주도의회 제2차 정례회 제2차 본회의에서는 이례적으로 수화로 질의하는 감동적인 장면이 연출돼 눈길을 끌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를 상대로 한 3분 가량의 도정질문 모두발언을 모두 수화로 진행한 유진의 의원(자유한국당·비례대표)이 그 주인공이다.

유 의원은 제주지역 최초의 장애인 의원이기도 하다.

단상에 선 유 의원은 "2016년 한국수화언어법이 제정돼 한국수화언어(수어)가 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가진 언어가 됐지만, 수어가 도민사회에 확산되지 못하고 있어 오늘 도정질문 인사말은 능숙치 않지만 수어로 인사를 하고자 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유 의원은 미리 작성한 모두발언을 천천히 읽어 내리며 수화를 시작했다.

유 의원은 "민선 6기 제주는 세수수입 확대 등 경제 지표상으로는 성장을 했지만, 사회적 약자의 삶은 달라지지 않았다"며 "특히 부동산 가격 상승은 기초수급대상자 수급률 하락, 주거마련의 어려움 등으로 삶을 더욱 어렵게 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이어 "남은 기간 사회적 약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해 달라"며 모두발언을 마쳤다.

이어진 일괄질문에서 유 의원은 유니버설 디자인 활성화, 청소년 문화의 집 확충, 장애인 평생교육 활성화, 여성 안전 강화, 장애인 스포츠·문화예술 활성화 등의 복지정책을 조속히 추진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이에 답변을 준비하던 원 지사는 본격적인 답변에 앞서 "수화 몇 마디로 마치실 줄 알았는데, 상당히 길게 하셔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며 "사회적 약자와 함께 하려는 그 관심과 노력에 대해 감사와 존경의 말씀을 표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질의가 끝난 뒤 유 의원은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질의 중에는 수화통역이 동시에 이뤄지지만, 이후 지역매체를 거쳐 방송될 때에는 여러 문제로 수화통역이 제공되지 않고 있어 처음으로 수화 도정질문을 하게 됐다"며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한 작은 노력에 많은 도민들이 동참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앞서 유 의원은 지난 7월 청각장애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제주도 한국수화언어 사용 촉진 및 청각장애인 의사소통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제정한 바 있다.

이 외에도 '도 장애인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 지원 조례', '중증장애인 생산품 우선 구매 촉진 조례', '장애인 평생교육 지원 조례', '관광약자의 접근 가능한 관광환경 조성 조례', '노인성인용 보행기 지원 조례' 등을 제정하는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의정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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