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실습 중 사고로 숨진 고교생 추모행사 열려
이민호군 친구들과 또래 학생들도 고인 기려


"장난끼도 많고 밝고 재미있는 친구였어요. 10월말 기말고사 때 마지막으로 봤어요. 현장실습도 열심히 하고 있고 실습 끝나면 그 기업에 취업하겠다고 했는데..."

현장실습 중 기계에 끼는 사고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제주 한 특성화고등학교 3학년 이민호군(19)과 같은 학교 3학년인 장승호군이 먼저 떠난 친구 이군을 회상하며 고개를 떨궜다.

또 다른 친구 김윤석군과 최경은군도 "믿기지 않는다"며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이민호군의 생일이자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23일 저녁 제주시청 광장에서 '가장 슬픈 생일'이라는 이름의 추모문화제가 열렸다.

문화제에 민주노총 제주본부와 전교조 제주지부, 참교육 제주학부모회 등 사고 공동대책위원회와 이군의 학교 친구들과 또래 학생들, 시민 등이 모여 안타깝고 억울한 죽음을 추모했다.

현장에서 만난 고3 수험생 강민찬군은 "수험 준비 때문에 사고를 오늘에야 알았다"며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나서 같은 동갑으로서 너무 마음이 아프고 안타깝다"고 했다.

대학생 현성엽씨(24) "이번 사고는 기업의 부주의함이 컸다"며 "민호군이 못다 이룬 꿈을 하늘에서 이루길 바라고 청년들도 이번 사고를 많은 것을 느끼고 힘을 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1 김나연 학생은 "같은 학생이어서 이번 사건이 더 크게 와닿는다"며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안타까워했다.

 

 

문화제에서는 사고가 일어난 기업과 제주도교육청을 향한 비판이 잇따랐다.

사고 공동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여선 참교육학부모회 회장은 추모사에서 "나가서 돈을 벌고 부모님께 힘이 된다는 생각에 얼마나 기뻤을까 기대하다 그런 사고를 당했다는것, 그것을 도와줄 어른이 없었다는게 너무 기가막히고 슬프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교사이기도 한 정영조 민주노총 제주본부 청소년노동인권사업단장 "오늘 수능 감독을 하면서 아이들을 보고 이민호군이 생각이나 마음이 아팠다"며 "아이가 죽었는데도 비겁한 어른들은 하나도 책임지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 단장은 "사고가 나면 기계는 자동적으로 멈춰야하는데 사고 기계는 그런 장치가 없었고 안전 울타리도 설치 안했다"며 "그 회사에서 근무하던 사람의 증언을 들었는데 그 기계는 작년에 2시간에 한번 꼴로 고장났었다고 한다. 직접 들어가 불순물 제거해야 돌아갔다고 한다. 그런 기계 쓰면서도 고등학생들 데려다 사고나도 발뺌하고 있다"고 울분을 터트렸다.

이날 서울에서 내려온 이상현 특성화고 권리연합회 추진위원장은 "이 일이 알려지고 학생들이 모이면서 자신들도 똑같다고 하다"며 "7시간 근무라고 써놓고 야근시키고, 건축회사라고 갔더니 소위 공사장에서 막노동 시키더라는 얘기를 한다"고 전했다.

세월호 추모활동을 하는 황용운씨(38)는 "이군 부모님이 사고 당시 CCTV 영상을 보여줬다"며 "이군 친구들이 이군을 발견하고 어쩔줄 몰라 계속 뛰어다니고 직원들은 주머니에 손넣고 스마트폰하며 '이게 무슨일이지'하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나온다"고 비통해했다.

 

 

 

 

문화제 참가자들은 "교육청을 향해서도 사고 이후 아무런 설명을 하고 있지 않다"며 "무책임, 무능력, 무대책 교육청"이라고 비난했다.

또 고용노동부에 사고가 난 기업의 진상조사와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했다.

이군은 지난 9일 오후 1시50분쯤 제주시 구좌읍 한동리에 있는 한 음료 공장에서 현장실습을 하다 제품 적재기에 목이 끼이는 사고를 당한 뒤 지난 19일 끝내 숨을 거뒀다.

이군은 지난 7월부터 다른 학생 5명과 해당 공장에서 현장실습을 해왔다. 현장실습을 마치면 해당 공장에 취업할 예정이었다.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제주근로개선지도센터는 사고가 난 공장에 가동 중단과 안전 대책 수립 등을 명령했다.

경찰도 공장 관계자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이군의 안타까운 사고 뒤 해당 기업과 교육당국의 실습생 관리, 현장실습 제도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오는 24일 오후 이군이 숨진 제주시 구좌읍 소재 음료제조회사를 방문해 현장을 살핀다.

이어 이군의 빈소가 마련된 부민장례식장을 찾아 유족들을 위로할 예정이다.

을지로위원회는 지난 3월 LG유플러스 현장실습생 사망 사고 이후 정부가 마련한 대책이 현장에서 유명무실했는지 점검하고 현장실습제도의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이날 저녁 이군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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