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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감귤꿀에 날개 달아줄래요”…30살 마술사의 도전[제주에 혼듸 살아요] 24. 양봉업자 손인준씨
특화상품 ‘감귤꿀’ 수출‧양봉 교육체계 확립 목표
  • (제주=뉴스1) 안서연 기자
  • 승인 2017.11.24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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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제주가 연간 전입자 수 10만 명 시대를 맞이했다. 이주민들이 제주 곳곳에 스며들면서 제주민들과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제주에 애정을 품고 온 이주민들은 더 나은 제주를 위해 ‘나’와 더불어 ‘우리’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혼듸(함께의 제주말) 제주’를 2017년 대주제로 내건 뉴스1 제주본부는 ‘제주에 혼듸 살아요’라는 주제로 올 한 해 동안 2주에 한 번씩 이들의 고민을 담아보고자 한다.
 

손인준씨(30)가 양봉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작가 김주영씨 제공) © News1

감귤꽃 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히는 제주의 시골마을에서 한 젊은이가 방충모자를 뒤집어 쓴 채 유심히 벌통을 들여다본다.

2012년 부산에서 제주에 내려와 오로지 ‘양봉’에 몰두하고 있는 손인준씨(30‧제주시 애월읍 광령리)다.

한국양봉협회 제주지시부 사무장을 맡고 있는 그의 또 다른 직업은 마술사다.

아침 저녁으로는 벌의 상태를 살피고 낮에는 시내에 있는 학교와 단체 등에서 마술을 가르친다.

전기 다루는 일을 하던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그는 어쩌다 홀로 제주에 내려와 이 낯선 길에 들어서게 된걸까.

◇ 25살, 남들이 가지 않는 길에 들어서다
 

23일 제주시 인화로에 위치한 마을카페 사람꽃에서 손인준씨(30)가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11.24/뉴스1 © News1

“꼭 필요하고 남들이 하지 않는 걸 하고 싶었어요. 그게 양봉이었죠.”

양봉이라곤 텔레비전이나 책에서 본 게 전부였지만 남들이 잘 택하지 않는 일에 미래가 있다고 판단한 손씨는 짐을 싸서 제주로 향했다.

양봉을 할 수 있는 곳은 고향인 부산 인근에도 많이 있었지만 유독 제주를 고집한 이유는 ‘감귤꽃’ 때문이다.

대게들 천연꿀이라고 하면 ‘아카시아 꿀’을 먼저 떠올리지만 제주의 ‘감귤 꿀’이야말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특화상품이 되리라 확신한 것이다.

열정과 패기를 안고 뛰어 들었지만 나이가 지긋한 양봉 농가 어르신들은 스물다섯살 청년을 호락호락 받아주지 않았다.

아침마다 양봉장 곳곳을 쫓아다니며 도와 드릴 일이 없냐고 물었고, 그렇게 1~2년쯤 흘러서야 사람들은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어줬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손씨를 상대로 사기를 친 사람도 있었지만, 다행히 그의 편에 서서 잘못된 걸 바라잡아주는 어르신이 있어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수백번 벌에 쏘였지만 그보다 더 아팠던 건 사람”이라고 말하는 손씨.

‘육지것’ ‘어린애’라는 선입견이 꼬리표처럼 따라 다니면서 다시 육지로 돌아갈까 생각도 여러번 들었지만, 먼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시간이라 여기며 버텼다.

마음이 고됐던 만큼 수확은 더 달았다. 자신의 이름을 따 ‘인준벌꿀’이라는 상표를 달아 판매하기 시작했고 불과 2~3년 만에 물량이 부족해서 못 팔 정도가 됐다.

손씨는 “아직까지는 소규모로 하다보니 남는 게 많진 않지만 앞으로 체계적인 시스템만 갖춘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면서 “지금은 국내에서만 소비가 이뤄지고 있지만 외국에까지 감귤 꿀을 수출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 나눔의 행복, '마술'과 '양봉'
 

손인준씨가 양봉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작가 김주영씨 제공) 2017.11.24/뉴스1 © News1

제주하면 가장 먼저 ‘감귤’을 떠올리지만 ‘감귤 꿀’의 가치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속상하다는 손씨.

그는 “나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안 된다는 걸 알기에 여럿이 함께 가려 한다”며 양봉에 관심이 있는 귀농귀촌 어르신이나 젊은이 5~6명을 상대로 그동안 자신이 쌓은 양봉기술 등을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봉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많지만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이 갖춰져있지 않다보니 금세 발길을 돌리고 마는 현실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호주에 가서 꿀 채취가 용이한 비하이브박스(bee hive box)를 직접 공수해온 것도, 해외 양봉산업과 언어공부에 자꾸 문을 두드리는 것도 모두 제주 양봉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것이다.

양봉을 위해 쏟은 시간만 벌써 6년. 그동안 가난한 주머니와 허전한 마음을 채워준 것이 바로 ‘마술’이다.

중학교 시절부터 마술을 익혀 어엿한 국제마술사협회 정회원인 그는 신제주초등학교와 아라중학교의 방과후교실, 인화로사회적협동조합의 어린이·성인교육 프로그램으로 마술을 가르치고 있다.

손씨는 “그리 큰 수입원은 아니지만 좋아하는 일을 나누고 적게나마 돈을 벌 수 있다는 데서 만족감을 느낀다”며 “제주는 아무래도 육지와 교류가 부족하다보니 마술분야가 많이 뒤쳐져 있는데 이렇게나마 재능을 나눌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술사를 본업으로 삼을까 고민한 적도 있지만 멀리까지 내다봤을 때 좋아하는 일은 좋아하는 일로만 두는 게 더 낫겠다고 생각했다”며 전문 마술사로서의 길을 포기한 것을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마술’과 ‘양봉’이라는 말만 나오면 눈이 반짝거리는 손씨는 제주의 양봉산업에 마술을 부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제주=뉴스1) 안서연 기자  asy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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