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혼듸 살아요] 25. 홍근화 위드오 대표
친환경‧가족친화 기업문화 실천…융복합으로 도약 꿈꿔

[편집자주] 제주가 연간 전입자 수 10만 명 시대를 맞이했다. 이주민들이 제주 곳곳에 스며들면서 제주민들과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제주에 애정을 품고 온 이주민들은 더 나은 제주를 위해 ‘나’와 더불어 ‘우리’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혼듸(함께의 제주말) 제주’를 2017년 대주제로 내건 뉴스1 제주본부는 ‘제주에 혼듸 살아요’라는 주제로 올 한 해 동안 2주에 한 번씩 이들의 고민을 담아보고자 한다.
 

“서울에서의 삶에는 나도 가족도 없었어요. 그래서 이주를 결심했죠.”

이름만 대면 알만한 식품회사에서 근무하다 번듯하게 자신의 사업체를 차린 홍근화씨(42)가 가족과 함께 제주로 이주를 결심한 건 2013년쯤이다.

자신과 가족은 늘 후순위로 밀리는 삶에 지쳐가던 홍씨와 그의 아내는 미련없이 세 아이의 손을 잡고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에 정착했다.

식품공학을 전공한 홍씨는 지인의 권유로 제주의 맑은 물을 이용한 유기농더치커피를 만들기 시작했고, 4년이 흐른 지금 제주를 대표하는 유기가공식품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회사명 ‘위드오(WithO)’는 Ours(우리), Openness(열린 생각과 마음), Organic(친환경)을 아우르는 말로 ‘열린 생각과 마음으로 모두에게 건강하고 안전한 유기농 먹거리를 제공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는 자신의 가족과 동료들의 가족, 나아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제주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 ‘친환경’에 대한 고민

섬이라는 특수성을 가진 제주에서 ‘제조업’을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공장형 아파트 시설 등 인프라도 턱없이 부족했고 물류 운송비 부담도 만만치 않았다.

육지의 경쟁업체와 단가를 맞추기 위해서는 그만큼 마진을 낮춰야만 하는 구조였다.

‘위생과 타협하지 말자’는 철칙을 갖고 어렵사리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내에 공장 겸 사무실을 차리게 됐고, 품질로 경쟁하자는 일념 하에 제품의 완성도에 정성을 쏟았다.

에티오피아 현지 농장에서 생산된 유기농 원두와 제주 청정수로 유기농 더치커피 진액을 제조했지만, 제주에는 유기가공식품 인증을 받은 생산시설이 없다보니 유기농 음료로까지 상품화하진 못했다.

더치커피뿐 아니라 제주산 귤과 녹차까지 유기농 원료임에도 유기농 음료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던 홍씨는 음료생산시설이 있는 제주테크노파크 바이오융합센터에 적극적으로 개선을 요구했다.

유기가공인증 전문가인 홍씨의 조언과 센터의 노력이 더해져 2016년 결국 유기가공식품 시설인증을 따냈고, 제주산 유기농 원료를 활용한 유기가공식품 판로가 열리게 됐다.

그 어렵다는 ‘이마트 자연주의’ 런칭에 성공한 것도 홍씨의 친환경적 기업 철학이 있기에 가능했다.

홍씨의 도전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올해 10월 국내 최초로 유럽연합(EU) 환경 경영인증제도인 ‘이마스(EMAS, Eco-Management and Audit Scheme)’ 인증에 성공한 것이다.

‘이마스’는 기업의 환경경영시스템을 평가해 인증하는 유럽의 강화된 환경경영시스템 인증 제도로, 기업 스스로 자발적 환경성명서를 제정하고 실천함으로써 건강한 지구의 생태환경을 지속시키는데 목적이 있다.

홍씨는 “제주 관련 기업 4곳이 함께 이마스 인증을 받았다. 전기를 아끼는 것부터 시작해 생산, 영업, 이해관계자 등에 있어서 환경적인 절약요소를 찾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며 “유럽에는 다양한 이마스 기업들이 있는데 제주에서도 활성화된다면 청정제주를 지키는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드오는 전기를 아끼는 일부터 시작해 전월과 쓰레기 배출량을 비교하고 이에 대한 원인을 분석하는 일,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활용하는 일 등 사무실 곳곳에서 환경을 지키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 제주 산업미래 ‘융복합’이 답이다
 

“나부터 하지 않으면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고 말하는 홍씨는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기업문화를 실천하는데도 앞장서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인증한 ‘가족친화기업’인 위드오는 눈치보지 않고 연차와 병가, 육아휴직, 탄력근무제 등을 쓰도록 하고 있으며 제주돌봄휴가까지 도입해 직원들이 가족들을 챙길 수 있도록 했다.

‘가족’에 집중하기 위해 온 제주에서 자신뿐 아니라 직원들의 가족까지 함께 행복하기 위한 선택이다.

“중소기업이 무너지면 대표와 조직원뿐 아니라 그들이 이루고 있는 사회적인 기반이 무너지기 시작한다”는 그는 “중소기업 하나가 넘어지는 걸 국가에서는 굉장히 심각하게 봐야 한다. 제주 섬의 특성상 겪게 되는 어려움을 단순히 기술적인 부분의 지원으로만 풀어가선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제품 고급화를 위해 함께 학자들이 함께 고민해주는 지원책이 있지만 실제 비즈니스 입장에서는 실효성이 떨어지는 부분들이 많다”며 “일본의 경우 전문 컨설턴트가 원스톱으로 마케팅까지 함께하는데 효과가 꽤 크다. 제주에도 도입된다면 기업역량이 부족한 회사들이 시장에 안착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인적 인프라가 부족한 제주에서는 무엇보다 ‘융복합’만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키(Key)라고 강조했다.

제주 미래의 성장동력으로 6차산업을 꼽고 있지만 1차(생산)부터 2차(제조·가공), 3차(서비스)까지 한 명이 모두 도맡아 하다보니 효율성과 지속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홍씨의 주장이다.

홍씨는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가 갖고 있는 사업 영역을 과감하게 연결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드는 게 제주형 6차산업이라고 생각한다”며 “코워킹을 통해 상호보안하는 체계가 갖춰진다면 제주는 전국에서 큰 성공 사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주의 가치를 다시 세우기 위해 고민하는 홍씨의 중심에는 ‘우리’라는 가치가 가장 크게 자리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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