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CS 학생 3명, 4년째 마을회관서 봉사활동…어르신들 호응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제주영어교육도시에서 10대 학생들이 지역주민들과 어울리기 위해 먼저 손을 내밀어 눈길을 끌고 있다.

10일 오전 서귀포시 대정읍 구억리 마을회관에서는 영국 명문 사립학교 NLCS Jeju(North London Collegiate School Jeju) 9학년에 재학 중인 구지형‧우수정‧이채연양(15)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스스럼 없이 마을 어르신들 곁에 앉은 아이들은 만둣국에 넣을 만두를 손수 빚으며 구억리 마을이장님과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만두가 다 터져서 어떵할꺼(어떡하니)”라며 우스갯소리를 던지던 박영종 이장(56)은 “영어교육도시가 들어설 때만 해도 마을과 이질감이 생길까봐 걱정스러웠는데 이 아이들 덕분에 그런 걱정이 사라졌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세 아이들이 마을회관을 찾기 시작한 건 2014년 가을부터다.

요리에 관심이 많던 아이들은 한 달에 한 번 모여 요리를 만들자고 뜻을 모았고 이 음식을 마을 어르신들에게 대접하기 위해 어머니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모임 이름이 ‘마을이 학교다’이다. 벌써 4년째 한 달에 한 번씩 마을회관을 방문해 청소를 하고 점심을 만들어 대접하고 있다.

활동에 필요한 돈은 매달 영어교육도시에서 열리는 ‘플리마켓’을 통해 벌고 있다.

처음에는 중고물품을 내다 팔았지만 주민들이 농산물을 갖다주면서 이를 청이나 주스로 만들어 팔고 있다.

이채연양은 “이장님께서 주신 청귤로 만든 청귤청이 가장 인기가 좋았다”며 “부모님께 손 벌리지 않고 우리 힘으로 해보고 있는데 마을 주민분들께서 많이 도와주신다”고 말했다.

구지형양은 “거창하게 봉사활동이라기보단 그저 우리가 즐거워서 하는 것”이라며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이제는 어르신들도 직접 따온 한라봉으로 마음을 표현해주신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4년째 이어지고 있는 활동을 통해 지역의 문화를 배우기도 했다.

우수정양은 “송편을 만들면서 서울과 제주의 송편이 어떻게 다른지 배웠고 김장 방식이 어떻게 다른 지도 배웠다”며 “그동안 떡국, 전, 갈비탕 등을 만들었는데 앞으로 더 다양한 걸 만들면서 지역의 문화를 배우고 싶다”고 바랐다.

‘마을이 학교다’라는 모임명을 만든 우양의 어머니 김미라씨(48)는 “지식은 학교에서 배우지만 살아가면서 소통하는 법, 윗사람을 대하는 법, 마음을 따뜻하게 쓰는 법은 학교에서 배우지 못하지 않느냐”며 “마을 안에서도 배울 게 많기 때문에 기꺼이 함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년이 올라가도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냐는 질문에 김씨는 “고학년이 될수록 공부는 자신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마음이 커지면 공부도 알아서 할 것”이라면서 “아이들의 내면의 깊이가 성숙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이장은 “영어교육도시는 귀족학교라는 이미지가 강한데 지역의 중요성을 알고 먼저 다가와주니 얼마나 고마운 지 모른다. 공부를 목적으로 제주에 왔을텐데 아이들의 활동을 지지해주는 어머니들께도 감사하다”며 “다른 학교에도 본보기가 되길 바란다”고 힘주어 말했다.

만둣국 한그릇을 너끈히 비워낸 강창근 구억리 노인회장(76) 역시 “영어교육도시가 우리 마을에 들어와 있어도 우리는 잘 몰랐는데 육지에서 온 손주같은 녀석들이 4년째 계속 찾아와주시 참 고맙다”며 흐뭇한 표정으로 아이들을 바라봤다.

올해 9월에야 아이들이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동참하게 됐다는 임광호 NLCS 교사(30)는 “학교에서 시킨 것도 아닌데 얼마나 대견스러운지 모른다”며 쌓여가는 설거지를 도맡아 했다.

‘마을이 학교다’ 모임은 마을 노인회뿐 아니라 청년회, 부녀회과도 관계를 맺으며 마을 행사가 있을 때면 함께 참여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이 알려지면서 NLCS를 비롯해 KT 등에서도 후원의 손길을 내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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