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 구상권 청구 철회, 갈등 해결 단초 평가
제주도, 특별사면·공동체회복사업 등 추진

제주 강정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구상권 철회는 국책사업으로 10년 넘게 이어진 해군기지 갈등 해결의 단초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구상권 철회는 해군이 소송을 제기하고 나서 제주도와 도내 모든 정치권, 시민사회 등이 이견없이 한목소리를 낸 현안이다.

제주도는 새정부 출범 이후에만 7회 등 21회에 걸쳐 구상권 철회를 정부에 건의했다.

제주 정치권도 강정마을 구상권 청구만큼은 여야를 가리지않고 도민통합 차원에서 철회해야한다고 단결했다.

국방부도 이날 보도자료에서 구상권 청구를 원하는 정치·사회적 요구를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2006년 강정이 제주해군기지 건설지로 결정된 참여정부의 주요인사였던 문재인 대통령이 10여년 뒤 구상권 철회를 공약하고 이행돼 그 의미가 남다르다.

해군기지는 1993년 국방부 합동참모회의에서 결정돼 2002년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항으로 추진됐었다.

하지만 지역주민들의 반대로 2007년 4월 서귀포시 강정마을로 변경됐다.

이 과정에서 해군기지 유치를 찬성하는 주민과 반대하는 주민으로 나뉘어 팽팽히 맞섰다.

찬성 주민과 반대 주민이 각각 다른 가게를 이용하고 명절에는 제사를 따로 지내는 가족들이 생겨났다.

2016년 2월26일 해군기지가 완공되자마자 주민들은 또 한번 날벼락을 맞는다.

같은해 3월 해군기지 건설업체인 삼성물산이 반대운동으로 공사가 지연돼 손해를 입었다며 정부에 보상을 요구했고 해군은 강정마을회장 등 121명 5개단체에 34억5000만원의 구상권을 청구했다.

지지부진하던 구상권 철회는 새정부가 출범한 뒤 진전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강정 구상권 청구 철회를 약속했고 지난 7월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도 '강정마을 구상권 철회와 공동체 회복을 위한 지원'이 제시됐다.

이번 구상권 철회는 정부의 일방적 결정이 아니라 법원의 직권조정을 통해 정치적 잣대를 배제한 측면도 보인다.

8월11일, 10월25일 두차례의 변론에서 해군측은 반대활동 중단 등을, 주민들은 진상규명을 각각 요구하며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법원은 직권조정안에서 "향후 분쟁이 계속될 경우 예상되는 당사자들의 이익과 손실 정도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 공평하고 적정한 해결을 해야 한다"며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구상권은 철회됐지만 10년 넘은 갈등의 골이 하루아침에 사라진 것은 아니다.

제주도는 사법처리 대상자 특별사면을 추진하고 있다. 2007년부터 2016년 12월까지 주민과 활동가 465명이 업무방해 등으로 사법 처리돼 약 3억원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제주도는 올해에만 대통령과 국무총리, 국방부 차관 등에게 9차례에 걸쳐 특별사면을 건의했다.

강정마을 공동체회복사업의 원활한 추진도 정부와 제주도의 몫이다.

강정마을 공동체사업은 '실개천이 흐르는 강정마을 조성', '강정천 등을 활용한 생태축제' 등 총 21개사업에 국비 2493억원, 지방비 1124억5000만원, 민자 237억5000만원 등 총 3885억원의 예산이 든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이날 구상권 철회 소식 이후 기자회견을 열고 "구상금 문제 해결은 강정 공동체 갈등 해결을 위한 시작에 불과하다"며 "주민 사면복권과 공동체 회복사업도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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