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밤 벌어진 어선과 화물선 충돌 사고에서 인근 다른 어선의 신속한 협조로 큰 인명피해를 막은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서귀포해경에 따르면 서귀포시 성산항 앞 3㎞ 해상에서 부산 선적 대형선망어선 A호(86톤)와 모래운반화물선 B호(1612톤)가 충돌했다는 신고를 접수한 시간은 지난 13일 오후 9시35분쯤.

이 사고로 A호는 기관실부터 침수돼 침몰하기 시작하자 안에 있던 선원 8명은 구명땟목을 타고 탈출했다.

해경은 즉시 사고 해역 인근 어선에 협조 요청을 하는 한편 성산항에 있는 3000톤급 경비함정과 연안구조정을 출동시켰다.

오후 9시38분 50톤급 미만의 연안구조정이 항구를 출발했지만 파도가 너무 높아 중간에 뱃머리를 돌려야 했다.

3000톤급 경비함정은 기관 고장으로 멈춘 다른 어선을 항구로 예인 중이어서 곧바로 출동하기 어려워 안전 조치 후 오후 10시2분에야 출발할 수 있었다.

다른 함정들은 서귀포항이나 화순항 등 멀리 떨어진 곳에 있어 출동해도 제시간에 도착하기 힘들었다.

이때 사고 해역 가까이에 있던 부산 선적 어선 혜승호(99톤)가 이미 다른 경로로 사고 소식을 듣고 현장에 달려가고 있었다.

혜승호가 도착해 선원들을 모두 구조했다고 해경에 연락한 시간은 사고 약 30분만인 10시4분쯤이다.

혜승호가 도착해보니 선원들은 배에서 탈출은 했지만 장시간 차가운 겨울바다에서 구명땟목에 목숨을 의지하는 급박한 상황이었다.

A호와 충돌한 B호도 현장을 지키긴했지만 크기가 커 구명정에 배를 가까이 대면 더 위험할 수 있었다.

혜승호는 우선 구명땟목을 향해 밧줄을 던졌다. 밧줄을 건네받은 구명땟목 안 선원들은 줄을 당겨 혜승호와 땟목을 가까이 붙였다.

혜승호에 땟목을 바짝붙인 선원들은 한명, 한명씩 배에 올랐다.

해상은 2.5~3m의 높은 파도가 몰아치고 서있기도 힘들만큼 강한 바람이 불어 자칫 또 다른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지만 혜승호와 선원들의 침착한 대응으로 전원 모두 구조에 성공했다.

해난 사고에서 어민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동료 어민들을 구한 사례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 2월20일 우도 해상에서 발생한 어선 침몰로 1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된 사고 당시에도 인근에 있던 어선 제2윤정호(79톤)가 악천후를 뚫고 선원 8명을 구조했다.

제2윤정호가 신속히 출동하지 않았더라면 선원 10명 모두 목숨을 잃었을 수도 있었다.

제2윤정호는 서귀포해경의 '제1호 LIFE SAVER(라이프 세이버)'로 선정됐다.

서귀포해경은 조업 등의 이유로 연락 자체가 안 되는 경우는 있어도 지금까지 해경의 연락을 받고 위기에 처한 다른 어선의 구조를 거절한 경우는 없었다고 전했다.

해경 관계자는 "해난 구조는 바다의 특수성으로 해경의 신속한 구조활동도 중요하지만 사고 인근 해상에 있는 어민들의 협조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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