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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살아보니’…입도 5년차 기자가 바라본 선‧이주민[제주에 혼듸 살아요] 끝‧에필로그
다름 이해 노력…경계 허물고 제주다움 위한 고민 나눠
  • (제주=뉴스1) 안서연 기자
  • 승인 2017.12.22 16:35
  • 댓글 1

[편집자주] 제주가 연간 전입자 수 10만 명 시대를 맞이했다. 이주민들이 제주 곳곳에 스며들면서 제주민들과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제주에 애정을 품고 온 이주민들은 더 나은 제주를 위해 ‘나’와 더불어 ‘우리’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혼듸(함께의 제주말) 제주’를 2017년 대주제로 내건 뉴스1 제주본부는 ‘제주에 혼듸 살아요’라는 주제로 올 한 해 동안 2주에 한 번씩 이들의 고민을 담아보고자 한다.
 

취재 후 기사를 작성하고 있는 기자의 모습. 뉴스1 © News1

‘자신’를 위해 떠나온 제주에서 ‘우리’의 제주를 위해 고민하는 이주민들의 마음 속에는 제주를 향한 깊은 애정이 자리잡고 있었다.

2017년 1월부터 격주로 연재된 연중 기획기사 ‘제주에 혼듸(함께의 제주말) 살아요’에는 이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제주를 아끼는 마음을 담아왔다.

자신의 삶을 꺼내 보이기가 쉽지 않았을텐데도 더 나은 제주를 위해 품은 생각과 실천들을 공유한 스물다섯명은 선주민과 이주민, 제주의 토속 문화와 새로운 문화를 잇는 마중물이었다.

이제 마지막 인터뷰는 2013년 8월 제주에 입도한 기자 본인의 이야기로 채워볼까 한다.

◇ 제주에 머물기 위해 기자가 되다
 

제주올레길 1코스. 뉴스1DB © News1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대학생이던 나를 제주로 이끈 건 ‘저비용항공사’였다.

신혼여행이나 수학여행을 오는 곳으로만 여겼던 제주를 단돈 3만원으로 오고갈 수 있게 되면서 마음의 거리가 좁혀졌다.

공항에서의 설레임부터 시작해 고개만 돌리면 한라산이 보이고 머지않은 곳에서 파도소리가 들려오는 제주에 마음을 뺏겼다.

그렇게 시작된 ‘제주 홀릭’은 서울에 살던 스물 여섯살의 나를 아예 제주로 내려오도록 만들었다.

여행을 하면서 사귄 지인 집 다락방에 트렁크 하나 달랑 풀어놓고 시작한 삶이 이제는 제법 무거워졌다.

제주출신이 아닌 사람이 이곳에서 ‘기자’를 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지금이야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지만 그때만 해도 제주지역 언론사들은 ‘육지사람’ 채용을 꺼려했다. 취재원도 없는데다 지치면 언제든 떠나버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하지만 글쓰기를 전공한 내가 농수산업과 관광업에 치중된 제주에서 선택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 제주에 머물기 위해서는 기자로 살아남아야했다.

여전히 살아남기 위한 과정 속에 있지만 그래도 버틸 수 있다는 확신이 드는 이유는 제주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지친 마음을 무색하게 만들어버리고 마는 풍경을 가져서만이 아니다.

월 평균 1000명 가량의 이주민과 100여 만명의 관광객이 몰려오는 제주에는 마음의 대문을 활짝 열어두고 사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 허물어진 경계 속 함께하는 고민
 

제주 서귀포시 휴애리 자연생활공원에 만개한 매화 너머로 눈덮인 한라산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뉴스1DB © News1 이석형 기자

‘제주’하면 섬사람 특유의 배타성이 있다고들 하지만 인터뷰를 나눈 이들은 대부분 이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알아듣기 어려운 사투리와 혈연·지연·학연으로 얽힌 ‘괸당문화’가 강해 외지인 입장에서는 진입이 쉽지 않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그건 먼 발치에서 바라만 봤기 때문일테다.

수만명의 도민들이 아무 이유도 없이 국가 공권력에 의해 목숨을 잃어야만 했던 4‧3사건의 아픔을 가진 제주이기에 벽을 더 높이둘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왜 육지에 있을 때는 제주4·3사건을 알지 못했을까’라는 고민에서부터가 선주민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첫 발걸음이라고 생각한다.

함께 발딛고 사는 이들을 향해 관심을 쏟으면 관심의 화살은 어김없이 스스로에게로 돌아온다는 걸 기자뿐 아니라 인터뷰이들의 경험담 속에서도 확신할 수 있었다.

선주민들은 이별이 두려워 머뭇거리면서도 한 번 마음을 내어주면 관계를 소홀히 하지 않는다.

제주 이주 열풍이 불던 2010년에는 이주민들끼리 뭉쳐다니는 문화가 강했지만 한해 순유입 인구가 1만명을 돌파한 2014년 즈음부터는 이주민과 선주민을 가르는 게 무의미해졌다.

경계를 무너뜨린 이들은 삶의 볼륨을 키우기 위해 혹은 변해가는 제주를 좀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이제는 다른 지자체도 이만큼 소통이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다양한 창구를 통해 저마다의 목소리를 내면서 ‘우리의 제주’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들의 가장 큰 고민은 근로소득이 늘 제자리인데 물가는 계속해서 오르고, 서울과 똑같이 일해도 벌이는 턱없이 적은 제주에서의 삶을 견디지 못하고 떠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또 인구와 관광객 증가에서 비롯된 쓰레기·교통 문제와 젠트리피케이션, 오버투어리즘 등 사회 현상을 풀어가기 위한 고민, 그리고 4차 산업혁명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준비태세에 관한 고민도 있다.

도시가 앓고 있는 몸살을 마치 자신의 아픔처럼 느끼는 이유는 지속가능한 ‘제주다움’을 바라는 마음이 모두 같아서일 것이다.

‘제주에 혼듸 살아요’는 이제 막 5년차에 접어든 내가 기자로서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우리가 함께 고민해나가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짚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기획을 시작하며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섬이 있다/그 섬에 가고 싶다’는 정현종 시인의 시 구절을 인용했다. 서로가 기꺼이 바다에 몸을 던져 팔을 휘저어야 그 섬에 닿을 수 있다는 말을 끝으로 기획을 마친다.

(제주=뉴스1) 안서연 기자  asy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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