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감독관도 획기적으로 늘려야…특성화고 위축 안 돼”
“고교 무상교육 막중한 책무…무상급식도 단계적 지원”

이석문 제주특별자치도교육감은 26일 "안전한 현장실습처를 정부에서 마련해야 한다"며 정부 차원의 '안전인증제' 도입을 제안했다.

이 교육감은 이날 뉴스1 제주본부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현장실습 제도만을 개선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시간이 더뎌도 노동현장의 안전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2018년 전국 광역자치단체 최초로 고등학교 무상교육을 실시하는 데 대해서는 "보람이 크지만 막중한 책무도 느낀다"며 "앞으로 고교 무상급식도 전면 실시에 앞서 단계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교육감과의 일문일답.

- 전국 광역자치단체 최초로 2018년부터 고등학교 무상교육을 실시한다. 제주도, 제주도의회와 협력하며 거둔 큰 결실이다. 스스로 평가해 본다면?

▶제주가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를 처음으로 실현하게 됐다. 보람이 크지만 막중한 책무도 느낀다. 제주에서 의미있는 성과가 나와야 무상교육이 안정적으로 확산될 것이다.

무상교육은 도청과 도의회, 도민들이 하나돼 이룬 제주 교육자치의 큰 쾌거다. 도세전출비율을 기존 3.6%에서 5%로 상향하는 성과가 없었다면 어려웠다. 이 기회를 빌려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고충홍 제주도의회 의장, 도의원, 도민들에게 거듭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 고(故) 이민호군 사고 이후 도교육청과 정부가 발표한 조기취업형 현장실습 폐지 등의 대책을 두고 '재탕'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현장실습 제도만을 개선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시간이 더뎌도 노동현장의 안전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치안은 경찰관, 화재와 생명은 소방관이 지킨다면 내 삶의 터전인 노동 현장의 안전을 지키는 주체는 근로감독관이다. 산업안전 근로감독관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안전한 현장 실습처를 정부에서 마련해야 한다. '안전인증제'가 필요하다. 안전 인증제를 받은 업체에서 현장 실습을 해야 한다. 참여업체에 대한 인센티브 정책도 동시에 마련돼야 한다.

이번 사건으로 특성화고가 위축돼선 안 된다. 현장 실습이 없으면 아이들은 20대 때 혼자 취업처를 찾아야 한다. 특성화고 아이들이 자신의 진로를 안정적으로 찾아갈 수 있도록 온 사회가 지원해야 한다. 특성화고에 더 많이 지원하고 더 많은 정성을 기울이겠다.

교육청 차원에서는 학교 실습실부터 안전인증을 실시하고 쾌적한 실습실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산업유형별 안전보건 매뉴얼을 제작, 학생들이 안전한 현장 실무 능력을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것이다. 취업중심에서 창업을 경험하는 교육으로 진로를 다양화하기 위해 학교협동조합 운영 및 교육과정과 연계한 프로그램 등도 만들겠다.
 

- 제주 공교육에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국제 공통 교육과정)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해 교육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의 준비 과정과 구체적인 향후 계획이 궁금하다.

▶IB는 정답이냐 오답이냐를 체크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강조하는, 논리적 사고력을 증진시키는 교육 과정이다. 2015개정교육과정에서 강조하고 있는 학생들의 배움중심, 과정평가, 학생 맞춤형 지원과 상당히 맞닿아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질문의 힘과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는 교육과정으로 보고 있다.

제주에 국제학교와 공교육이 공존하는 현실이다. 교육양극화 해소를 위해 공교육의 교육과정 운영 시스템을 국제학교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이런 배경 속에 IB교육과정에 관심을 두고 도입을 구상하게 됐다. 고교 학점제, 내신 절대평가 등 새 정부 교육 정책의 안착을 위해서라도 IB교육과정 도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지난 1~2일 '2017 제주교육국제심포지엄'에서 IB교육과정 도입을 위한 공론화를 거쳤다. 현재 IB교육과정을 도입하기 위한 용역이 진행 중이다. 도입 가능성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IB과정 자체를 도입하는 방안과 교육과정 운영시스템을 벤치마킹하는 방안을 모두 고려하고 있다. 도입한다면 읍면지역 초등학교에서부터 점차적으로 시행할 것이다. 이를 시작으로 중학교와 고등학교까지 자연스레 연결할 계획이다.

- 2018년 제주4‧3 70주년을 맞아 10년간 전국 교사 1만명을 대상으로 4‧3평화‧인권교육 연수를 실시하고, 검인정 역사교과서 4‧3 집필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어떤 효과를 기대하고 있나?

▶내년 4‧3 70주년 주제를 '평화인권교육으로 여는 4‧3 100년의 원년'이라고 정했다. 4‧3의 전국화, 4‧3의 내면화, 4‧3의 세계화를 목표로 다양한 현장에서, 다양한 방식의 4‧3평화인권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다. 인류의 공통 과제인 항구적인 평화와 생명의 소중함을 뿌리내리기 위해 4‧3 100주년을 향한 '4‧3평화인권교육 종합 로드맵'도 수립할 계획이다.

4‧3전국화를 위해 전국 교사 직무 연수를 확대한다. 보통 1명의 교사가 300명의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앞으로 10년 동안 전국 만 명의 교사가 4‧3평화인권교육 직무 연수를 받고, 300만명의 아이들에게 4·3을 알린다면 4‧3의 전국화는 더욱 빨리 실현될 것이다. 새해에는 총 13회에 걸쳐 총 1000명의 전국 교사들이 제주에서 직무연수를 받는다. 도교육청은 7회 500명, 제주 4‧3평화재단은 6회 500명의 연수를 진행한다.

현재 '검․인정 역사 교과서 4·3집필기준개발연구용역'을 실시 중이다. 역사교과서의 왜곡‧축소 기술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4‧3진상조사보고서에 근거한 검인정 역사 교과서의 4‧3 서술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의견을 대폭 수렴하면서 서술기준을 충실히 마련하겠다.

- 국정 역사교과서 문제 등으로 박근혜 정부 당시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바 있다. 현재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교육감 불법사찰 의혹과 관련해 진보 성향의 교육감들이 참고인 조사를 받고 있는데, 이에 대한 입장은.

▶누리과정 문제 때문에 도교육청이 감사원 감사를 받는가 하면, 엉뚱하게 검찰 고발을 당한 적도 있다. 그 중 진영옥 교사 해임처분 취소 소송의 경우 모 학부모 단체가 대법원 판결 1년여 뒤 당시 제가 검찰 지휘를 따르지 않았다며 직무유기로 검찰에 고발해 기소유예 처분을 받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태다.

전국적인 현상이라고 들었다. 교육자치가 흔들려선 안 된다. 이런 일이 다시는 반복되선 안 된다.

-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제주지부장을 지낸 바 있다. 현재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나?

▶전교조는 교육 주체의 한 축이다. 교육 혁신을 함께 이뤄야 할 교육 가족이다. 추운 거리와 광장에서 법외노조 철회 등을 요구하며 투쟁을 하는 현실이 그래서 더욱 안타깝다.

지금의 갈등과 혼란은 '배제의 논리'가 만든 것이다. '배제의 논리'로 교사들과 학교 현장을 나누는 건 온당치 않다. '배제의 논리'는 지난 역사의 구태로 영원한 작별을 해야 한다.

국제적 상식에 맞게 노조 활동의 권리를 보장하는 정부 차원의 결단이 필요하다. 전 정부에서 '배제의 논리'에 의해 단행된 '전교조 노조 아님 처분'이 문재인 정부에서 적극적이고 합리적으로 해결될 수 있기를 바란다.

- 임기가 6개월 여 남았는데, 역점 추진 정책이 있다면?

▶전국 최초로 고등학교 무상교육을 전면 실시한다. 고교 무상급식도 전면 실시에 앞선 단계적인 지원을 할 계획이다.

셋째 아이 이상이 있는 다자녀 가정에는 첫째, 둘째를 포함한 모든 아이들에게 모든 공교육비를 지원한다.

IB교육과정 도입 등을 통해 제주 공교육을 국제학교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노력을 이어간다.

2015 개정 교육 과정과 고교 학점제, 내신 절대평가 등 새 정부 교육 정책의 안착에 주력할 것이다.

포항 지진에서 나타난 안전 문제를 교훈 삼아 내진보강과 석면 시설 개선에 최선을 다할 것이며, 초등 생존 수영교육도 확대할 것이다.

- 2018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출마할 의향이 있나?

▶내년 3월까지 교육 중심 학교 시스템 구축을 위한 혁신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저에게 맡겨진 소명에 충실하겠다. 시기가 무르익으면 도민들로부터 평가가 이뤄질 것이다. 도민들과 소통하고 교감하며 출마 여부를 판단하겠다.

- 도민께 드리고 싶은 말은?

▶새 정부 출범 이후로 큰 폭의 교육 변화가 예고되는 새해다. 안정적으로 변화에 대처하고 교육 혁신을 충실히 하면서, 더 큰 희망과 설렘이 찾아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새해는 4·3 70주년이다. 한 해 내내 평화인권교육이 함께할 것이다. 평화와 생명의 소중함이 충만한 4·3 70주년, 제주 공동체를 실현하겠다.

날씨가 많이 춥다. 도민들과 아이들이 쉼과 위안, 희망을 얻을 수 있도록 교육의 따뜻함을 채우겠다.

제주교육을 많이 사랑해주셔서 감사드린다. 새해 복 많이 받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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