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과 함께 제주 1차산업을 대표하는 양돈업이 변화의 물결 앞에 섰다.

지난해 가축분뇨 무단 배출 사건 이후 15년만에 타 지역 돼지고기 반입, 강화된 악취관리 등으로 제주 양돈업이 예전에 없던 높은 파도를 만난 것이다.

◇제주 양돈업의 역사

제주도가 2007년 발간한 '제주축산사'에 따르면 13세기 고려시대 원나라 지배 이후 말, 소 등 다른 가축과 함께 돼지가 도입됐다는 문헌 기록이 남아 있다.

그 당시 돼지는 흑색 소형종이며 돈육생산과 판매용보다는 퇴비생산과 경조사용으로 소규모로 사육됐다.

일제강점기에도 제주에서 돼지를 기르지 않는 집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1926년 돼지 사육규모가 4만2857마리에 달했고 연간 2만5266마리가 도축됐을 정도다.

제주에서 생산된 돼지는 중일전쟁 때 군수용 통조림으로 가공되기도 했다.

1960년대에는 제주시 한림읍 성이시돌 목장이 토대가 된 이시돌 농촌개발협회가 생기며 양돈업이 활기를 띄었고 1970년대 돈육가격 상승과 소비 증가 등으로 전성기를 맞는다.

1990년대에는 일본으로 수출, 수출주력산업으로 육성됐다.

2001년 돼지콜레라 청정화선언, 구제역 청정 지역 인정 등 대내외적으로 제주 돼지의 브랜드 가치는 더 높아졌고 웰빙 바람과 함께 흑돼지가 맛과 영양을 겸비한 건강식품으로 주목받았다.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78년말부터 생산과잉으로 극심한 타격을 받아 1979년에는 최악의 양돈파동을 겪기도 했다.

◇조수입 4000억원대 노다지 사업->이미지 추락

제주 양돈 사육 규모는 1960년 4만8794마리에서 점점 증가해 1990년 10만마리, 1995년에는 20만 마리, 1997년 30만마리, 2004년 40만마리,2008년 50만 마리를 넘었다.

2016년 기준 도내에서 사육하는 56만4915마리다.

사육 농가는 1960년 4만8794가구에서 1990년 1572가구, 1995년 381가구로 줄었고 2000년대 초반까지 400가구 수준으로 다소 늘다가 다시 점점 감소해 현재는 296가구다.

50년 넘게 사육 규모는 10배 넘게 늘어난 반면 사육 농가는 크게 감소한 것이다.

양돈업이 제주 축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하다.

2016년 기준 도내 전체 축산물 조수입 9448억원 가운데 양돈업은 4070억원으로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 비중이 두번째로 높은 한육우 725억원과 비교해도 그 위상을 알 수 있다.

이런 양돈업이 지난해 분뇨 무단배출 사건으로 이미지가 추락한다.

지난해 8월 도내 양돈농가 4곳이 가축 분뇨를 무단으로 방류해 자치경찰에 적발됐다. 특히 일부 농가는 지하수의 원천인 숨골에 분뇨를 버려 도민사회의 공분을 샀다.가축분뇨가 무단 방류된 지역의 지하수가 먹기 부적합할 정도로 오염됐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악취와 가축분뇨 관련 민원은 이전에도 농가 인근 주민들을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돼왔고 행정당국이 나름의 대책을 내놓았지만 이번에는 파장의 크기가 달랐다.

제주도는 사건 두달만인 지난해 10월 15년만에 타 지역 돼지고기 반입 허용을 결정한다. 아직 타 지역 돼지고기의 도전은 미미하지만 앞으로 반입 규모에 따라 제주 양돈업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한국은행 제주본부가 지난해 12월 발간한 지역경제보고서를 보면 돼지고기 경매낙찰가격은 지난해 12월13일 기준으로 ㎏당 4805원으로 반입 직전일인 같은해 10월12일 5887원에 비해 18.3%(1082원)나 하락했다.

제주산과 타 지역 돼지고기 경매낙찰가격 격차가 기존 ㎏당 1324원에서 반입 허용 후에 335원으로 줄어든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자진 폐업을 신청하는 양돈농가 마저 생겨났다.

도는 양돈장 폐업 지원 사업을 추진한 결과 제주시 2곳, 서귀포시 4곳 등 6곳이 폐업을 신고했다. 4곳은 고령농이거나 소규모 농가이며 2곳은 악취 등 민원이 많은 농가로 알려졌다.

농가의 폐업 신고는 강화된 제주도의 양돈장 관리 정책과 무관치 않다.

제주도는 올해부터 악취 민원이 1년 이상 지속되고 악취 배출허용기준을 초과한 양돈장을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해 특별관리한다.도는 관리지역의 악취 발생 실태를 주기적으로 조사하며 배출허용기준도 15배에서 10배로 엄격해진다.

제주도 관계자는 "양돈농가가 자진해서 폐업 신고를 하는 경우도 매우 드물다"며 "최근 강화된 악취 관리 등 외부 요인이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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