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안에서 2시간 가량 꼼짝없이 기다렸어요.”

11일 폭설로 인해 제주국제공항 활주로가 3시간가량 폐쇄되면서 5000여명의 체류객이 발생하는 등 불편이 빚어지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30분쯤 공항 대기실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있던 김현식씨(21·충북)는 “친구 두 명과 함께 2박3일 여행을 왔는데 꼼짝없이 발이 묶였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 일행은 이날 오전 8시30분 제주항공을 타고 청주로 향하기 위해 8시15분 항공기에 탑승했다.

하지만 제주공항에 많은 눈이 내려 오전 8시30분쯤부터 제설작업이 이뤄진다는 안내방송이 나오면서 항공기 안에서 꼼짝 없이 기다려야 했다.

제설작업은 당초 30분가량 소요될 것으로 예측됐으나 1시간으로 연장됐고 이후 시간이 계속해서 늘어나면서 2시간 가량을 기내에 머물러야만 했다.

김씨는 “오전 10시쯤 다시 공항으로 들어가라고 해서 도로 내렸다”며 “좁은 공간에서 덥고 시끄러웠는데 1시간이 넘게 제설작업이 이뤄질 거 같으면 진즉에 안내를 해줬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자녀 2명과 함께 벽에 기대있던 권모씨(43·여·대구)는 이날 10시30분쯤 아시아나를 타고 대구로 향할 예정이었으나 아직 발권도 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

권씨는 “운항이 재개되면 타고 가라고 해서 아직 발권도 못했다.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 다른 항공편은 뭐가 있는지 물어보고 싶어도 발권센터는 닫혀있고 콜센터는 연락해도 전화를 안 받는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오전 8시40분 가족 5명과 함께 광주로 향할 예정이던 김모씨(55·여·광주)는 32년만에 내린 폭설로 대규모 결항 사태를 빚은 2016년 1월을 떠올리며 헛웃음을 지었다.

김씨는 “오후 5시10분 비행기로 바꾸긴 했는데 광주도 기상이 좋지 않아서 오늘 안에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정 어쩔 수 없으면 공항 안에서 자고 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여자친구와 홍콩 여행을 위해 이날 오전 5시30분 공항을 찾은 이창종씨(39‧제주)는 “오전 7시 비행기였는데 활주로가 폐쇄되는 바람에 탑승을 못하게 됐다”며 “일정상 저녁 7시가 돼야 밤 비행기 운항 여부를 알 수 있다고 해서 기다려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11시쯤에야 제설작업을 마친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는 오전 11시50분을 기해 항공기 운항을 재개했다.

낮 12시20분쯤 방콕발 이스타항공 ZE552편이 제주에 도착하면서 활주로 재개 시작을 알렸으며, 12시39분쯤 김포행 제주항공 7C104편이 승객 119명을 싣고 제주를 떠났다.

하지만 눈이 계속해서 내리면서 항공기 운항에는 여전히 차질을 빚고 있다.

낮 12시 기준 결항은 87편(출발 44편‧도착 43편), 지연은 29편(출발 9편‧도착 19편), 회항은 14편으로 체류객은 50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제주공항에는 지난 8일부터 이·착륙 방향으로 윈드시어(난기류) 특보와 함께 강풍특보가 내려졌으며, 11일 오전 10시부터는 대설특보도 발효됐다.

대설특보는 12일 낮 12시까지 지속될 예정이므로 항공기 운항에 차질이 있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용객들은 사전에 운항정보 확인이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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