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간을 추위에 벌벌 떨며 기다렸는데 알고보니 버스 운행이 취소됐더군요. 대중교통체제가 개편되면 무언가 달라질줄 알았더니 너무 화가 났습니다."

제주 서귀포시에 사는 강모씨(32)는 폭설과 한파가 몰아친 지난 12일 오전 정류장에서 1시간을 넘게 제주시로 향하는 버스를 기다렸다.

쌓인 눈과 빙판길에 버스 지연은 각오했지만 아예 결행이 돼버렸고 항공편처럼 이착륙정보를 바로 바로 확인할 수도 없어 마냥 기다리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지난 11~12일 제주에 내린 눈으로 제주공항 활주로뿐만 아니라 도로 곳곳도 통제돼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시민들이 그나마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유일한 교통수단은 버스였다.

일각에서는 기상 악화 속에서 버스 우선차로제의 효과를 봤다는 의견도 있다.

안모씨(30·여)는 "자가용을 타지 못하고 급하게 버스를 타 출근이 늦을까 걱정했는데 막히지 않는 우선차로제로 버스가 달려 생각보다 늦지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지역에서는 지연은 물론이고 버스가 결행된 경우가 있었다. 미끄러운 도로에서 무리한 운행을 강요할 수는 없지만 결행이나 지연 정보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아 무작정 정류장에서 기다려야 했던 시민들의 불만을 샀다.

버스운행 정보를 제공하는 버스도착정보단말기(BIT)가 설치된 도내 정류장은 총 3130곳 가운데 절반도 안 되는 1200곳에 불과하다.

휴대전화를 통해서도 버스운행 정보를 확인할 수는 있지만 실제 버스 도착 시간 등과는 차이가 나고 스마트폰에 익숙치 않은 어르신들에게는 사실상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현재 버스도착정보단말기가 제공하는 운행 정보는 해당 버스의 실시간 운행 상황이 아니라 사전에 계획된 노선 정보을 제공한다. 버스가 도로 사정상 우회해도 단말기에는 잠시 후 도착한다는 알림이 뜨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폭설 기간 원희룡 제주지사의 페이스북에는 "대중교통이 안다니는데 어떻게 대중교통을 타라는 겁니까?" "대중교통 이용하라고 해서 이용하려고 하니 이 모양이다" 등의 비난 댓글이 달렸다.

12일 현장을 찾은 원 지사는 "대중교통은 도민들의 발인데 폭설에는 더 의존적일 수밖에 없다"며 "마냥 길에서 기다리는 불편함을 도민들이 겪지 않도록 버스 결행과 노선 변경, 교통사고로 인한 교통 흐름 등을 실시간으로 도민들에게 안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번 눈은 22.5㎝를 기록해 역대 4위 적설량이 된 동부(성산)를 제외하고 북부(제주), 남부(서귀포), 서부(고산) 각각 6.5㎝, 4.5㎝, 2.5㎝ 가량으로 행정당국이 감당할 수 없을만큼의 기록적인 수치도 아니었다.

특히 제주도가 대중교통체제 개편을 준비한 기간이 3년, 지난해 8월말부터 우선차로제를 중심으로 시범 운영해 개선할 수 있는 4개월이라는 더 시간이 있었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시범 운영기간에 폭설은 없었다고 해도 2년 전인 2016년 32년만에 한파가 제주에 몰아친 전례가 있었기 때문에 재난 상황을 예측해 개편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대중교통 개편의 예측실패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도는 시범 운영을 마치고 올해 1월1일부터 우선차로제 위반차에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었다.

그런데 일부 도로의 구조적 문제로 불가피하게 차선을 변경하지 못하는 사례가 생기는 등 사흘만에 1000건이 넘는 위반건수가 발생하자 현재는 과태료 부과를 유예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결행이나 지연정보를 지금보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알려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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