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추념일인 제주 4·3희생자추념일을 헌정 사상 첫 지방공휴일로 지정하는 문제가 정부와 제주도의회의 소송전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15일 도의회에 따르면 도는 정부의 요청에 따라 지난 10일 도의회에 '도 4·3희생자추념일의 지방공휴일 지정에 관한 조례안 재의요구안'을 제출했다.

문제가 된 이 조례는 4·3희생자추념일인 매년 4월3일을 지방공휴일로 지정해 도민과 도내 기관·단체들이 이에 참여할 수 있도록 권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온 도민이 함께 4·3 희생자를 추념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평화·인권·화해·상생의 4·3 정신과 그 역사적 의미를 고양·전승·실천하자는 취지다.

지방자치단체가 지방공휴일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한 조례로는 전국 첫 사례다.

그러나 정부는 해당 조례가 위법하다고 보고 있다.

인사혁신처는 8일 도에 보낸 조례 재의요구 요청 문건에서 "'지방자치법' 또는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 등이 (지자체의 공휴일)지정권한을 규정하고 있지 않고,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의 경우 공휴일 지정을 정부 권한으로 하고 있다"며 "해당 조례는 현행 법령에 위배된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인사혁신처는 "지자체 마다 공휴일이 다를 경우 국민적인 불편·혼란이 야기되고, 국가사무 처리의 어려움이 초래할 우려가 있어 공휴일을 하나의 법령(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으로 통일성 있게 운영하고 있다"는 원칙도 강조했다.

이 같은 정부 요청에 따른 도의 재의요구로 도의회는 다음달 6일 개회하는 제358회 임시회에서 해당 조례에 대한 재의결 절차를 밟는다.

해당 조례를 대표 발의한 손유원 도의회 4·3특별위원회 위원장(바른정당·제주시 조천읍) 등 복수의 도의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조례는 원안 대로 다시 가결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상임위원회 조례 심의 과정에서 조례의 법적 효력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던 데다 이후 본회의에서도 여·야 도의원들의 만장일치로 조례가 통과됐기 때문이다.

상임위 심의 당시 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전문위원실은 심사보고를 통해 "지자체 소속 관공서의 운영에 관한 사항은 지방자치법 제9조에 따른 '산하 행정기관의 조직관리'에 관한 사항으로 볼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다른 법령에서 (지자체가) 지방공휴일을 지정할 수 없다는 규정이나 지자체의 관공서가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따른 공휴일에만 쉬어야 한다는 규정도 없어 조례 제정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었다.

그러나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지자체장과 정부는 재의결된 사항이 법령에 위반된다고 판단되면 재의결된 날부터 20일 이내에 대법원에 제소할 수 있다.

이 경우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그 의결의 집행을 정지하게 하는 집행정지 결정도 신청할 수 있다.

지자체장이 조례 확정 후 5일 이내에 조례를 공포하지 않으면 지방의회 의장이 이를 공포하도록 돼 있어서다.

장기적으로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결정될 문제지만, 이 같은 소송전 비화 조짐 속 올해 4·3 70주년을 맞아 발의된 해당 조례가 오는 4월3일 제70주년 제주4·3희생자추념일에 우선 적용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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