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신분증을 깜빡하고 와도 맘 편히 육지를 다닐 수 있게 됐어요.”

29일 오전 제주공항에서 만난 구자황씨(63‧제주)는 신분증 없이 손바닥 정맥 인식만으로 김포행 항공기 탑승길에 올랐다.

이날 아침에도 신분증을 집에 두고 와 다시 집에 들러야만 했다는 구씨는 “일 때문에 한 달에 두 번 정도 서울에 가는데 신분증을 깜빡할 때가 많아서 어려움이 있었다”며 “생체정보를 입력하니 참 편하다”고 좋아했다.

제주공항과 김포공항에서 생체인식 신원확인 서비스가 처음으로 시행된 이날, 여객청사 3층 출방장 입구 옆에 설치된 생체정보 등록대에는 손바닥 정맥과 지문을 등록하려는 이용객들로 북적였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 22일부터 제주공항과 김포공항에서 사전 등록이 시작된 이후 서비스 시행 첫날인 29일 오전 10시 현재까지 2500명 가량이 자신의 생체정보를 등록했다.

당초에는 젊은층 위주로 이용을 많이 할 것이라고 예측됐으나 현장에서는 50~60대도 눈에 띄었다.

언론을 통해 서비스 도입 소식을 듣게 됐다는 강영일씨(60‧제주)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런 서비스가 나와줬어야 했다”며 “서울에 갈 일이 많은데 보다 빠르고 편리하게 공항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고 반가워했다.
 

20~30대 이용객들은 탑승수속이 간소화된 것에 반가움을 표하면서 생체정보가 유출되거나 위·변조될 경우를 우려하기도 했다.

제주 여행을 왔다가 생체정보를 등록한 신가우씨(29‧서울)는 “탑승수속이 빨라져서 좋긴한데 개인 생체정보가 유출될까봐 우려스럽기도 하다”며 “보안상의 문제를 없애기 위해 철저하게 대비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동료들과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안내하기 위해 직접 이용에 나섰다는 한 항공사 직원은 “편하긴 한데 악의적으로 이용할 게 걱정된다”며 “보안요원이 없으면 지문이나 손바닥을 본 떠 와서 함부로 사용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 관계자는 “헤모글로빈 수치 등 혈관 내부 정부를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리 외적인 부분을 복사하더라도 인식이 불가능하다”며 “안심하고 이용하실 수 있도록 이중삼중의 안전장치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비스 도입 목적은 신분증을 지참해야하는 번거로움과 신분증 분실로 항공편을 탑승하지 못하는 여객의 불편을 해소하는 것도 있지만 육안으로 신분 확인을 할 때 발생하는 인적오류를 방지하기 위한 것도 있다”며 “보시다시피 대기줄이 짧아지면서 탑승 절차도 훨씬 빨라졌다”고 말했다.

생체인식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김포공항 국내선 여객청사 3층과 제주공항 여객청사 3층에 마련된 등록대를 방문해 신분증 제시 후 개인정보 활용 동의를 거쳐 손바닥 정맥과 지문을 등록하면 된다.

서비스 이용 대상은 만 14세 이상의 대한민국 국민이며 처음 생체정보 등록 시에만 신분증을 제시하고 이후에는 신분증 없이 전용게이트를 통해 보안검색장으로 진입할 수 있다.

모바일 발권일 경우 별도의 신분증 제시가 필요 없지만 카운터 현장발권시 신분증이 필요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국토부와 한국공항공사는 조만간 항공사별 카운터에도 생체인식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아울러 여객이 많은 김포·제주공항에 우선 도입한 서비스를 올해 안으로 김해, 대구, 청주공항 등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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