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엿새째 몰아친 폭설로 인한 피해로 설 대목을 앞둔 지역상권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8일 오전 찾은 제주시 동문시장에는 한기가 가득했다.

시장 구조상 사방이 뚫려 있어 춥기도 추웠지만, 인적이 드문 시장 안길과 곳곳 비어 있는 가판대가 시장을 오가는 사람들의 옷깃을 더욱 여미게 했다.

이날 오전 예고 없이 쏟아진 눈으로 차량 운행과 항공기 운항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도민과 관광객은 물론, 상인들 조차 시장에 들어서지 못한 탓이다.

상인 김미대자씨(79·여)는 "4일부터 7일까지 집에 꼼짝 없이 갇혀 있다가 날씨가 풀린다고 해 나왔는데 오늘도 역시 눈밭이었다. 몇몇(상인)은 오늘도 집에 있겠다고 했다"며 "대목 앞두고 찾아와 준 단골들, 그동안 품앗이 해 줬던 동료들이 고마울 뿐"이라고 말했다.

지갑도 쉬이 열리지 못했다. 농·수산물 가격이 지난해와 비교해 2배 가까이 올랐기 때문이다.

개당 500원이었던 배춧값은 개당 1000원으로, ㎏당 5000원이었던 시금치값은 1만원으로 뛰었고, 20㎏이 10만원선이던 옥두어값은 20만원까지 올라 있었다.

상인 한순섭씨(77·여)는 "올 들어 계속 폭설이 내렸는데 채소들이 버틸 수 있었겠느냐. 바다 날씨도 궂어 그동안 고기잡이배들도 (바다로) 많이 못 나갔다"며 "물건값이 너무 많이 올라서 마진을 포기하고 내놓고 있다"고 토로했다.
 

반면 대형마트인 이마트 제주점에는 평일 낮인 데도 손님들이 잇따랐다.

따뜻한 실내에서 편안하게 쇼핑할 수 있는 데다 각종 월동장비와 방한용품, 설 선물세트 등을 한 데 살펴볼 수 있어서다.

도민 김성은씨(30·여)는 "날이 좋다고 하길래 시장에 가려다 눈이 너무 많이 와서 도로 마트로 왔다"며 "오는 주말도 그렇고, 계속 눈 예보가 있어 설 준비도 마트에 오거나 배달로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제품이 가장 불티나게 팔린 코너는 단연 스노우 체인과 스프레이 체인 등이 구비된 월동장비 코너였다.

코너 상단에 '업체 재고 부족으로 입고 예정이 없습니다'라는 팻말이 붙어 있을 정도였다. 며칠 전에는 품절 안내문이 붙어 있던 자리다.

양순욱 고객서비스 2팀장은 "월동장비의 경우 그동안 수시로 추가 발주해 제품을 공급해 왔는데, 이제는 육지부 제조업체에도 재고가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눈이 많이 쌓인 도로 사정 등으로 인해 예년에 비해 줄어든 매출액은 마트 입장에서도 골머리를 앓는 부분이다.

이마트 제주점 관계자는 "사실상 제주에 있는 전 매장의 매출액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그래도 오늘 오후부터 날이 풀리기 시작해 앞으로는 고객 방문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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