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게스트하우스 관리인은 성범죄자였고 20대 여성이 실종됐다. 그런데 경찰은 왜 이 사건을 범죄보다는 단순 실종에 무게를 뒀을까.

경찰이 이번 사건 초기에 범죄 가능성보다는 실종 등 다른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면서 범인이 달아날 시간만 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주경찰이 용의자 한정민(32)을 처음 만난 날은 피해자 신고가 접수된 10일 오후 2시였다.

당시 경찰이 피해자의 행방을 묻자 한정민은 "개인정보법 위반이라서 알려줄수 없다"며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

경찰은 같은날 오후 4시40분 게스트하우스에서 500m 떨어진 거리에서 피해자 A씨(26‧여)의 렌터카를 발견한다.

이때까지도 경찰은 한정민을 특별히 의심하지 않았고 범죄사건으로 확정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한정민과 피해자의 렌터카를 찾았을 때는 시신이 발견되기 전으로 기초수사단계여서 사고나 단순가출, 자살 등을 의심했다"며 "대대적인 수색은 다음날부터였다"고 말했다.

경찰이 한정민을 최초로 의심한 것은 10일 오후 7시30분.

별다른 단서가 없자 경찰은 관리인인 한정민의 범죄전력을 조회한 결과, 준강간 혐의로 기소된 사실을 알게 됐다.

또 한정민이 A씨와 가족이 연락이 끊긴 지난 8일 새벽 피해자의 렌터카를 몰고 편의점에 간 장면이 담긴 CCTV도 확보했다.

만약 이때라도 경찰이 한정민의 신원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했다면 이번 사건의 결과는 달라질 수 도 있었다.

그러나 한정민에게 전화한 경찰은 "밤 11시까지 게스트하우스로 가겠다"는 답변을 믿고 약 4시간을 기다렸다.

공항과 항만에는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 한정민은 경찰이 전화를 기다리는 사이 오후 8시30분 제주공항으로 가 면세점에서 쇼핑까지 마친 뒤 비행기를 타고 경기도로 달아났다.

약속시간이 돼도 연락이 오지 않자 이상함 낌새를 차린 경찰은 11일 오전 1시쯤 한정민의 위치를 추적해 서울 신림동에 있다는 걸 알았다.

성범죄자 전력이 있고 약속도 어긴 채 다른 지역으로 사라졌지만 경찰은 이 순간에도 한정민을 용의자로 특정하지 않았다.시신이 발견되지 않아 범죄사건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였다.

경찰은 11일 낮12시20분 수색을 통해 게스트하우스에서 5m 떨어진 폐가에서 A씨 시신을 발견되자 그때서야 부랴부랴 한정민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경찰 관계자는 "일년에 1400건정도 되는 모든 실종신고를 범죄 가능성을 두고 수사할 수는 없다. 그래도 이번 사건은 초기에 범죄 가능성을 두고 접근했다"며 "한정민의 범죄전력을 뒤늦게 확인한 부분은 아쉬움이 남는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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