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대피소 매점이 지난 28년간 불법 운영돼 온 것으로 드러났다.

9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제주지역본부에 따르면 문화재청은 제주지방법원의 요청에 따라 지난달 12일 한라산국립공원 대피소 매점에 대한 사용수익을 허가한 적이 없다는 내용의 사실조회 회보서를 제출했다.

한라산국립공원 윗세오름 대피소와 진달래밭 대피소는 문화재청이 소유한 국유재산으로, 건물 노후화로 인한 붕괴와 등산객 조난사고 등을 예방하기 위해 개축된 직후 각각 2009년 3월과 2008년 5월 재차 문화재청으로 기부채납됐다.

이에 따라 해당 대피소에서 매점을 운영하려면 국유재산법에 따라 문화재청으로부터 사용·수익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는 그동안 관련 절차를 진행하지 않은 채 매점을 운영해 왔다.

문화재청은 사실조회 회보서를 통해 "대피소 내 매점 운영을 인지한 사실이 없다"며 "매점으로 사용수익을 허가한 사실도 없다"고 공식 밝혔다.

그동안 대피소 매점을 실질적으로 운영해 온 것은 한라산국립공원 후생복지회다. 제주도 소유인 어리목·성판악 관리사무소 매점도 이들이 운영 주체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을 당연직 회원으로 둔 후생복지회는 1990년에 구성된 직후 각 매점에서 컵라면과 삼다수 등을 판매해 왔다.

수익금은 주로 판매원 인건비와 운영비 충당에 쓰였고, 2014년부터는 수익금을 지역사회에 환원하라는 여론이 일면서 수익금 중 연간 4000만~5000만원을 제주도에 전출했다.

그러나 후생복지회는 지속된 경영 악화로 지난 1월10일 정기총회를 열고 전체 회원 74명 가운데 66명(89.1%)의 찬성으로 해산을 결정했다. 현재는 매점 집기 등 잔여재산에 대한 청산 절차를 밟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한라산국립공원후생복지회분회는 제주도를 상대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가 도지사의 지휘를 받는 만큼 도의 직접 고용이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다.

현재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후생복지회는 아무것도 모른 채 해마다 제주도에 5000만원 상당의 부당 세입을 납부해 왔다. 이는 후생복지회의 실제 사용주가 제주도라는 근거"라고 주장하며 도의 직접 고용을 촉구하고 있다.

민주노청 공공운수노조는 법률 검토를 거쳐 조만간 국유재산법 위반으로 관련자를 고발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와 관련해 제주도 한라산국립공원사무소 관계자는 "문화재청의 승인을 받지 않은 데 대해서는 잘못을 인정한다"며 "매점은 더 이상 운영되지 않는다. 후생복지회가 해산된 뒤 현재 청산 절차가 진행 중이다.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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