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편성권 침해를 근거로 보훈예우수당의 조례 명문화를 강하게 반대해 온 제주도의 입장이 전격 수용으로 돌변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제주도의회 보건복지안전위원회는 15일 제359회 임시회 제1차 회의를 열고 박규헌 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이 대표 발의한 '도 보훈예우수당 지원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원안 가결했다.

개정안은 국가보훈대상자에 대한 보훈예우수당(월 4만원)과 사망위로금(15만원)을 보다 안정적으로 지급하기 위해 기존 시행규칙이 아닌 조례에 지급액을 명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앞서 도는 개정안이 검토됐던 지난 1월 도의회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현행대로 지원액을 시행규칙에 위임해도 도의회 예산심의 과정을 통해 지원액의 적정성을 검토하고 이를 확정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이날 심의과정에서 김정연 도 보훈청장은 개정안에 대한 입장을 묻는 김용범 도의회 보건복지안전위원장(더불어민주당·서귀포시 정방·중앙·천지동)의 질문에 "이의 없다"고 답했고, 개정안은 원안대로 통과됐다.

그동안 도는 집행부의 예산편성권 침해를 근거로 보훈예우수당을 조례에 명문화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해 왔다.

사실상 이번 개정안은 보훈예우수당을 명문화한 2015년 제정 조례와 같은 내용으로, 도는 당시 해당 조례가 도의회를 통과하자 곧바로 재의를 요구했고, 이에 도의회가 재의결로 맞서자 대법원에 무효 소송까지 제기한 바 있다.

이로 인해 수당 지급이 수개월 간 지체되자 도와 도의회는 대승적 차원에서 소송을 취하하고, 지급액을 조례가 아닌 시행규칙에 위임하기로 합의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날 심의에서 도의 입장이 전격 수용으로 바뀌자 도의회에서는 도가 선거를 앞두고 여론을 의식한 것 아니냐 등의 비판적인 의견이 이어졌다.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박 의원은 "전국에서 가장 적은 보훈예우수당을 안정적으로 지급하기 위해서는 개정이 필요했다"며 "도가 이젠 (도의회의 입법권에) 전향적인 입장을 취한 것 아니겠느냐. 특히 선거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도 "앞선 보훈예우수당과 관련한 논란은 초기 원 도정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였다"며 "합의 후 지금의 진정 국면에서 선거를 앞두고 기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하는 데에는 부담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도 보훈청 보상과 관계자는 "시행규칙에 따라 보훈예우수당이 지급되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혼란은 있어선 안 된다는 입장"이라며 "선거 등 다른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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