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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종 칼럼] 호킹 타계에 생각나는 우주인 이소연
우주인 이소연씨가 입을 열고 속말을 털어놓았다. 10년 전, 2008년 4월 8일 그는 러시아의 소유즈 TMA-12호를 타고 하늘로 날아올라 국제우주정거장에 12일 동안 머무르며 과학실험을 수행했다. 그는 한국 최초의 우주인으로 국민적 영웅 칭송을 받았다. 하지만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배출한 우주인은 우주여행 4년 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떠나 미국으로 이민 가버렸다.

첫 우주인으로서 그 경험을 살려 국가 우주 프로그램에 기여하는 게 좋은 일이 아닐까 하는 아쉬움이 국민 마음속에 있었다. 한국 정부는 이렇게 값비싼 비용을 들이고 육성한 우주인의 경험과 지식을 왜 외국으로 나가게 내버리는 것일까 하는 궁금증도 생겼다.

이소연씨가 국내 한 과학 평론잡지와 인터뷰한 내용이 저간의 사정을 조금 짐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인터뷰 기사 중 두 대목을 읽으며 이소연씨가 고민했던 정체성 문제를 알 수 있었고 “정치와 관료가 과학에 개입하면 역시…”하는 씁쓰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첫째, 한국 정부가 우주로 사람을 보내는 게 어떤 건지 잘 몰랐다는 얘기였다. 우주인 프로그램이 비전과 치밀한 계획 아래 진행된 것이 아니라 1회용 단기 홍보성 프로그램이었다는 주장으로 들렸다.

“저는 우주인 배출사업이 만들어낸 상품, 아니 상품이라기보다 도구였죠. 제가 귀환해서 우주인 사업이 3년 단기 사업이고 후속 계획이 없었다는 것을 알고 무척 허탈했습니다. 심지어 우주정거장에서 갖고 온 실험결과를 분석하는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돌아다닐 때 우울했습니다.”

둘째, 공교롭게도 우주인 훈련기간과 우주여행기간에 정권이 교체되면서 벌어지는 행정적 간극이 비싼 비용 들이고 처음 보내는 우주인으로 하여금 본래의 목적인 과학실험을 소홀히 하게 했다. 즉 지상에서 오는 공무원의 명령을 따라 옷에 붙은 로고와 패치를 갈아 끼우느라 바느질로 시간을 보내게 됐다는 얘기였다.

“제 화물이 미리 우주정거장으로 올라갔을 때는 우주복에 정부부처 이름 ‘과학기술부’라는 로고와 패치가 부착됐어요, 그런데 올라가기 한 달 전 쯤 ‘교육과학기술부’로 바뀌었어요. 옷과 실험기구에 붙은 패치와 로고를 올라가 서 다 바꿔야 한댔어요. 지구에서 오는 교신에서 ‘그거 다 뗐어?’ ‘확실히 다 붙였어?’라는 목소리가 지금도 생생해요.”

한국 정부가 이소연의 우주여행 성공 후 우주 강국의 꿈을 홍보하며 우주 탐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모았을 때가 생생하다. 그러나 그것뿐이었다. 후속 우주인 프로그램은 없었다. 국민적 영웅은 한국을 떠났다. 그 후 나로호 발사 등 우주 프로그램이 진행되었지만 열기는 많이 식었다.

요즘 우주 프로그램 전성시대의 도래를 예감하게 된다. 지난 14일 휠체어 천문학자의 이미지로 우리에게 알려진 이론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의 타계도 우주에 대한 관심을 높일 것이다.

세계의 많은 언론들은 그의 죽음을 전하며 우주로 떠났다는 표현을 썼다. 사람들은 그가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보다는 우주 어딘가에서 항상 인류와 같이 있을 것이라고 상상하는 것 같다. 그런 상상을 하게 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인류가 지구를 떠나 우주로 탈출해야 한다는 호킹 박사의 예언성 경고 때문이다. 핵전쟁, 운석충돌, 기후변화 등으로 지구가 굉장히 위험한 곳으로 변하게 되어 인류가 멸종될 우려가 있으니 100년 안에 우주 식민지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그의 경고다.

호킹이 사라졌으니 그의 종말론적 담론도 사그라질 것인가.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호킹 박사의 경고와 꿈을 실행에 옮기려는 듯, 우주 탐사에 열을 올리는 사람이 있다. 스페이스X의 CEO 일론 머스크다. 그는 한 번 발사한 우주 로켓을 회수하여 여러 번 사용하는 획기적인 기술을 성공시킴으로써 미항공우주국(NASA)이 독점하다시피 했던 우주탐사 사업을 민간의 영역으로도 전환하는 데 획기적 전기를 마련했다.

머스크는 화성 식민지의 꿈을 키우며 내년 화성 탐사선을 쏘아 올리고 2024년 화성에 인간을 보내겠다고 호언했다. 물리학을 전공한 그는 테슬라자동차, 솔라시티, 스페이스X 등 과학적 상상력을 대담하게 사업으로 구현하는 기업인이다.

과거 우주 개발은 국가 주도의 프로젝트였다. 그러나 이제 판도가 달라지고 있다. 미국에선 민간 기업이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 외에 아마존의 CEO 제프 베조스가 창업한 ‘블루 오리진’과 버진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회장이 세운 버진 갤럭틱사는 우주 관광여행 산업을 펼칠 요량으로 우주선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뒤늦게 우주개발에 뛰어든 중국도 2022년까지 우주정거장을 설치하고 달 탐사 등 유인 우주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2, 3년 안에 세계는 반세기 전 달 착륙 때처럼 화성 탐험 경쟁이 불붙을지 모른다. 호킹 박사의 경고처럼 지구가 위기에 처하게 되기 때문에 우주로 눈을 돌리든, 국가안보를 위한 우주개발이든, 새로운 자원과 관광 등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든 곧 인류의 관심은 우주로 향하게 될 공산이 높다.

한국은 이런 흐름에 탈 수 있을까. 한국은 세계 10위 경제력을 가진 작지 않는 국가다. 마땅히 하늘에 관심을 가질 만하고 그리하고 싶은 인재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미래를 내다보고 한국에 최적화한 우주 프로그램을 발전시켜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발밑을 내려다보지 말고, 하늘의 별들을 올려다보라.”

목소리를 잃어버린 스티븐 호킹이 2012년 런던 패럴림픽 개막식에서 음성인식보조 장치를 빌려 갈파한 연설 구절이다. 장애의 경계를 허물라는 뜻이리라.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우주 시대를 꿈꾸게 하려면, 어른들이 쳐 놓은 벽을 허물어야 하지 않을까. 그보다는 우리의 정치 지도자들이 발등을 살피느라 하늘의 별을 올려다볼 마음의 여유가 없으니 그게 문제다. <뉴스1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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