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사건은 누군가 언젠가는 씻어야할 역사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벌써 70년이나 흘렀네요.”

21일 제주국제공항에서 4·3 70주년 기념 동백꽃 배지를 받아든 김원호씨(52·서울)는 “공교롭게도 제 생일이 4월3일이어서 기분이 묘하다”면서 제주의 슬픈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스토리텔링을 해보고싶다는 뜻을 내비췄다.

이날 공항에서는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양조훈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 양윤경 4·3유족회장이 제주를 찾은 관광객들에게 동백꽃 배지를 달아주며 4·3의 역사와 의미를 설명했다.

올해로 70주년을 4·3의 전국화를 도모하기 위한 캠페인으로, 4월 한 달간 배지를 착용함으로써 아픔을 기억하고 평화와 인권의 가치로 승화시킬 수 있도록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달라는 취지에서다.

동백꽃 배지를 가슴에 단 배민주씨(가명·62·여·서울)는 평소 역사에 관심이 많아 4·3사건의 아픔을 십분 공감한다고 밝혔다.

배씨는 “과거 연좌제나 사상 갈등 문제는 묻어둬야 한다. 언제까지 대립을 할 것이냐”면서 “이제는 평화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때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배지 나누기 캠페인은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주로 수학여행을 온 성문고등학교 2학년 양만홍군(18·경기도)은 “역사의 비극이라는 것만 알고 있었다. 중학교 역사시간에 4·3사건을 배우긴 했지만 시간이 오래되서 잊고 있었다”며 “이번을 계기로 4·3에 대해 들여다봐야겠다”고 말했다.

같은 학교 김종음군(18·경기도)은 TV 예능프로그램인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의 줄임말)을 통해 4·3을 알게 됐다면서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는 강의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수학여행단을 인솔하고 온 청주고등학교 역사교사 강사구씨(56·충북)는 “4·3사건이 교과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진 않지만 우리나라의 슬픈 역사이기 때문에 수업시간에 꼭 다룬다”면서 “이번 수학여행 코스에도 4·3평화공원이 있다. 아이들에게 역사를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43번째 배지를 착용해 꽃다발을 받아든 김현희씨(37)는 “이번 캠페인을 통해 4·3의 아픈 역사를 새롭게 알게 됐다”며 “되풀이되지 않도록 이를 기억하고 주변에 알리는데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4·3을 처음 알게 됐다면서 유족회장을 붙잡고 사건의 개요를 묻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제주4·3평화재단이 지난해 제주를 제외한 전국 16개 시·도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 국민 제주4·3사건 인식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10명 중 7명은 4·3에 대해 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공항에서 기자가 만난 이들도 5명 중 3명꼴로는 4·3사건에 대해 어렴풋하게나마 알고 있면서 기억하고 알리는데 적극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스스로 동백꽃 배지를 가슴에 단 신희령씨(60·부산)는 “형제들과 주변 사람들에게도 배지를 건네며 우리 역사에 이런 일이 있었다는 걸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4·3 동백꽃 배지 달기 릴레이 캠페인은 영화배우 정우성을 시작으로 강부자, 신문선, 안성기, 장필순 등 다수의 유명 인사들이 함께 동참하며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동백꽃 배지는 현재까지 20만개가 제작·배부됐으며, 전국 각지서 배치 신청이 급증함에 따라 추가 제작이 이뤄지면서 총 68만개를 배포 중이다.

제주도 내에서는 제주4·3평화재단, 제주도청(4·3지원과, 민원실), 각 행정시(자치행정과, 민원실), 읍면동에서 받을 수 있다.

타 지역에서는 Δ제주4·3 70주년 범국민위원회(서울) Δ부산민주항쟁 기념사업회 Δ광주 5·18기념재단 Δ노근리 국제평화재단 Δ전국 시·도 민원실 등에서도 수령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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