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제주 4·3 70주년을 맞아 4·3의 역사적 의미를 재해석한 특별전이 제주와 서울의 미술관 등 7곳에서 동시에 열린다.

제주도립미술관(관장 김준기)은 오는 31일부터 '4·3 70주년 특별전 포스트 트라우마'와 '잠들지 않는 남도' 전을 각각 제주와 서울에서 개최한다고 26일 밝혔다.

'4·3 70주년 특별전 포스트 트라우마'는 제주, 광주, 하얼빈, 난징, 오키나와, 타이완(대만), 베트남 등에서 벌어진 동아시아의 제노사이드(집단학살)와 관련해 국가폭력의 상처를 조명한 회화, 조각, 드로잉, 사진, 영상 등 총 226점이 전시된다.

특히 우리나라 민중미술 1세대로 제주의 자연과 역사를 캔버스에 그려온 강요배 작가의 '불인'이 처음으로 공개된다. 또 광기의 역사에 쓰러진 '토민'의 삶을 표현한 박경훈의 판화 연작과 5·18 민주화운동에 시민군으로 참전하고 광주를 대표하는 민중미술 작가인 홍성담의 작품 '오월'도 만나볼 수 있다.

제주와 비슷한 집단학살의 경험이 있는 동아시아 작가들의 작품들도 이번 전시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제주에서 태어나 덴마크로 입양된 제인 진 카이젠 작가는 동아시아 전쟁의 기억과 증언을 담은 다큐멘터리 '리메인즈'(Remains)를 소개한다. 중일전쟁 당시 생체실험이 행해진 하얼빈 731부대의 잔인함을 고발하는 권오송의 수묵화와 김승의 판화작품도 공개된다.

난징대학살 희생자들의 삶을 자신의 예술 세계를 통해 표현한 우웨이산의 조소작품 '군상'은 사진으로 만나볼 수 있다. 오키나와 민중들의 삶과 투쟁을 작품에 담아온 긴조 미노루의 조각작품과 오키나와 전투 당시 주민들에게 가해진 폭력의 진상을 고발한 야마시로 치카코의 영상작품도 전시한다.

타이베이와 베이징을 오가며 활발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펑홍즈는 강요된 민주주의와 일방적인 제국주의의 단면을 폭로한 '200년' 등 영상작품을 선보인다.

서울 프로젝트 전시 '잠들지 않는 남도'는 제주 4·3에 대한 역사적 조명과 진상규명을 넘어 제주 4·3 정신을 대한민국 역사의 보편적 문제로 인식하고 평화적인 담론을 이끌어내기 위해 기획됐다.

전시는 공간 41, 대안공간 루프, 성북예술창작터, 성북예술가압장, 이한열 기념관, d/p(이산낙원) 등 총 6곳에서 진행된다. 탐라미술인협회 작가를 비롯해 국내 작가 33명의 작품 60여점이 전시될 예정이다.

대안공간 루프의 '잠들지 않는 남도: 1948, 22719, 1457, 14028, 2018' 전시에는 강문석 등 작가 8명이 참여해 부당한 폭력에 저항한 제주 4·3의 보편적 의미를 담을 예정이다. 전시명으로 정한 숫자들은 제주 4·3이 발생한 1948년과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다르게 기록되고 왜곡된 제주 4·3 희생자들의 숫자를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성북예술창작터, 성북예술가압장에서는 '너븐숭이 유령' 전시가 열린다. 너븐숭이는 제주 4·3 당시 하루동안 가장 많은 주민이 학살된 제주 북촌 지역으로 4·3의 상징적 공간이다.

김준기 제주도립미술관장은 "올해부터 제주 4·3에 대한 정명(正名) 운동이 있을 것"이라며 "4·3은 제주도민들이 대한민국 정부를 반대한 것이 아니라 일제로부터 해방된 조국이 남북으로 갈라지는 것에 동의하지 않은 제주도민의 반(反) 분단운동으로 재정립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전시들은 4·3의 상처를 평화라는 인류사적인 보편가치로 재해석하는 작업으로 20세기 제노사이드의 역사를 마주하고 학살의 아픔을 평화와 상생의 메시지로 승화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특별전은 제주도립미술관에서는 오는 6월24일, 서울 '공간 41' 등 6곳에선 4월29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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