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제주4‧3이 올해 70주년을 맞는다. 현재까지 추정된 희생자가 1만4000여 명, 유족 5만9000여 명에 달하는 대한민국 현대사 최대 비극이다. 희생자와 유족들은 '빨갱이'라는 오명 때문에 피해 사실 조차 숨겨야했다. 뉴스1 제주본부는 아픈 과거를 딛고 화해와 인권의 상징으로 거듭나는 4‧3의 역사와 달라지는 인식 등을 3회에 걸쳐 보도한다.
 

우리나라 현대사 최대 비극의 하나로 꼽히는 제주4·3이 무겁고 어두운 이미지를 벗고 국민들에게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4·3 70주년을 맞아 미래 세대인 학생·청년들에서부터 가수 이효리를 비롯한 문화예술인들에 이르기까지 각계각층에서 4·3 알리기에 동참하고 있어서다.

그 시작은 '4·3 70주년 동백꽃을 달아주세요' 캠페인이다.

동백꽃은 4·3 희생자들이 동백꽃처럼 차가운 땅으로 소리 없이 스러져갔다는 의미를 지닌 꽃으로, 제주4·3평화재단과 제주도는 4·3 알리기 차원에서 올해부터 도자기·금속 두 가지 종류의 동백꽃 배지를 제작해 배포하고 있다.

도자기 배지는 앞으로 5년간 1만4232개(4·3 희생자 수)가 제작될 예정이지만 벌써부터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3000개로 예정됐던 올해 제작 분량은 이미 동이 났고, 추가 배포 요청이 잇따르면서 현재 2000개가 더 제작되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한동안 4·3 관련 행사에서만 제한적으로 배포될 예정이어서 가치가 더 올라가고 있다.

금속 배지도 큰 인기다. 4월 7일까지 43만개로 계획됐던 제작분량은 68만개로 늘어났고, 배부처도 전국 시·도 민원실 등으로 대폭 확대됐다.

도 4·3지원과 관계자 "동백꽃 배지가 4·3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특히 정우성과 곽도원을 시작으로 안성기, 강부자, 송새벽, 이외수, 장필순 등 각계 인사들의 참여로 캠페인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젊은 세대들의 동참도 고무적이다.

4·3교육주간(3월19일~4월8일)을 맞은 도내 각급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다양한 4·3 활동이 펼쳐지고 있다.

대정고 2학년 2반 학생들은 4·3평화공원에 있는 모녀상을 모티브로 눈밭에서 군인·경찰을 피해 도망다니던 엄마와 아이를 형상화한 배지를 자체 제작·판매해 수익금을 제주4·3희생자유족회에 전달했다.

애월고 미술과 디자인 전공 학생들도 자체 공모전을 거쳐 동백꽃 위에 숫자 4와 3을 넣은 박근수군(17) 디자인의 동백꽃 배지를 만들어 4·3 생존희생자들에게 전달했다.

배지를 디자인한 대정고 이훈군(17)은 "4·3을 잊지 않고 기억해 아픈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4·3 희생자와 유족을 위로해 드리는 길이라고 생각했다"고 제작 배경을 전했다.

대정고 자율동아리 '4·3을 기억해'는 3개월 동안 제작한 4·3 단편영화 '4월의 동백'을 4·3 희생자 유족들에게 선보였고, 제주여고 학생들은 자체 제작한 4·3 백비(白碑)에 많은 학생·교사들의 공감을 얻은 문구를 새겨 넣을 예정이다.

이 밖에도 Δ등굣길 동백꽃 배지 달기 캠페인(서귀포중) Δ4·3 독서감상문 공모전(남주고) Δ4·3 역사기행(한림고) Δ4·3 아침독서(표선중) 등 다채로운 교육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전국 청년들도 속속 제주에 모이며 4·3 알리기에 동참하고 있다.

서울·부산·광주·충남·강원 등 전국 20여 개 청년단체 소속 활동가들은 현재 제주에서 교류회를 갖고 각 지역에서 4·3을 알리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전국국공립대학연합회장단은 4월 2일 제주시 일대에서 4·3평화대행진을 열어 대학생들이 바라는 4·3 해결과제들을 제시하고, 4·3의 정명(正名) 찾기와 대학의 4·3 역사교육 활성화를 위한 4·3특별법 개정을 촉구할 예정이다.
 

문화예술인들의 관심과 노력도 눈길을 끈다.

가수 이효리는 4월 3일 제주4·3평화공원에서 열리는 제70주년 4·3희생자추념식에서 추모 공연 내래이션을 맡기로 했고, 해당 추모 공연에는 싱어송라이터 루시드 폴 등이 참여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각각 2013년과 2014년 제주로 이주해 제주와 각별한 인연이 있기도 하다.

양윤경 4·3희생자유족회장은 "4·3이 전국화·세계화되기 위해서는 우선 많은 우리 국민들이 4·3과 함께 할 수 있어야 한다"며 "4·3에 관심 있는 유명인들이 어떤 역할을 맡아준다는 것은 이 점에서 굉장한 의미가 있다"고 기대했다.

4·3을 다양한 예술 장르로 풀어내고 있는 제주 예술인들의 활동도 활발하다.

사단법인 제주4·3 70주년 기념사업위원회와 사단법인 제주민예총은 현재 제주도문예회관 일대에서 '2018 4·3 70주년 기념 문화예술대전 : 기억투쟁 70년을 고함'을 열고 있다.

제25회 4·3문화예술축전을 비롯해 4·3 전야제 '기억 속에 피는 평화의 꽃', 뮤직토크콘서트 '4·3 칠십년의 기억', 4·3역사거리굿 <해방>, 4·3역사집체극 <한라>등으로 풍성하다.

강정효 제주민예총 이사장은 "4·3 70주년을 맞아 대한민국 현대사의 최대 비극인 4·3의 발발 원인과 상처, 아픔을 다양한 문화예술의 언어로 알려내고, 전 국민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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